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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Jun 14. 2019

회사 탈출을 부추기는 시대 풍경

갈수록 회사 생활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대다. 워라밸이니, 저녁이 있는 삶이니 하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우울해지기도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세대차이 등 조직 내 갈등도 적지 않다. 일터가 왜 이리 고달파지고 있는 걸까.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고 이윤 최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외주화, 해외이전, 자동화 등이 이뤄지며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거나 급여 수준이 하락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낙수(落水) 효과’를 들먹이며 대기업이나 부자에게 사회적 자원을 몰아주거나 세금을 깎아주면 그 뒤의 중소기업들과 서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환상을 퍼뜨리던 시절이 있었다. 낙수 효과란 고소득층이나 대기업의 소득이 늘어나면 이들이 소비를 늘리고 투자를 확대해 궁극적으로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의 소득도 증가할 것이라는 효과를 의미한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연일 실적이 호전되는 가운데에서도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의 환경은 점점 암울해지기만 한다.


이런 현상은 대체 왜 일어나는 것일까? 그 배경을 양정호 박사는 저서 『하청사회』에서 간단한 그림으로 설명한다.



노동문제를 주로 연구하는 양정호 박사는 그림(1)의 경우 “이론적으로 위쪽 그림처럼 낙수효과가 선순환하면 이익은 갑과 을에게 공평하게 공유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래쪽 그림처럼 갑의 잔만 계속 커질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림(2)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도급을 주고받는 하청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양 박사는 이에 대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갈수록 맨 위 칸의 와인 양이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도급관계, 즉, 외주 혹은 하청관계에 있는 갑과 을의 처지”라고 풀이했다.


경기가 호전되면 그에 연동해 일자리가 늘어나는 시대도 이미 저물고 있다. 오늘날 경영자들은 인적자원을 단순한 비용으로 보고 이를 최소화하는 데에 골몰한다. 직원을 도구처럼 쓰고 버리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조지메이슨 대학 경제학과의 타일러 코웬 교수는 저서 『강력한 인간의 시대(원제:Average is Over)』에서 “지능형 기계(intelligent machines)로 인한 생산성 증가, 경제의 세계화, 극도로 침체된 부문과 대단히 활발한 부문으로 양분된 현대 경제 등은 상당히 기본적이되 되돌리기 힘든 요인”이라며 이제 “평균의 시대는 끝났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 결과 높은 소득을 올리는 부유층과 하찮은 소득에 만족해야 하는 빈곤층으로 양극화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전망을 내놓았다. 다수의 일자리를 떠받치고 있던 중간지대가 사라진다는 우울한 전망인 것이다.


비정규직도 힘들겠지만, 코웬 교수가 설명한 그런 이유로 인건비 최소화라는 미명하에 소수정예만으로 버텨야 하는 정규직 중에서 야근을 밥 먹듯 하며 고난의 행군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직장생활이 갈수록 고단해지는 데에는 이런 시대적인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고양이


인간을 생각하는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봤던 대안경제학자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는 일찍이 현대사회의 이런 부정적인 측면을 우려하면서 중간기술 또는 적정기술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적정기술이란 기술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인간을 기술에 종속시키지 않으며 중앙집중화나 관료주의적 운영방식을 낳지 않는 작은 단위의 기술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기술적으로 사람의 힘을 전혀 쓰지 않고 기계만으로 공장을 운영할 수 있다 해도, 이로 인해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곤란해지니까 기술력을 다 발휘하지 않고 사람손이 들어갈 부분을 일정 수준 유지하는 공장을 짓자는 식이다.  


슈마허는 서구식 대량생산과 성장만 강조하는 경제는 사람들의 삶을 가로막게 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서구식 무분별한 경제개발이 자연을 파괴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자연에서 먹거리를 구하지 못하게 되고,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물건이 쏟아지면서 지역 장인들은 자꾸만 일자리를 잃어가고, 도시노동자들은 비인간적인 노동에 시달려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해간다는 점을 꿰뚫어보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시대는 슈마허와 같은 따뜻한 마음을 잃어버린 것 같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려니 회사에 대한 충성이고 뭐고 직장인들은 자꾸만 창업이니, 재테크니 하고 딴 생각을 품게 된다. 자기방어 본능의 발현이다.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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