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디자인 취업 도전기 09
포트폴리오와 자소서로 나를 잘 설명했고, 실기전형으로 그게 진짜임을 증명해냈다면 끝일까? 지원자가 그걸 어떻게 해냈는지, 다른 사람들 하고는 잘 지내는지, 어떤 인물인지 알려면 이걸로는 부족한 것 같다. 인턴과정을 통해 나라는 인물에 대해 또 보여줘야 한다. 디자인 인턴은 어떤 자리일까
일단 여러 다른 직무와 마찬가지로 인턴은 채용연계형, 체험형으로 나뉜다. 체험형은 한 달 내지는 두 달 정도 기한을 정해두고 작은 프로젝트를 회사 내에서 수행하게 된다. 기한이 지나면 그냥 인사 잘하고 나오면 된다. 스펙 쌓기용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채용연계형은 좀 힘든 과정이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일정 기한 내에 회사에서 수행한 후, 그 프로젝트로 면접을 봐서 최종 합격 여부가 가려진다. 그런데 채용연계형 인턴이라는 게 회사 입장에서 너무 편한 제도 일 수 있지만, 우리 디자인 취준생에게는 너무나 고달픈 제도이다. 안 그래도 없는 자리 너무나 간절한데 회사 사람들 눈치도 봐야 하고, 프로젝트 양도 많고 그렇다. 인턴이 할 일이 많으면 얼마나 많다고 그러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혹은 채용연계형 인턴만 되면 이미 합격인데 뭐 적당히 하면 되지 않냐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겪은 채용연계형 인턴에 대해 간단히 적어보려 한다.
디자이너 채용연계형 인턴에 임하는 자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채용연계형 인턴은 복사나 하는 그런 자리는 절대 아니다. 그 기간 동안 수행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일정을 짜고, 아이템을 고안하고 스케치도 하고 모델링도 하고 렌더링도 해야 한다. 리서치 과정도 꽤 중요해서 얼마나 논리적인지도 보여줘야 한다. 사실 인턴기간 중에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회사 입장에서는 아무리 잘해봤자 그게 그거지 일수도 있지만, 이 과정을 겪는 갓 대학을 졸업한 예비 사회초년생들에게는 매우 힘든 과정일 수 있다. 그들의 나이는 해봤자 25살에서 28살 정도이고, 겪어본 프로젝트는 학교에서 하는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학교에서 하는 프로젝트는 내가 돈을 내고 배우는 과정이기에 교수와 충분한 협의도 정당하게 거칠 수 있다. 여기서 정당하게라면,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 교수와의 상담에 눈치를 안 봐도 된다는 의미이다. 회사의 인턴 프로젝트를 마치려면 담당 사수와 팀장 등 회사 내 팀 사람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뭔가 물어보고 배운다는 게 어쩐지 애매하다. 나는 직함이 어쨌든 회사에 돈을 받고 있고, 내가 이 회사에 붙을지 어떨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 회사 내부 사람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일은 상당히 부담된다. 그러나 다행히 나는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선지 프로젝트 도중에 일이 잘 안 풀리면 그들에게 왠지 모를 미안함을 느끼기도 했었다. 만약에 인턴 프로젝트 과정에서 마찰을 느꼈고,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제대로 프로젝트를 해내지 못했다면 그냥 회사랑 나랑 맞지 않았다고 느끼면 될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이 기간 동안 [ 졸업전시 정도의 프로젝트 양+ 적당한 눈치력+ 인생 최대치의 적극성 ] 이 세 가지를 갖고 가야 했다.
채용연계형 인턴 합격의 전환율
인턴과정 중에 팀 사람들이 종종 해준 말이 있었다. "인턴기간은 우리만 당신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당신도 우리를 평가하는 시간이다." 일단 이 기간 동안 취준생에게도 선택지가 없는 건 아니다. 너무 꿈에 그리던 회사였는데 막상 들어와서 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 생각보다 기업문화와 내 성향이 안 맞을 수도 있고, 하는 일이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를 수도 있다. 그럴 때 도망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결혼만큼 중요한 게 첫 직장이라는데, 우리도 좀 간 정도는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최종 합격이 아닌 단계다. 그리고 당연히 회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간을 봤다 아니다 싶으면 떨어뜨린다. 그렇기 때문에 인턴에 합격하면 전환율에 대해 미친 듯이 궁금해진다. 일부는 이러한 단계가 형식적인 단계이고 실질적으로는 그냥 합격한 단계라 생각한다. 그런데 전환율은 회사마다, 분기마다 다르다. T.O. 가 정해져서 그 분기에 반드시 몇 명의 인원을 채워야 하는 경우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그런데 이런 것 없이 합과 불만 정해져 있는 경우라면 좀 고생하게 된다. 진짜로 정말로 졸업전시 때보다 열심히 해야 한다. 차라리 돈 주는 포트폴리오 학원에서 포트폴리오 하나 더 만든다 생각하고 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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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계는 취준의 거의 끝단계다. 그리고 여기서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되면 허탈감에 취업준비 자체를 놓게 될 수도 있다.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는 데다 성격 자체가 바뀌는 경우도 보았다. 취업준비 오래 하면 사람이 바뀐다는 말이 괜한 게 아니다. 준비기간이 길면 길수록 기대와 실망, 희망과 절망의 순간이 더 많아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멘탈관리를 잘하지 못하면 취업이 더 어렵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