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
아이를 위해 뭔가 더 하기
두 번째 직업인 독서논술교사로 일을 하며 꿈에 부풀었다. 그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배웠던 교육 콘텐츠 기획 방법, 다양한 공부와 만들기를 아이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내 아이의 독서지도를 직접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만으로도 행복했다.
엄마의 기대와 욕심은 커져 갔다. 엄마표로 많은 것을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첫째 아이에게 여러 가지 자료를 들이밀었다. 책장에 아이의 책은 쌓여 갔다. 아이는 나름대로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잘 성장하였다. 아이가 2학년 때 매주 글쓰기를 하는 과제가 있었다. 유난히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강조하시는 담임 선생님이셨다. 아이는 한 페이지 글을 쓰는 데 한 시간, 두 시간도 넘게 걸리면서 일요일 저녁을 눈물로 보냈다. 나는 왜 글쓰기를 하지 못하느냐며 아이를 닦달하기만 했다. 다른 아이처럼 학습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사교육을 여러 개 하는 건 아니었다. 엄마표로, 교육자인 엄마의 코칭으로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듯이 아이를 몰아세웠다.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고, 엄마인 나의 마음에서도 눈물이 나왔다. 이런 방식은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었다. 방법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
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기
첫째 아이를 시행착오 속에 키워서 그런지 둘째 아이는 좀 더 편안하게 키우고 싶었다. 억지로 뭔가를 하게 하지 않았고, 마침 일이 늘어나서 그럴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다. 둘째 아이는 일곱 살이 될 때까지 엄마의 학습 압박을 받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성장했다. 책을 많이 못 읽기는 했어도, 엄마가 읽어주는 책은 좋아했다. 둘째 아이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때 아이와 본격적인 엄마 표 책 읽기를 하였다. 책으로 징검다리를 쌓아 놀기도 하였고, 책 속 어휘를 활용하여 낱말 쓰기 놀이도 하였다. 엄마가 읽어주는 시간을 좋아했기에 점점 아이가 좋아하는 작가나 출판사가 쌓여갔다.
집에는 온갖 독후활동 자료와 콘텐츠가 넘쳐났다. 엄마로서도 아이 둘을 잘 키우고 싶었고, 독서논술교사로 일을 하면서 내 아이 또한 잘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마음 같지 않았다. 독서논술교사로서의 업무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고, 직장생활을 했던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심지어 주말에도 일을 하지 않으면 수업 스케줄을 소화하기 어려웠다.
엄마의 직업과 아이들의 교육은 비례하여 영향을 받지 않았다. 아이들이 엄마의 가르침을 따라 저절로 책을 잘 읽는 아이들로 자라는 것은 엄마의 기대일 뿐이었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싫어하기도 했다. 엄마로서도 내 아이를 수업하는 아이들과 똑같이 가르치는 것은 힘들었다. 수업을 우선순위에 두다 보니 내 아이 교육은 자꾸 뒤로 미뤄지기도 했다.
내 아이에게 독후활동지를 건네는 것을 멈추었다. 엄마로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책을 집안 곳곳 비치하는 것이었다.
독서 환경 만들기
방 곳곳에 책을 비치했다. 아이들이 자주 손이 닿는 곳에는 지금 봐야 하는 책을 꽂아두었고, 화장실 앞, 거실의 회전 책장, 방의 책꽂이에는 그때그때 봐야 할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모든 책을 구매해서 비치할 수는 없으니 전집 대여와 전집 구매 시 할인하여 변경해 주는 서비스도 잘 이용하였다. 전집 대여는 일정한 요금을 지불하면 원하는 책을 원하는 기간 동안 대여해서 읽어볼 수 있는 서비스여서 예약을 걸어두고 잘 사용하였다. 동네 중고 전집 구매 서점에서는 집에 있는 책을 팔고, 새 책을 할인해서 구매할 수 있었다. 시기별로 책을 교환하면 읽기에 적절했기에 잘 활용했다. 비싼 전집을 구매하지는 못 했지만, 아이의 관심사에 따라서 책을 추천해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집에 전집이 많지는 않았다. 값비싼 전집을 종류별로 구매하기에는 경제적인 부담감이 있었고, 아이의 관심사에 맞추어 책을 추천해 주면 된다고 생각을 하였다. 독서논술교사로서 좋았던 점은 전집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버리고, 옆집 엄마와 경쟁하듯이 책을 사고, 아이에 대한 욕심을 내면서 전집 검색에 열을 올리지 않았던 점이었다. 아이에 맞게 추천해 주면 되었다. 아이는 엄마의 마음과는 달리 집에 책이 많은지 적은지 신경을 쓰지 않았고, 늘 보던 책을 더 좋아하는 습성도 있었다. 책꽂이에서 어제도 보고, 그저께도 본 책을 꺼내 읽어도 엄마와 함께 읽으면 표정은 해맑기만 했다. 이것이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