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nica Jul 19. 2019

짐 없는 삶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데이빗 소로우, 『월든』(은행나무, 2011)




소로우가 월든 호숫가에 혼자서 집을 짓고, 혼자서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 하면서 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동이 1년에 단 몇 개월에 불과했다는 이야기는 현대인들에게 참 뜨끔한 이야기다. 


그런데 『월든』을 보면 19세기 사람들도 현대인들과 별로 다를 것 없었나보다. 집, 학비, 사치품 구입 등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소비로 말미암은 무거운 짐을 잔뜩 이고 신음하는 사람들. 그러나 자신이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는지는 전혀 인식도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현대사회의 고질병은 과잉생산, 과잉소비의 폐해라는 지적이 있듯이 어쩌면 이건 인간이라는 족속의 고질병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스물두 살 대학교 3학년 때 학교 근처 고시원에 방을 얻어 출가한 이래로, 나는 서른넷에 자그마한 내 집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약 2년에 한 번은 이사를 다녔다. 이사를 많이 다니며 익힌 삶의 지혜 중 하나는 짐을 최대한 간소하게 갖고 살자는 것이었다. 옷장 대신 조립식 행거를 쓰고, 커다란 책장 대신 조그마한 MDF 공간박스들을 쌓아 책장으로 써먹는 식이었다. 


하지만 짐이 적다고 생각했어도 이사를 할 때 보면 그 조그만 원룸에서 뭔 놈의 짐들이 그렇게 꾸역꾸역 나오는지. 참 희한했다. 그래도 이사를 자주한 덕분에 2년에 한 번씩은 버릴 것은 버려가며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불필요한 짐들을 잘 버리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아예 버릴 만한 짐들을 처음부터 들여놓지 않는 것일 게다. 빚도 짐이다. 능력에 넘치는 집을 사서 대출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하우스푸어’나, 빚더미를 안고 출발하는 신혼부부를 가리키는 ‘허니문푸어’. 이들은 다들 누가 강요하지도 않았건만 스스로 거대한 짐들을 짊어지고 힘겹게 살아간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어느 동호회모임에서 만난 동생이 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살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만나면 짜증나고 싫은 사람들하고 뭐 하러 만나서 에너지를 소모해요?”  


아, 이렇게 간소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pixabay


소로우가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런 삶은 자칫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도 있다. 나 같은 싱글 같은 경우, 결혼도 안하고 자식도 없다는 이유로 이기주의자라는 비슷한 시선을 받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인간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살 수는 없다. 소로우처럼 좋은 책 남기기 등 다른 방법으로, 결혼과 출산이 아닌 방식으로도 우리는 세상에 공헌할 수 있다.  


땀 흘려 일하고, 나머지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라! 사색에 잠기고, 글을 쓰고, 가끔씩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풍요로운 삶을 가꾸라! 소로우가 그랬듯이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금전적인 잉여가 아니라 인생의 잉여 시간을 얻는 삶을 추구하며 살 필요가 있다. 업무에 허우적거리느라 개인 사생활이 거의 없는 사람들을 ‘타임푸어’라고 한다는데, 혹시 당신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