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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ven Dec 29. 2017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데이터

소셜빅데이터에 대한 이야기

'브랜드 전략 컨설팅'이라는,

이름만 거창한(?) 직업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다.


데이터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적어도 내 스스로 이해하는 선에서 하나 하나 뜯어보자면,

우선 '전략'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빠른 방법은 '전술'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전략'이 "저 고지를 점령하자"라는 최종의 목표에 해당된다면,

'전술'은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설계하는 것이다.


즉, 시장에서 "이 제품은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판매하자"라는 것이 전략이라면,

20대 여성이 좋아하는 핑크색과 노란색으로 포장하고, 20대 여성이 좋아하는 모델을 기용해서

20대 여성이 좋아하는 커뮤니티 채널을 이용해 바이럴하자.. 등등이 전술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브랜드란 무엇인가. 이것 역시 '마케팅'이라는 것과 비교해 이해하는 것이 빠르다.

좀 더 명확히 얘기하자면, Brand-ing과 Market-ing을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시각과 관점, 학자에 따라서 브랜딩이 마케팅에 종속되거나, 마케팅이 브랜딩에 종속된다고

얘기할 수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렇게 다양한 관점까지 고려하면 헷.갈.린.다.


브랜딩과 마케팅이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기간'이 아닐까 싶다.


마케팅은 단기적 성과를 지향하며, 따라서 실시간 대응이 수반된다.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어제보다 오늘 매출이 떨어졌다면, 온라인 노출량을 늘리기도 하고,

어제 갑자기 이물질 관련 부정 이슈가 터졌다면, 언론사에 전화를 돌리기도 하며,

다음달에 긴 연휴가 예정되어 있다면, 부단히 할인 프로모션을 기획하기도 한다.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한, 혹은 현재 우리가 가진 브랜드 자산을 유지하기 위한 브랜딩은,

마케팅과 반대로 장기적인 싸움이다. 지속적으로 그리고 일관되게 우리 브랜드가 가진, 혹은 가지고 싶은

이미지를 전달하는 기나긴 여정이다. 


마케팅이 고객의 행동을 촉구하는 활동이라면, 브랜딩은 고객 인식 속에 자리잡기 위한 노력이다.


물론, 대대적인 할인 한 번으로 '가성비'라는 인식을 갖게되거나,

부정 이슈에 대한 가벼운 대응만으로 '정직하다'는 인식을 갖게되거나,

불량률이 0%라서 '우수한 품질'을 갖게된다면 좋겠지만,


단 한 번만으로 이미지가 생기고, 또 그것이 신뢰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람도 상품도.



어쨌든.

왜 이렇게 길게 브랜드와 브랜딩과 또, 마케팅을 이야기하냐면,

전술이든 전략이든, 브랜딩이던 마케팅이던,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시장 현황(Market Environment), 자사 위상(Our Brand Status) 등을 분석하는 것인데,

아무리 경험 많은 베테랑이라도 감으로만은 할 수 없는 것이기에,

또 현실적으로 기업에서는 명백한 '책임'이 수반되기에

'데이터'라는 것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를 알기 위해,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소비자의 인식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많이 활용하게 되는 것이

아직까지 소비자조사(Consumer Research)라는 것이고.

이는 소비자를 불러다 직접 대화 형식으로 물어보거나(Qualitative Research),

질문지를 들고 다니면서 응답을 받는 방법(Quantitative Research) 등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그런데.

(다분히 주관적일수도 있지만) 소비자의 대답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앞에 했던 얘기랑 뒤에 하는 얘기가 다르고,

물어본 것에 대해 대답은 하고 있지만, 그게 정작 진심인지는 소비자 자신도 모른다.


지금 우리의 소비를 보면 깊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소비보다는

일상에서의 느낌, 끌림으로 구입하고 애호하게 되고 충성하게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뭐랄까..

소비자의 '대답'만으로는 예전만큼 소비자의 마음을 잘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할까.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또 내 주관을 개입해 보면)

01. 질문지가 길어지니 소비자의 응답에 피로도가 점점 높아지는 듯하다.

     소비자 질문지 구성을 보면 점점 길어지는 듯하다. 물론 마케팅 담당자로서는 질문할 게 많을테니.

     그래도 되게 길다. 응답 시간으로 보면, 20분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하니.

     소비자는 응답이 넘어 갈수록 집중력이 점점 떨어질 우려가 있다.


02. 제대로 질문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원래 질문하는 게 어렵다. "이 제품 좋아요? 안 좋아요?" 이런 질문이 쉬울 것 같지만, 의외로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점이 좋은지, 어떨 때 가장 좋은지, 어떤 브랜드와 주로 비교하는

     지, 어떤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안 좋은 점이 있는지, 어디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지, 어디에서 주로 사는지

     등등 한 제품에 대한 호불호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곳곳에 소비자 인식을 파고들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므로 질문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때도 있다.

