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공포의 대상
나는 정말 강아지를 무서워한다. 어느 정도로 무서워하냐면 길거리에서 저 멀리 강아지가 있다는 존재가 확인되면 몸이 굳어진다. 잔뜩 긴장을 하고 가던 길을 되돌아가거나 강아지와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다.
강아지가 걷는 발자국 소리,
강아지가 헉헉 뛰어다니는 소리,
강아지가 월월 짖는 소리를 들으면 미친 듯이 무섭다.
이 모든 소리가 나에게는 공포의 소리가 된다.
오늘은 산책을 하는데 뒤에서 척척 척척 강아지 발이 아스팔트 바닥을 턱턱턱 두드리면서 내 뒤를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이건 분명 강아지의 발바닥이 아스팔트의 겉면을 타박타박 밟으며 나에게 다가오는 소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점점 너무 무서워서 혹시 나에게 다가와서 내 신발 근처에 오면 어쩌나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살짝 뒤를 돌아봤더니 목줄도 없이 거침없이 뛰어오고 있더라. 그래서 나는 속으로 "아씨! 뭐야"하고 미친 듯이 뛰었다.
견주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고 개도 놀란다는 얘기를 들어서 나는 강아지가 무섭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그런 행동은 하지 않는다. 사실 어렸을 때는 강아지가 내 시야에서 목격되면 "아.. 어떡해.. 무서워... 으악.. 어떡해... 으앙"하고 울어버렸다.
모든 사람이 강아지를 예뻐하고 귀여워하지 않아요.
내가 강아지보다 크고 강아지가 나를 물거나 나에게 큰 위협을 가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고 또 나를 해칠 확률이 더 낮지만 나는 강아지가 내 몸을 터치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쾌하다. 그냥 강아지의 처벅처벅 걸어오는 소리만 들려도 그 자체로 나에게 공포로 다가온다. 강아지가 내 발 어딘가를 더듬거리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것조차 나에게는 너무 무서운 일이다.
모든 사람이 당신의 강아지가 반갑다고 다가온다고 해도 주인처럼 반겨줄 수 없는 사람도 있어요.
그 강아지는 나의 곁에 있던 강아지가 아니라 당신의 곁에 있던 강아지니까요.
그러니 그대의 강아지는 그대 곁에 가까이 있게 해 주세요.
물론 강아지가 목줄 없이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건 이해하지만 저는 너무 무서워요.
당신에게는 재롱부리는 귀염둥이 가족이라도
저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어요.
내가 왜 강아지를 무서워하게 됐는지 생각해 봤다.
생각해보면 나는 어릴 때부터 강아지와 가까이 한 경험이 없다. 나에게 귀엽게 말하면 강아지, 조금 일반적인 '개'라는 존재는 그저 마당이 있는 할머니 집에 있던 밤이 되면 왈왈 짖고 먹고 남은 음식을 밥그릇에 주면 그걸 먹는 존재가 나에게는 '개' 그 차제였다. 1년에 3-4번 가끔 보는 그냥 동물이었다.
일상생활에서 개를 만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점점 집과 학교를 벗어나 나의 생활 반경이 넓어지면서 길에서 개를 만나는 일이 많아졌다. 늘 내가 길에서 만나게 된 개들은 월월 짖으면서 나를 위협했다. 나를 금방이라도 물것처럼 공격적으로 다가왔다. 개를 생각하면 늘 날카로운 이빨과 으르렁거리는 심기가 상상돼서 숨이 턱턱 막힌다.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길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개'를 마주하게 되면 내 몸이 굳어지고 갑자기 모든 공포심에 불안감과 무서움이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는 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아 놀러 가게 되면 내가 꼭 물어보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너네 집에 혹시 강아지 있어?"
"난 강아지 무서워해서..."
"괜찮아, 안 물어"
"나랑 같은 침대에서 같이 자기도 하는데?"
"진짜 순하고 예뻐"
헉, 같은 침대에서 잔다고?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친구 집의 현관문에 도착했고 비밀번호를 누르자마자 월월 짖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자 헥헥거리며 바닥에 발바닥이 챱챱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친구에게 다가왔다. 사실 나는 이 발자국 소리조차 너무 무섭다.
그리고 나를 보자마자 엄청 크게 짖기 시작했고 내 뒤를 따라오면서 양말과 발목 부근에서 킁킁거렸다. 그리고 혓바닥으로 내 피부를 핥는데 그 느낌이 너무 무서웠다. 친해져야 한다며 친구가 쓰다듬어 보라 했다.
그리고 쓰다듬어 봤는데 그 느낌이 너무너무 낯설었다. 갑자기 개가 돌변하더니 으르렁거리며 날카로운 이빨을 활짝 보이고 공격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금방이라도 나를 물어버릴 것 같았다. 나를 향해서 달려오는 그 순간 정말 화가 잔뜩 난 사자가 나에게 오는 것 같았다. 그때의 긴장감과 불안함이 여전히 기억난다.
개를 피해서 자리를 옮겨 식탁에 앉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발 밑에 누군가 꿈을 거려서 봤는데 강아지가 있었다. 나는 너무 놀랐다. 예측하지 못한 곳에 강아지가 있어서. 나에게 강아지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그 존재 자체가 위협적이다. 개 공포증이 매우 심했을 때는 티브이나 영화에서 강아지 사진만 봐도 나는 마음이 불안해졌다. 강아지 짖는 소리만 들어도 미친 듯이 심장이 벌렁거려서 숨이 안 쉬어졌다.
찾아보니 개 공포증이 공황장애의 한 종류라고 한다.
개에게 물린 경험이 있거나 원인이 불명하게 개를 공포스러워하는 정신질환 중 하나라고 한다.
나에게 강아지는 너무 낯설고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지 모르는 예측 불가한 불안과 같은 존재라 내가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최대한 강아지가 안 무섭다고 생각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이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일 수 있다는 점을 견주분들 알고 계시면 좋겠다.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는 등 보호자의 부주의로 인한 개 물림 사고 뉴스도 많아서 내가 그 피해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도 있다.
만일 견주분의 개가 누군가를 놀라게 했거나 겁을 먹고 무서워한다면 "괜찮아요.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얼마나 예쁘고 착한데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빠르게 목줄을 당겨 상대방과 분리시켜 불안과 공포의 거리를 줄여주시는 관심이 필요합니다.
또 이런 관심은 전체적으로 개와 함께하시는 반려인과 개와 거리가 먼 비 반려 인간의 오해나 갈등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노력들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