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왜 나만 이렇게 할 일이 많고, 챙길 사람도 많아?’
요즘 들어 아이와 남편에게 하루가 멀다고 짜증을 내고 있었다. 작은 일에도 예민해졌고, 평소 같으면 웃어넘길 일들도 참기 힘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기도했다. 그 기도 가운데 문제가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지금 내게 주어진 일에 하나도 감사하지 못하고 있구나.’
그제야 잊고 있었던 <매일감사 매일기도> 앱을 1년 만에 다시 열었다. 몇 년 동안 꾸준히 써온 감사 일기를 들춰봤다. 대단한 건 없었다. 친구와 함께했던 티타임, 가족과 맛있게 먹었던 외식 한 번도 충분히 감사했다.
일이 없던 시절엔 간절히 일을 달라고 기도하고, 작은 일거리 하나에도 감사했던 흔적이 가득했다. 나 자신이 참 아이러니했다. 실제로 심리학에서는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해질수록 스트레스에 쉽게 휘둘리고, 부정적인 감정과 불만족이 증가한다고 말한다. 감사를 잃었기에, 삶의 모든 것이 버거워졌다.
처음 감사 일기를 시작할 땐, 매일 세 가지씩 감사 기도를 쓰는 게 쉽지 않았다. ‘아… 오늘은 뭘 쓰지?’ 억지로라도 세 가지를 채우려고 애썼다.
“새 하루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날씨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돌이켜보면 사실 감사할 건 넘칠 정도였다. 불평과 짜증이 많아진 이유는 딱 하나였다. 바로 ‘감사를 잊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감사 기도 제목을 하나씩 읽다 보니 알게 됐다. “일을 주세요!”라고 간절히 기도했었고, 하나님은 그 기도에 응답하셨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일이 벅차다며 짜증을 냈다. 일이 없던 시절 간절했던 마음이 어느새 불만으로 바뀌어 있었다.
얼마 전, 교회 소그룹 나눔 때였다. 한 집사님의 말이 마음에 깊이 들어왔다.
“저는 하나님께 기도할 때 꼭 응답해 주실 걸 믿고 미리 감사기도를 드려요.”
그때나 지금이나 그 믿음이 참 신기했다. 나는 늘 ‘과연 주실까?’ 반신반의하며 기도했는데, 그 집사님은 믿음으로 이미 감사하며 기도를 드렸다. 심리학자들은 미래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가진 사람일수록 스트레스 상황에서 긍정적인 감정과 강한 회복력을 보인다고 말한다. 믿음은 단순히 종교적 신념을 넘어, 삶의 태도를 바꿔놓는 힘이었다.
그 말을 떠올리며, 다시 자기 전 감사 일기를 쓴다. ‘오늘은 감사할 게 없는데...’ 투덜대다가도 마음을 다잡고 하루를 떠올려 본다.
“오늘도 일이 많았지만, 일이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합니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무탈해서 감사합니다.”
“녹화 전날 불안하지만, 지금 평안한 마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불평에서 벗어나 감사를 되찾으니, 내 마음도 가벼워졌다. 환경은 여전히 그대로지만, 마음이 달라졌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딱 하나였다. 불평을 멈추고, 다시 감사를 찾는 일. 오늘도 그 마음 덕분에 하루를 잘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