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유학 준비

유학 준비 과정 A to Z

by 청두유

깔끔하게 3년만 일하면 돈을 모아 떠날 줄 알았다.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니 예기치 못한 사정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결국 5년 차가 되어서야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 퇴근하고 자기 전까지 못해도 4시간은 있으니 그 시간에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낮에는 직장인으로, 밤에는 석사 준비생으로 사는 삶은 마치 투잡을 뛰는 것과 비슷했다. 야근으로 피곤에 푹 절여진 몸을 책상 앞으로 끌어당겨 컴퓨터를 켤 때마다 곡소리를 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힘들어 죽겠는데 유학 준비까지 하나.’ 싶다가도 ‘그래도 꼭 가고 말 테다!’ 하는 일념으로 검색창을 열심히 두들기고 클릭했다.


유학 준비는 크게 CV(curriculum vitae, 이력서), Resume(지원 동기 및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 각종 서류 준비, 영어 점수 획득, 제출, 결과 수령 및 비자 발급으로 나뉜다. 혼자 A to Z까지 할 수도 있고 유학원을 통해 진행할 수도 있다. 시간을 투자하고 발품을 팔면 혼자서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 특히 유학원에 등록한다 해도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 것은 철저히 본인의 몫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 1년 동안 서류 준비부터 출국까지 모든 과정을 유학원과 함께 했다. 일과 유학 준비, 투잡러로 1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던 데에는 유학원의 도움이 컸다. 유학원에 맡길 수 있는 부분은 맡기고 내가 해야 할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시간과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되었다. 전공을 결정할 때에도, 학교를 선정할 때에도 그동안 유학원을 운영하면서 쌓여왔을 데이터에 기반해서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받았다. 서류 준비를 제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스케줄 관리를 해주었고 서류가 준비된 후 각 학교별로 지원하는 업무를 대행해주었다.

만약 영국 내 Top 4 대학교,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런던정경대, 임페리얼대학교를 지원할 예정이라면 대부분의 유학원에서는 지원을 도와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는 유학원에서 실제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위의 학교들은 유학원과 별도의 연락 창구를 갖지 않고 있을뿐더러 그렇기 때문에 웹사이트에 유학원 슈퍼바이저가 대신 지원해주는 카테고리도 없다.


서류 준비를 마치고 나서 필요한 것은 영어 점수이다. 영국 석사를 지원할 때는 아이엘츠 점수가 필요하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던 작년 상반기에는 아이엘츠 시험 응시가 아예 불가능하여 한시적으로 Duolingo라는 온라인 시험 점수를 인정해주기도 했으나 기본적으로 아이엘츠 점수 또는 토플 점수가 필수다. 각 학교별, 전공별로 조건은 다르나, 보통 인문계 전공은 total 6.5~7, 각 영역별 6.0~6.5 이상을 요구하고, 이공계 전공은 total 6.0, 영역별 5.5 이상을 요구한다. 지원서를 제출할 때 영어 점수까지 준비해서 지원하는 사람들, 즉 이미 영어가 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지원서를 먼저 제출하고 영어 점수를 만들기 시작한다. 지원서를 기준으로 조건부 합격(conditional offer)을 받고 영어 점수를 6~7월까지 제출하면 합격 통지(unconditional offer)를 받는다.


11월 말 지원서 제출을 마감하고 아이엘츠 공부를 시작했다. 아이엘츠는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로 구성되어 있고, 말하기는 원어민 평가자와 일대일로 진행되고 나머지는 종이 시험 형태로 진행된다.

듣기, 읽기는 한국식 영어 교육의 결과물로 큰 어려움이 없어서 Cambridge IELTS라는 교재를 풀면서 독학으로 공부했다. 아이엘츠 시험에 대한 감이 전혀 없어서 막막하다면 학원을 단기간 다니며 문제 푸는 스킬을 익히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이엘츠는 토익과 다르게 스킬만으로 풀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은 본인이 꾸준히 공부하면서 실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말하기, 쓰기는 첨삭을 받을 수 있도록 학원 또는 화상영어 등을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대부분의 아이엘츠 학원은 강남 또는 종로에 위치해 있는데 직장이 수원이라 평일 저녁에 학원을 다니기가 어려워서 화상 영어 수업을 들었다. 말하기는 여러 번의 시험을 치르는 내내 끝까지 내 발목을 붙잡은 과목이었다. 일상적인 주제에서부터 다소 심오한 주제까지 다양하게 질문하는데 생각 나는 말도 없는데 짧은 시간 안에 고급 단어를 구사하며 유창하게 말하려니 괴로웠다. 화상영어 수업을 하며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시간 내에 준비하고 말하면 선생님이 고급 단어 및 올바른 문장으로 교정을 해주셨고 그 문장을 다시 연습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보통은 쓰기가 말하기보다 더 어렵다고 하나, 다행히 회사에서 늘 영어로 글을 써왔기에 쓰기가 비교적 편했다. 그렇다고 해서 또 안정적인 점수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서 쓰기 역시 화상 영어로 공부하며 주어진 주제에 대해 글을 쓰고 첨삭받는 연습을 했다. 여러 번 답변을 작성하다 보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표현들이 보이고 어떤 구성으로 쓰는지 감이 오기 시작한다. 그 외에는 결국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관련 단어들을 익히며 올바른 문장으로 써보는 연습만이 남아 있다.

어떻게 보면 별거 없이 간단하고 또 어떻게 보면 일하면서 다 준비하기 막막할 수도 있다. 혹시 유학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 글을 보고 겁먹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가겠다고 마음먹기까지 오래 걸릴 뿐 준비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차근차근 준비하면 고지가 조금씩 보이고, 어느새 그곳에 있다.


*썸네일 일러스트: 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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