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7년간 직장 생활하며 얻은 교훈 중 하나는 ‘남의 돈으로 쌓은 행복은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주는 월급을 받으려면 행복할 수 없는 순간을 견뎌야 할 때가 많았다. 문제는 그렇게 회사를 다니면서 자꾸 멘탈이 부서지고 스트레스가 나를 잠식해나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교과서처럼 반듯하기만 했던 내 멘탈은 경로를 조금만 이탈하면 경계경보를 심하게 울려댔다. 내 멘탈은 비스킷처럼 바사삭거리며 자꾸만 부스러졌다. 주변 상황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강철 멘탈을 지닌 선후배들이 그래서 부러울 때가 많았다. 내가 비교적 이르게 회사 탈출러가 된 배경의 8할은 비스킷 멘탈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스킷 멘탈에 고마운 마음이 크다. 비스킷 멘탈 덕분에 회사를 떠날 궁리를 일찌감치 시작하게 됐고, 떠난다면 어떤 식으로 먹고살아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에 나설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나처럼 멘탈이 자주 부스러지며 회사 생활이 힘들 때가 많다면 어쩌면 그건 당신에게 회사 탈출러 DNA가 숨어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회사 탈출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과 심리를 주로 이야기했지만 연재한 글 후반 부분에는 재테크 입문과 관련된 글을 조금 추가했다. 돈 문제 해결이 회사 탈출의 중요한 요건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 돈으로 기틀을 다져 올린 행복이어야 온전히 내 것이 되고 또한 오래갈 수도 있다. 무엇보다 회사를 탈출하고 나면 차가운 현실이 기다린다. 재테크를 회사 탈출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다양한 재테크 기법을 알려주는 전문가들의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으니 회사 탈출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꼭 그런 책들을 찾아보고 공부하면서 도움을 받으시기 바란다.
멘탈이 약하다 보니 직장생활하면서 마음고생을 지독하게 하긴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 인생의 소중한 선후배들과 동료들을 많이 만난 곳도 직장이었다. 시스템은 우리를 힘들게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우리가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존재는 결국 사람이다. 시스템을 떠난 후에도 우리 곁에 사람은 남는다. 박노해 시인의 얘기처럼, 언제나 사람만이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