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맞는 책 읽기로 책을 좋아하게 되다
엄마의 자존감 세우기
독서논술교사로 자리 잡기 위해 쉬지 않고 공부를 하였다. 수업이 많지 않았던 시기에도 주말에 제대로 쉰 적이 없었다. 아이들 책을 연구하였고, 자격증 공부를 하였다. 독서지도를 하는 데 있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교육 과정을 찾아 공부했다. 교과와 연계되는 한국사, 세계사 지도법, 입시제도 변화에 따른 독해법, 중고등 국어 교과서와 연계되는 국어 지문 독해법 등의 강좌를 찾아다니면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을 했다. 초보 교사 시절에도 어려운 수업을 마다하지 않았다. 초보 교사 2년 차에 고등학생 수업 문의가 들어온 적이 있었다. 당황하기도 했지만, EBS 수능 국어 인터넷 강의를 함께 공부하면서 가르쳐주는 형태로 수업을 하였다. 이런 시기를 거쳐서 조금의 실력이 쌓여 갔다. 매일매일 나는 성장하는 독서논술교사이고, 전문가라는 마음다짐을 했다.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이었을까 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둘째 아이를 낳고 손을 놓았던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책은 육아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듯했다. 처음에는 육아서부터 다시 읽었다. 책을 읽다 보니 책의 범위가 조금씩 확장이 되었다. 그러다가 육아서 외에 개인의 경험을 담아 성장하게 되는 엄마의 이야기, 작은 습관으로 엄마가 변화하게 되는 이야기들이 눈에 띄었다. 마치 옆집 엄마가 이야기해 주는 것처럼 매일 물 마시기, 계단 오르기 등의 작은 습관 변화로 엄마가 성장하게 되고 그로 인해 아이에게 더 잘해 줄 수 있다는 내용은 작은 떨림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내려앉았던 자존감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통한 삶의 변화를 이야기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는 어떤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인터넷을 보면 책 육아를 하는 엄마들이 많다. 블로그 인플루언서의 글이나 인스타 피드를 볼 때 책 육아라는 해시태그나 제목으로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주눅 들 때가 있었다. 엄마가 독서논술교사인데 집에 책이 다른 사람들보다 많아야 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책을 채워 넣기에는 집의 공간이 한정적이었다. 누구를 위해 책을 구매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를 명확하게 했다. 엄마의 자존감은 책을 자랑하는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아이들 책을 자랑하는 행동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에게 맞는 책 읽기
아이에게는 아이 연령별 맞는 전집 종류 하나씩을 들였다. 전집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가격 비교를 하거나 후기를 검색해서 읽는 일이 힘들었다. 마치 놀이터에서 에너지가 소진되듯이 내 에너지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힘을 아끼기로 했다. 책 검색은 많이 하지 않고, 후기가 제일 많은 것 한 세트 또는 아이에게 샘플 책을 주고 아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책 한 세트 등으로 전집 구매를 하며 에너지를 아꼈다. 여러 번 고민해서 책을 선정하는 것보다 빨리 결정해서 아이에게 책을 읽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첫째 아이에게 책이 오는 날은 선물이 도착하는 날이었다. 책을 거실 바닥에 순서대로 놔두고, 한 권씩 한 권씩 읽어달라고 했다. 엄마의 목이 터져라 읽어주었다. 책이 오는 날 전집의 반 가까이 읽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둘째 아이에게는 한동안 이런 경험이 없었다. 둘째 아이를 위한 책이 이미 집에 있었다. 너무 많은 책을 사기에는 환경도 부족했고, 엄마의 에너지도 부족했기에 최대한 집에 있는 자원을 활용하고 엄마의 노력을 줄이려고 했다. 이러한 차이가 나중에 큰 차이를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다.
둘째 아이는 자기만의 책이 없었다고 느꼈나 보다. 원래 집에 있었던 책, 오빠가 보던 책이 다였다. 물론 아니었다. 첫째 아이 책도 중고로 들인 책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이 선물이라는 느낌을 전달하지 못했다. 이 상황을 깨닫고 그다음부터는 둘째 아이를 위한 책 사기를 하였다. 아이에게 맞는 책을 찾아주기 위해 집중을 하였다. 둘째 아이는 자기 책이라는 보상을 받은 다음부터는 책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졌다. 새 책이 아니라 중고 전집이었지만 오빠 먼저 읽고 둘째도 읽는 책이 아니라 자기 나이에 맞는 책이기에 소중했나 보다. 첫째 아이보다는 늦었지만 조금씩 책의 재미를 알아 갔다.
책 육아를 하는 블로거의 사진을 보면 배경을 책장으로 하여 아이가 책상에 앉아 있는 사진이 많았다. 책상 위에는 엄마가 준비해 준 맛있는 간식도 있었다. 우리 집에는 색깔별로 되어 있는 새 전집이 많지도 않았고, 엄마가 일을 하기 때문에 간식은 간단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사진에 담을만하지 않았다. 엄마 표 책 육아를 하는 블로거들이 부러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책 공간이 있었고, 아이들을 위한 책이 존재했기에 더 이상 인플루언서나 책 육아 블로거를 부러워하지 않기로 하였다.
그동안 엄마도 엄마의 책을 읽으면서 자존감을 올려두었기에 더 이상 비교를 하지 않았다. 책 육아 블로거는 아니었지만, 블로그를 꾸준히 발행하였다. 엄마로서의 성장과 아이들 책 정보를 올리는 공간으로 하고 싶었다. 책 육아 블로거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책장에서 책을 자유롭게 꺼내 읽으면서 즐거워했고, 스스로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고 생각하며 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