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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엄마도 함께 성장 중

by 방송과 글 사이

“오늘은 연습 끝나고 애들이랑 조금 더 놀다 오면 안 돼?”


아침부터 아이가 부산스레 물었다. 우리 아이가 교회 합창단에 들어간 지 벌써 7개월째다. 그 사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매주 토요일, 격주 일요일엔 꼬박꼬박 3시간씩 연습을 하고, 차로 왕복 두 시간 거리를 오가며 나도 아이도 꽤 고생했다. 예배 특순부터 성탄절 칸타타, 예배 특순, 대만 아웃리치까지 여러 무대에서 찬양했다.


“엄마, 나 진짜 꼭 가야 해? 여기 합창단 애들은 새로 들어오는 애들 안 좋아한단 말이야.”

“힘든 건 알겠는데 입단비도 이미 냈고, 딱 1년만 해보자.”


처음엔 내성적인 아이가 제대로 적응할지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런 아이가 두어 달 전부터 친한 친구들이 생기면서부터 달라졌다. 이제는 아이가 스스로 교회에 가고 싶어 하고, 연습 끝나도 친구들과 더 놀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다. 매주 토요일만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에 내가 다 놀랄 지경이었다.


미국 심리학자 바우마이스터(Baumeister)는 소속감과 공동체 내에서 긍정적인 관계는 아이들의 자존감과 사회성을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동안 예배만 드리고 금세 돌아오던 아이에게 ‘교회’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의 연결’이 이루어지는 소중한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 아이는 모태신앙이다. 내 배 속에 있을 때부터 교회에 다녔으니 당연히 교회가 익숙할 법한데, 워낙 먼 거리에 교회를 다니다 보니 예배만 드리고 바로 집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아이는 몇 년째 같은 반인데도 한 번도 말해본 적 없는 친구들이 대다수였다.


그런 아이가 이제는 친구들이 생겼다고 교회 가는 자체를 좋아하니, 나도 주말을 반납하고 매번 운전하는 고생을 하면서도 뿌듯했다. 아이가 즐겁다면 이 정도쯤이야,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니까. 이번엔 내가 덜컥 학부모회 서기까지 맡게 되었다.


“엄마, 서기를 하면 뭐 하는 거야?”

“회의록도 쓰고, 단톡방 공지도 올리고 그런 거.”

“엄마가 서기 하면 임원 회의할 때 나 애들이랑 더 놀 수 있겠네.”


아이는 벌써부터 신이 났다. 오늘은 공지 사항을 빠르게 정리하고 공유하려고 노트북까지 챙겨 갔다. 회의 내용을 빠르게 타이핑해서 단톡방에 올리는데, 옆에 다가온 아이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엄마, 진짜 완벽한 서기 같아!”


칭찬인지 장난인지 알 수 없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돌이켜보니, 그동안 나는 내성적인 아이에게 너무 자주 말했다.


“너도 좀 먼저 나서 봐. 먼저 말을 걸어봐야 친구가 생기지.”


아이를 격려하는 말이 아니었다. 내성적인 것은 좋지 않으니, 제발 적극적으로 행동하라는 채찍질과 다름없었다. 내가 등 떠밀수록 아이는 오히려 더 뒷걸음질 쳤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모델링 이론’을 통해, 아이들은 부모나 주변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따라 배우며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말’이 아니라 엄마인 내가 먼저 도전하고, 실수하고, 성장하는 ‘모습’이었다.


합창단에 들어와 하나씩 깨닫는다. 내가 먼저 해본 적 없는 일을 하나씩 해보고, 잘못되면 고치고, 부족하면 채우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아이가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가 낯선 합창단에 들어와 적응해 왔던 것처럼 나 역시도 난생처음 임원을 맡게 되고 익숙하지 않지만 하나씩 해본다. 둘 다 서툴지만, 서로를 보면서 조금씩 용기를 얻는다. 그렇게 나도, 아이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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