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탁 휴넷 대표가 전에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짧지만 강렬한 통찰이다.
멀미에 대하여.
전 아직도 칠칠맞게 멀미를 합니다. 특히 택시 뒷좌석에 앉으면 머리가 어지러워서 보통 힘든 게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운전을 하면 멀미를 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내가 운전을 하면 멀리 앞을 보면서 그리고 미리 예상을 하면서 주도적으로 내가 운전을 하니깐 몸도 미리 대비를 해서 자연스럽게 멀미를 안하는 반면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 앞을 보지도 않고 일어날 일에 대해 미리 대응하지도 못하고 남한테 의존하기 때문에 소위 환경변화와 같은 흔들림에 무방비가 되어서 멀미를 하게 된다는 제 나름의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삶도 그렇고 기업 경영도 그런 거 같습니다.
내가 주인이 되어 멀리 미래를 내다보면서 주도적으로 미리 미리 대응을 하면 누구나 멀미없이 신나고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영탁 대표의 통찰은 실제로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우리 귀 안에 있는 평형기관은 움직임을 감지하고 뇌에 신호를 보내준다. 운전을 하지 않고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함께 타고 가는 사람인 경우에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면 평형기관이 뇌로 보내주는 신호와 눈이 뇌에 전달하는 신호가 달라지면서 뇌가 혼란에 빠지고, 이 때 생긴 혼란으로 인해 멀미가 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운전자는 운전하면서 차 밖을 멀리 주시하다 보니 눈으로도 도로에 과속방지턱이 있는지, 홈이 파여 있는지 등 도로 사정을 바로 포착하고, 정지하고 출발하는 차량의 움직임도 바로바로 감지할 수 있어서 평형기관과 눈이 뇌에 거의 동일한 신호를 보낼 수 있어서 멀미가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 자동차를 탈 때는 창밖 먼 곳으로 시선을 두면 차량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눈으로 바로 읽고 우리 뇌에 전달해줄 수 있어서 멀미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결국 이 ‘멀미론’의 핵심은 그 행위의 주도권을 내가 쥘 것이냐, 남에게 맡길 것이냐를 논하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김민섭 작가는 저서 『대리사회』에서 주도권이 없는 인생과 관련해 한걸음 더 들어간 통찰을 보여준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대리기사처럼 그들의 일을 대신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기업의 의도대로 우리는 모두 부품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며 살아가고 있는 대리인생이다. 단순히 누군가에게 자동차 운전대를 잠시 맡겨서 느끼는 멀미 정도라면 다행이다. 얼마 후에는 다시 운전대를 돌려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인생 전체를 조직과 상사를 욕하며 보내거나 갑질에 지쳤으면서도 오로지 퇴사 후 살길이 막막해 억지로 출근하는 고통을 하루하루 감내하는 인생이라면 그때는 멀미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물론 퇴사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우리 자신의 하루하루가 지금처럼 계속 흘러가도 괜찮을지는 한번 생각해보자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