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퍼즐 조각: 주석

나만 재밌던 내 재무제표 전자책

by 강냉이콘

드디어, 재무제표의 다섯 가지 구성 요소 중 마지막에 등장하는 ‘주석’. 한자로는 ‘註(덧붙일 주)’와 ‘釋(풀 석)’을 써서, 말 그대로 ‘덧붙여 푼다’, 즉 ‘해설을 붙인 문서’라는 뜻입니다. 즉, 주석은 재무제표 전체를 해설하는 문서라고 이해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손익계산서, 재무상태표, 현금흐름표, 자본변동표는 모두 숫자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태를 보여줍니다. 기업은 이 네 가지 문서의 숫자를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촘촘히 조명된 재무 상황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숫자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진실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런 빈틈을 채워주는 역할이 바로 ‘주석’인 것이죠.


손익계산서, 재무상태표, 현금흐름표, 자본변동표. 이 네 가지 재무제표가 ‘숫자’로 기업의 재무 상황을 말한다면, 주석은 숫자가 아닌 ‘글’로 말해줍니다. 재무제표는 일정한 회계 기준에 따라 꼼꼼하게 작성되지만, 이 간결하고 직관적인 ‘숫자’라는 도구로는 아무리 정확하게 표현해도 그 이면에 담긴 맥락과 사정을 완전히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숫자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문서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을 상상해 봅시다. A기업이 분기마다 순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손익계산서만 보면 ‘좋은 기업이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주석을 보면, 수백억 원대의 소송에 휘말려 있고, 결과에 따라 수년간 벌어들인 이익이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또 관계사와의 편법 거래가 지속되고 있거나, 중요한 회계정책이 변경되어 비용이 이연(넘어가고)되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숫자만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정보들이 ‘글로 풀어진 설명’, 즉 주석을 통해 드러나는 셈입니다.



주석의 구조


주석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일반사항: 회사 개요, 사업 내용, 작성 기준, 연결 범위 등

재무제표 보충 설명: 자산, 부채, 수익 등의 항목별 세부 내역

우발사항 및 약정: 진행 중인 소송, 지급보증, 계약상 의무 등

기타 중요한 사항: 회계정책 변경, 후속 사건, 특수관계자 거래 등


앞서 소개한 네 가지 재무제표의 숫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주석에서 “이 숫자가 왜 이렇게 나왔는가”를 반드시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재무상태표의 '부채' 항목이 1,000억 원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주석을 보면 그중 300억 원이 회사가 보증한 계열사의 채무일 수도 있고, 소송 결과에 따라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채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회사의 위험, 배경, 판단 기준이 주석 안에 담겨 있습니다. 단순히 숫자로 나타난 재무 상태만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이죠.



마지막 퍼즐 조각, 주석


앞서 예시로 들었던 A기업을 분석할 때, 주석을 보지 않으면 순이익이 꾸준히 발생하고 자산도 늘고 있으니 겉으로는 ‘좋은 기업’처럼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주석을 살펴보면, 내부적으로는 법적 분쟁이 많거나 기업의 자금이 특정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죠. 이는 주석을 읽을 줄 아는 사람만이 놓치지 않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이런 점은 단 한 줄의 숫자로는 절대 보이지 않죠.


노련한 투자자들은 항상 주석을 꼼꼼히 읽습니다. 그들에게 주석은 기업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며, 남들이 못 보는 기업의 리스크를 알아차리는 무기입니다. 주석을 읽는다는 건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아닙니다. 숫자에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 그리고 기업을 다각도로 평가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죠. 숫자를 넘어 이야기까지 읽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진짜 투자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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