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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제이 Nov 18. 2024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구멍, 그 해답은 내 안에 있다

"벌만큼 벌고 있고, 원하던 목표를 이루고, 가정도 꾸려서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왜… 마음 한구석이 늘 텅 빈 것처럼 느껴질까?"


이 질문은 현대인의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현실적인 고민일 것이다. 사회적 성공과 안정된 삶, 불편한 게 없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공허함과 결핍을 느끼는 걸까. 이는 단순히 외부 조건으로 채울 수 없는 내면의 결핍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한때 나는 목표를 세우고 성과를 내는 일이 내 삶의 전부였다. 주변에서는 가끔 혀를 내두르거나, 도대체 그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냐 묻기도 했다. 나는 하나의 목표를 이루면 뿌듯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곧이어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고 달려갔다. 그 이유는 또 불안이 밀려오기 때문이었다.


프랑스에서의 8년은 말 그대로 '도전의 연속'이었다. 어학공부 한 번 없이 무작정 떠난 유학생활, 현지에서 전공이 갑자기 바뀌며 겪었던 혼란까지. 매일 밤 사전을 붙들고 씨름하던 날들. 첫 수업 날,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식은땀을 흘리던 순간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게 모든 것을 쏟아부어 목표를 이뤄냈지만, 그 성취의 끝에서 나를 기다린 것은 더 큰 공허함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순간,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8년의 시간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흐릿해진 채, 너무나도 빠르게 변해버린 한국을 마주했다. 결국 두 나라 간의 속도 차이에서 밀려오는 불안감이 나를 숨 막히게 했고, 그러한 속도에 적응해 버리는 내 모습조차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스물아홉...이라는 내 나이가 발목을 잡았다.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이면 미친 듯이 밀려오는 불안감과 무기력함에 주저앉을 수 없어, 바로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나는 또 무언가를 배우고 있었다.


몇 년 후 어느 날, 인생 중 최대치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고 있던 나에게, 벼락 치듯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번아웃, 공황장애, 무기력, 우울, 대인기피증 모든 것이 한꺼번에 터져버렸다. 나는 마치 시한폭탄처럼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며 시계를 바라봤다. 오후 다섯 시... 퇴근까지는 아직 한 시간이 남았지만,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고, 심장이 터져버릴 듯 숨 쉬기 힘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보니, 나는 벼랑 끝에 서있었다. 그래도 지금 나에게 너무 감사한 것은, 내 마음은, 내 영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암흑 속에서 죽은 송장처럼 그렇게 며칠을 보냈을까, 결국 나를 일으켜 세우고 나아가라고 외쳤다.


그동안 내게 없던 '쉼'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하던 일, 관계를 모두 접고 제주도로 떠났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공항과 20분 거리에 살면서도, 단 한 번도 '나를 위해' 어딘가 떠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주말에 제주를 즐기러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다음날, 제주도로를 달리며 처음으로 느낀 자유로움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걷고, 카페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노을이 질 때까지 해변에 앉아있기도 했다. 그동안 나에게는 사치라고 여겼던 이 소소한 순간들이, 사실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순간이었음을. 오히려 내 영혼을 치유하는 선물이 되어주었다.


우리가 공허하고 무기력한 이유는 내가 나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늘 외부의 성과나 타인의 인정으로 내 존재를 확인하려 했을 뿐, 스스로의 가치를 직면했던 적이 있던가?


우리는 보통 성인이 되어 부모 곁을 떠나는 것을 '독립'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독립은 단순히 물리적인 분리가 아닌, 정서적 독립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마치 내 안에 있던 상처 입은 내면아이가 드디어 성장해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과정과도 같다. 더 이상 타인의 인정이나 외부의 성과에 의존하지 않고, 온전한 나로서 서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정서적 독립'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걷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당신에게 말해줄 수 있다. 터널 끝에는 반드시 빛이 있다고.


그 빛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지금 겪고 있는 불편함과 혼란은 당신을 더 단단하고 풍요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줄 성장의 과정일 뿐이다. 나의 변화는 큰 결심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작은 행동들이 내 삶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제, 당신의 작은 행복을 찾아보길 바란다. 잠시 멈춰 서서 바람을 느끼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그것이 당신의 삶에 빛을 비추기 시작하는 첫 순간이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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