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비용으로 6천만 원을 모았다

by 청두유

왜 미국이 아니고 영국으로 유학을 가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교육 과정이 비슷해서 미국으로 가는 게 더 편할 것이라는 조언도 있었다. 가장 큰 차이점으로 미국과 한국은 1년 2학기 제이지만 영국은 1년 3학기 제로 학사도 3년이고 석사도 1년 안에 끝난다. 미국은 석사, 박사도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연구를 진행해 나가지만 영국은 연구 중심이며, 특히 박사의 경우 별도의 수업 없이 본인의 연구를 자율적으로 진행해가는 부분이 크다. 영국 문화나 분위기가 좋아서, 왠지 모르게 영국에 로망이 있어서 등 정성적인 이유들도 여럿 있었지만 그게 캐스팅 보드는 아니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결국 비용이었다.


영국과 미국으로 석사 유학을 갈 경우 1년에 드는 비용은 대부분 비슷하다. 전제는 학비가 매우 비싼 학교나 도시 자체의 물가가 비싼 런던, 뉴욕 등이 아닌 경우이다. 중소 도시로 유학을 간다고 치면 보통 1년에 5~6000만 원 정도 든다. 학비가 3000만 원, 기숙사비가 1000만 원 정도 들고 생활비 및 비자 발급 비용, 의료 보험, 초기 정착 비용 등을 포함해서 약 1500만 원 정도가 든다고 보면 된다. 영국은 석사가 1년이지만 미국은 석사가 2년이기에 미국 석사를 위해서는 최소 1억이 든다. 석사로 1억을 쓸 용기도 여유도 없어서 영국을 택했다.


비용을 마련하는 데에는 2년 반이 걸렸다. 전세대출 6000만 원을 다 갚는 그날이 유학 자금이 다 모이는 날이라고 생각하니 어렵게 계산할 필요가 없었다. 통신비, 교통비, 월세, 부모님 용돈, 이자 등의 고정비용과 약간의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돈은 대출금을 갚는 데에 쓰였다. 회사에 들어가면 그래도 회사 다니면서 명품백 하나씩은 있어야 안 꿀리더라(?) 하는 주변의 참견도 가볍게 넘겼다. 나에게는 더 중요한 목표가 있으니 일기장, 파우치 등을 들고 다니기에는 최적인 에코백으로도 충분했다.


물론 비용을 마련하는 기간이 꿈에 부풀어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다. 추가로 하고 싶은 일들에, 예기치 않게 쓰게 되는 모든 비용들에 마음속으로 “No”를 외쳐야 했기 때문이다. 워라밸이 붕괴되어 있는 사람들은 라이프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일로 번 돈을 라이프에 쏟아서 그 불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일과 생활의 밸런스가 존재하지 않던 신입 시절의 나는 회사 생활을 하느라 부침이 많았지만 스트레스를 돈으로 해결하는, 가장 쉬운 그 방법을 쓸 수가 없었다.


2년 반이 지나고 전세 대출을 다 갚던 날, 대출금을 모두 상환했다는 문자를 받고 회사 계단에서 혼자 울었다. 드디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본이 생겼다는 사실이 지금 당장 떠날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용기는 한순간 생긴 것이 아니었다. 돈을 모으는 기간 동안 이렇게까지 해서 꼭 가야만 하는지 나 자신에게 되묻고 또 되물었다. 거금을 써본 적이 없어서일까, 뭔가를 사면서 한 번도 이렇게까지 고민하고 질문해본 적이 없었다. 계속되는 질문은 내 선택을 단단하게 다져주었다. 늘 돈에 얽매이는 삶이 싫다고 생각했는데, 돈의 가치를 몸소 체감했다. 이렇게 힘들게 번 돈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고,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일에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유학을 떠난다고 했을 때 고생해서 번 돈으로 뭐 안 사고 유학을 간다니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실 대단한 일은 아니다. 사람마다 돈을 버는 목적이 다르고, 어디에 써야 행복 한지가 다르다. 사람들의 칭찬 또는 위로처럼 명품백 하나 못 사고 여기까지 오느라 서럽고 수고가 많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곳에 기꺼이 소비를 하기로 결정했을 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