     그리고 이런 모든 질문들을 다 했다고 해도, 정작 소비자 스스로 밝히지 않는 이상 진짜 속마음을 알기란

     쉽지 않다. 



물론 이 모든 것에 대한 해답으로 빅데이터를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빅데이터를 Selling하고자 하는 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조사 방식과 비교하며

자신들의 우월성을 내세우려고 하지만 나는 이에 대해 절대 반대하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러한 행동은 빅데이터 시장을 키우는 게 아니라,

데이터에 대한 기대와 수요에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 될 수 있다.


데이터는 저마다 분명한 역할이 있다. 


내가 빅데이터 분야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소셜데이터는

다양한 인식과 관심의 정도, 깊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반면,

그 사람이 몇 살이고 성별은 무엇인지 등의 인구통계학적 정보는 알 수 없다.


리서치 데이터는 한 사람의 인식, 태도, 행동, 의향 지표는 물론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알 수 있지만,

진심인지 알 수 없으며, 실제 어떠한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도 볼 수 없다. 아니, 어렵다.


마트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바코드를 찍어 데이터로 쌓여지는 POS(포스, point of sales)데이터는

행동의 접점에서 구매 제품 종류, 수량, 주기 등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지만, 인식을 쫓기란 쉽지 않다.

추측할 뿐이다.


이처럼 데이터는 각각의 역할이 있고, 시대적 요구에 따라 선호 데이터의 종류가 바뀌기는 하지만,

결국 모든 데이터는 각각의 역할에 따라 '융합'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니 리서치 업계에서 소셜데이터를 시기 상조로 치부하는 것도,

소셜데이터 업계에서 리서치 업계를 막무가내로 비난하는 것도

양쪽 모두에게 별로 좋은 방향은 아닐 것이다.


앞서 리서치 데이터에 대한 부정 의견을 꺼낸 것은,

업계에서 소셜데이터에 관심을 가지게 된 하나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익숙한 것은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정체될 여지가 많으니까.




소셜데이터의 강점은 "물어보지 않아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필립코틀러가 발간한 '마켓4.0'이라는 책에 보면, "사람은 자기 스스로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공간일수록 솔직하게 된다"고 했는데, SNS가 바로 그런 장(長)이 되는 것이고, 따라서 소셜데이터가 그만큼 중요하다라고 설명한다. 


마케터들이 보는 소셜데이터의 '약점' 역시 명확하다. (사실 나는 이게 약점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물어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번뜩인 생각 외에 다른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으며

제공되는 정보의 양이나 깊이가 천차만별, 즉 일관되지 않아 '분석'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일부 인정하지만, 아직까지 전혀 동감하지 않는 부분이라, 나중에 덧붙여 설명하겠다.)


몇 가지 더 '약점'으로 언급되는 것들을 나열해 볼까.


01. 정제되기 어려운 데이터이다.

      SNS에서 게시되는 정보에는 광고가 정말이지 엄청 많고 신문 기사 스크랩도 많고

      심지어 기업의 의뢰를 받아 리뷰하는 파워블로거들도 많기 때문에

      정말 순수한 소비자 언어만을 수집하기 힘들다.

      이러한 쓰잘데기 없는 정보들을 '가비지(Garbage)'라고 하는데,

      소셜데이터를 다루는 많은 기업들이 얼마나 양질의, 즉 잘 정제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그만큼 자신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02. SNS 데이터는 Big Mouth 의견이 지배적이다. 

     즉, 일반 대중적인 의견이 아닌, 몇몇이 주도적으로 떠드는 이야기일 뿐이라는 비아냥이 많다.


03. 통계적인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데이터로서 몇 % 라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해석이 자의적이다.


모두 고개가 끄덕여지는 반응이며, 나 역시 초기에는 이러한 의구심과 궁금증이 가득했었다.

물론, 여전히 해결되지는 않은 채로 있는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어쩌면 우리가 여전히 Small Data에서 막혀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가끔 생각한다. 


익숙한 데이터로 새로운 데이터를 평가하면, '새로운 무엇'보다 '익숙하지 않은 무엇'이 먼저 보이게 되며,

그에 유독 날이서는 경험들을 하게 된다. 마치 자신이 가진 것들을 빼앗기게 될까봐 걱정까지 한다.

쓸데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런 걱정들이 기우임을 증명하기 위해 나는 노력해 볼 참이다.



지금까지 두서없이 쭉 얘기한 것이 어쩌면 '썰' 'Opening' 정도가 될까요?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에서는 빅데이터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들을 현업 입장에서 풀어내 보려 합니다.

그리고 가끔 제 블로그에 들르시면 (자주 업데이트되지는 않지만)

블로그 한 켠에 더 두서없이 갈겨진 소셜데이터, 그리고 빅데이터에 대한 생각이나 분석 내용을

들여다보실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ok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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