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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앵 Oct 29. 2022

나의 음악 에세이 서곡

음악을 잊은 당신에게

 예민한 감수성으로 세상이 살짝 삐딱하게 보이기 시작하던 중학생 때, 나는 나도 모르는 새 음악에 빠지기 시작했다. 한창 피아노를 배우고 있을 때였으니 모차르트나 바흐 곡의 멜로디를 자주 흥얼거렸고, ‘두 시의 데이트’나 ‘별이 빛나는 밤에’ 같은 라디오 프로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들에 열광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그런 대중음악은 사춘기 소녀의 감성과 맞아떨어졌고 난 카세트테이프 양쪽을 채운 곡들을 하루 종일 듣기도 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취향'이라는 것이 생겼고 음악을 찾아 듣는 재미가 더욱 쏠쏠해졌다. 조지 윈스턴 같은 대중적인 피아노 연주곡과 멜로디가 익숙한 클래식 곡들. 그리고 당시 유행하던 가요, 록음악과 헤비메탈까지. 음악 감상의 ‘무식한 축적기’였다고나 할까.      


 결혼 후 10년 가까이 음악을 전혀 듣지 않고 살았다. 음악은 그저 예전에 자유로웠던 시절 누렸던 사치스러운 취미생활이라 여겼다. 그러면서도 중학교 때 그만둔 피아노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는지 피아노 레슨을 받다 말다를 주기적으로 반복했다. 실력은 좀처럼 늘지 않았지만 피아노를 그렇게라도 내 곁에 두고 싶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랐을 때, 집 가까운 곳에서 음악회가 주로 열리는 저녁에 시간을 내기 힘든 주부들을 위한 ‘브런치 음악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구 몇 명과 콘서트장을 찾았다. 음악회를 시작하기 전 로비에서 큼직한 머핀과 따스한 아메리카로는 나눠주었다. 정신없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아침을 제대로 못 챙겨 먹었을 엄마들을 위한 배려였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브런치 음악회를 빼먹지 않고 다니면서 잊어버렸던 ‘음악 세포’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침에 깨어나면서 잠들 때까지 거의 모든 시간을 음악과 함께 한다. 차에 타면 클래식 FM이 자동적으로 나오게 세팅해 놓았다. 집에 손님이 오면 그날의 분위기에 맞는 정성스레 준비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도 같이 듣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K-pop이나 힙합 음악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나만의 음악 역사를 써 내려가다 보니, 음악은 내게 특별한 무엇이 아니었던 것 같다. 특별하기 않게 늘 곁에 두었다가 때로 헤어져있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만나면 이전보다 더 깊은 마음으로 대할 수 있었다. 음악을 그렇게 별스럽지 않게 대했기에 이렇게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었다. 이젠 음악 없인 살 수 없다는 고백을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하고 있다. 그 고백의 대상은 변함없이 내 곁에 있어주는 셀 수 없는 음악들이다.     


 내가 쓴 글들을 통해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 음악이 좋은 건 알지만 잊고 지내는 사람들의 음악 세포를 깨워주고 싶다. 음악을 듣는다는 건 고상한 취미를 가진 일부 사람들의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일상 속에서 밥을 먹듯, 차를 마시듯 쉽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그런 어렵지 않은 작은 행동이 삶을 얼마나 우아하고 풍요롭고 깊이 있게 해 주는지를 알게 해 주고도 싶다.      


 귀하고 맛있는 음식을 혼자 먹기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맛 보이고 싶은 심정으로 음악 에세이를 써 내려간다. 나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음악의 맛을 알고 음미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써놓은 글들을 고치고 또 고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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