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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과 이유 Oct 30. 2022

평범한 엄마의 꿈

일상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것처럼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평범한 엄마로 살다>>


주말 오후. 바깥에 나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 앞으로 나갔다. 배드민턴 라켓과 줄넘기, 물을 챙겼다. 위치를 정하고 셔틀콕을 날리기 시작했다. 방향이 안 맞는다. 또 날렸는데, 이번에는 바람이 분다. 남편은 배드민턴 치는 법을 모르겠다면서 어디 가르쳐주는 곳에서 배우고 싶어 한다. 


“아이들이 공을 잘 칠 수 있도록 날려줘야 하는데....... 어디 제대로 가르쳐주는 곳이 없을까?” 

“그냥 유튜브 보고 배워 봐요!” 


요즘에 유튜브에 없는 게 없다는 말로 남편의 말을 일축하고,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친다. 

‘배드민턴을 꼭 잘해야 되나? 하다 보면 몇 번 더 맞겠지.’


승부욕이 없는 건지 배드민턴을 꼭 잘 쳐야 되는가 싶다. 아이들과 바깥에 나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몸을 움직이면서 조금의 운동을 하면 그만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매사에 욕심이 없다. 그래서 성공적인 일을 못 하는가 싶기도 하다. 스스로 평범한 엄마라고 자칭하곤 했다.  


평범한 엄마인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남에게 피해 주지 말고, 평균적으로 살자’이다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아이들도 많이 만나지만, 누가 뭐래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손해를 입히는 건 싫다. 돈을 빌리거나 도움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수업 시간을 지키는 것, 아이들에게 한 말을 지키는 것도 그렇다. 


앞으로 어떤 꿈이 있으세요?라는 질문에 조용히 살고 싶다고 했다. 사람들은 더 큰 꿈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조금 더 생각해 보았더니 경제적 부자도 되고 싶고, 빠른 은퇴를 하고 싶기도 하다. 


“작은 서점을 열어서 공부도 하고, 책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꿈을 심어줄래요. 2층에는 카페테리아가 있으면 좋을 것 같고, 3층에는 공유사무실이 있으면 좋겠어요.” 


평범한 엄마라고 했지만 꿈을 이야기하다 보니 평범한 꿈이 아니라 거창한 꿈이 되어 버렸다. 일을 하지 않고 살면 좋을 것 같지만 꿈을 이루며 살기 위해서는 서점 일도 해야 하고, 책 이야기도 해야 하고, 카페에서 커피도 만들며, 공유사무실 관리도 해야 된다. 어쩌면 일을 하지 않는 게 일을 하는 것보다 편하고 좋다는 건 편견일 수 있다.      


<<책과 연결된 삶을 살다>>


독서논술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책에 대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글을 쓰게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 집에서는 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 표 책 육아를 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아이들 독서에 대한 코칭을 하고 있다. 책과 관련된 일을 세 가지나 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행복하다고 해야 하나? 책과 연결된 삶을 계속 확장하고 싶다. 


평범한 엄마의 꿈속에 책이 있다. 지금은 엄청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결과물을 내는 책 읽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매일 책을 읽는다. 엄마를 위한 책 읽기도 하고, 책 육아에 관심 있는 엄마들과 독서모임을 한다. 3학년인 둘째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고, 독서논술 교실에 오는 아이들에게도 책을 읽어준다. 언젠가 경제적인 여유가 되어 사업을 하게 된다면 작은 서점을 만들어 책을 팔고, 카페에도 책이 있었으면 좋겠고, 사무실에도 책을 위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초등 6학년인 아들과 3학년 딸은 다행스럽게도 책을 싫어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머릿속은 보물창고다. 아이들은 책에서 얻은 것과 마음속의 보물을 연결시킨다. 자발적 선택이다. 스스로 선택하고 생각하는 힘이 있어서 가능하다. 아이들이 일상에 충실하면서 책이라는 친구를 평생 곁에 두었으면 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스스로 옳은 선택을 하고, 집중하고 연습하는 훈련을 통해 지혜롭게 살면 좋겠다. 책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마음을 열고 사는 인생을 선택하면 좋겠다.       



요즘 독서법 강의도 많고, 주위에 책을 잘 읽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능수능란하게 독서법 강연을 하는 모습을 보며 움츠러들기도 하였고 주눅이 들기도 하였다. 또 엄마 표 책 육아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지, 그들의 블로그나 인스타를 보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라는 게 한없이 작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는다는 건 말을 잘하기 위함도, 뭔가를 보여주기 위함도 아니다. 책을 안 읽어도 잘 살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는다는 건 내가 살아가는 모습에 의미를 더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책을 등대의 불빛으로 삼듯이 어른인 나도 책은 방향을 제시해주는 조언자이자 친구 역할을 한다.      



<<책을 통한 공부>>


앞으로 10년 뒤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얼굴에는 주름이 더욱 가득하겠지만, 꿈을 향해 나아가는 향기가 더해져서 살면 좋겠다.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니다가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었다. 또다시 일을 하면서 엄마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평범하게 살거나 평범하게 살지 않거나 또는 요란하거나 거창하거나 또는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산다고 하더라도, 또 그 삶 속에서 잘 살아갈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 살든 나의 모습이지만 그 옆에는 책이 함께 하면 좋겠다. 아이들은 이러한 나의 모습을 보고 자랄 것이다. 


“왜 책을 읽고, 공부를 왜 해야 해?”라고 묻는 아이에게 책을 통한 공부를 하면 삶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상상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인생도 잘 살아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평범한 엄마이지만 책을 통한 공부를 좋아했다. 아이들 책을 읽는 것도, 자기 계발 책을 읽는 것도, 에세이나 역사책을 읽는 것도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한 답을 찾아가게 되었다. 책을 읽으니 더욱 성숙하게 되고 책의 향기를 사랑하게 되고, 그 향기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갔다. 책은 꿈에 한 발짝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앞으로도 평범한 엄마의 꿈은 책 가까이에 사는 것이다. 물론 책을 읽는다고 바로 글을 잘 쓰게 되지 않았고, 결과물을 만들지도 못했다. 결과물은 별도의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배드민턴 지식을 많이 안다고 해서 배드민턴을 바로 잘 치게 되지는 않고, 팔과 다리를 움직여 연습을 하는 게 필요하듯이 책만 읽는다고 해서 인생이 바로 바뀌는 게 아니라는 건 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인생을 한 방에 바꾸는 게 목표가 아니라 인생에서 책과 함께 하는 것이 목표다. 매일 책을 읽는 삶을 살려고 한다.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쳤다. 세 번을 주고받기 힘들었는데, 제법 공이 왔다 갔다 한다. 팔을 뻗어서 라켓에 셔틀콕이 맞았을 때 희열이 느껴진다. 일상에서 배드민턴을 편안하게 치는 것처럼 평범한 꿈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꼭 전문가처럼 배드민턴을 쳐야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아이들은 배드민턴이라는 경험을 쌓아 성공 지능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자주 배드민턴을 치다 보니 레슨을 받지 않아도 아이들과 공을 주고받기에는 괜찮은 상태가 되었다. 좋은 성적을 받고, 대학 진학에 성공하는 것만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다. 행복하게 살며 선한 영향력을 갖는 게 목표일 수 있다. 성적에만 집착하지 않는 나는 매일 책을 읽고 있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금은 열심히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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