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노예 3개월 차의 푸념
1. 생각보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회사를 다녀보니 얼굴에 나이를 써서 붙이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나이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취준을 하면서 한 살 한 살 많아지는 내 나이 때문에 더 어린 사람을 채용하고 낮은 임금을 주는 기업의 채용 방식을 듣고 불안했다. 그런데 막상 회사를 다녀보니 너무 어려도 좋지 않다. 혼자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어떤 일이든 다른 부서에 서류를 요청하기도 하고 부탁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회사의 직원들의 연령대가 얼추 비슷해야 서로 소통하면서도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너무 어리다 보면 무시당하기 쉽고 25살 이상 차이 나는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상대하기에 꽤 큰 부담으로 느껴졌다. 기업에서도 회사 내의 연령대를 고려하여 채용을 하기 때문에 너무 나이가 많아서 걱정한다면 이 걱정은 좀 덜어도 괜찮다.
단, 대기업은 모르겠다. 나는 중소기업을 다니기 때문에 이건 지극히 나의 생각일 수도 있다. 회사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이런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듯하다.
2.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이 다녀라.
나라는 존재가 회사에 있는 듯 없는 듯 튀지 않게 묻어가는 스타일이 좋다.
그저 내가 할 일을 하고 조용히 있는 것이 무난하고 좋다.
과도하게 리액션을 하거나 회사에서 말을 많이 해서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좋지 않다. 그만큼 다른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게 될 확률이 커진다. 그저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는 적당한 개인감정이나 의견이 들어가지 않게 로봇이지만 조금은 사람다운 생명을 불어넣어 맞장구 정도만 치는 것이 좋다. 과하게 본인의 의견을 드러내거나 감정을 어필하면 그렇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혹시나 대화를 하다가 누군가 다른 직원의 흉을 본다면 그저 잘 모르겠다거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를 말하며 최대한 그 자리를 회피하면서 험담 자리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너무 직장 내 동료들과 선을 긋고 안 어울리는 것도 좋지는 않다. 업무적으로 한 마디도 안 하고 지낼 것이면 상관없지만 직장 내에서는 모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3. 아나운서가 되어라.
회사를 다니면 상사에게 보고를 할 일이 많다. 어떤 내용을 전달하는 일도 있고 문제가 생기면 상황을 설명할 일도 있다. 그런데 말을 하면서 말끝을 흐리거나 횡성수 설하고 명백하지 않은 말투로 말한다면 좋아할 상사가 없다. 방법은 간단하다. 육하원칙에 따라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에 맞는 내용을 말하면 된다. 이 내용이 너무 길다면 주어는 꼭 넣어서 결론을 먼저 말하는 것이 좋다. 구구절절 이래서 저래서 이런데 저렇다를 말할 필요는 없다. 결론을 먼저 말하고 그 이후에 추가적으로 상사가 질문을 하면 천천히 그 이후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하면 된다. 보고를 하면서 내가 말하면서도 내가 듣는 사람이라면 내용을 이해를 못 하겠다고 생각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뉴스를 보면 아나운서들은 구체적인 구구절절을 설명하지 않는다. 딱 핵심적인 결론을 말하고 그 상세 설명은 기자가 말한다. 아나운서가 돼서 또박또박 명확하게 말을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4. 잘하는 것을 숨겨라.
“김사원, 혹시 포토샵 할 줄 아나?” 이런 말을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꼭 물건을 살 때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내가 대기업은 다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흔히 대기업은 일이 정말 많고 그만큼 돈을 많이 준다고 들었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최저임금을 주면서 일을 대기어 연봉만큼 시킨다. 즉, 임금을 가성비 있게 주면서 굴릴 때까지 굴리겠다는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될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포토샵을 할 줄 안다고 하면, 당신의 능력을 인정해 주고 승진 시켜 줄 것 같죠? 이미 승진할 사람은 정해져있어요. 회사의 권력자와 친한 사람은 뭘 하든 승진됩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당신이 포토샵을 잘 한다고 해서 그것이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잡일만 많아져 고생하는 사람은 김사원입니다. 중소기업은 해외여행만 갔다 왔다고 해도 영어를 잘 하는 줄 알고 외부 통역인은 비용이 들어 회사 내의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시킨다. 사실 통역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통역이라는 게 일반인이 할 수 있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 내 인력을 사용하면 개이득이겠지만, 김사원이 통역을 주 업무로 이 회사에 채용된 것이 아니라면?
5. 제2의 자아를 만들어라.
회사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상사에게 혼날 때 혹은 실수를 해서 자괴감이 들 때가 주로 나 자신이 한심하고 하찮은 존재로 느껴지는 때이다. 회사는 그저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고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고 인생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돈을 버는 곳이지 이곳에서 나의 자아를 실현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 회사에서 나는 인생을 사는 내가 아니라 그냥 제2의 나로 살아야 한다. 회사 밖에서는 가족들에게 사랑받는 소중한 딸이기도 아들이기도 하다. 또 누군가에게는 책임감 있는 남편, 현명한 아내이기도 하다. 또 내가 미워하는 상사는 누군가에게는 자상한 남편, 존경하는 아빠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회사라는 곳에 오면 이 모든 자아는 없어진다.
회사 밖에서는 좋은 사람이라도 회사 안에서는 나에게 미움을 받는 상사가 될 수 있고,
회사 밖에서는 사랑받는 딸이라도 회사 안에서는 상사에게 혼나 한없이 작아진 그저 김사원이 될 수도 있다. 이 회사에서 퇴근하면 회사에서의 자아는 사라져야 한다. 절대 퇴근 후에도 집에서 회사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진다. 회사는 그저 돈을 버는 곳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