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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ven May 15. 2020

데이터가 없어도, 빅데이터는 하고 싶은 회사들.

'도깨비방망이'의 또 다른 이름, 빅데이터.

데이터를 분석하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아니,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일까?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가 있고, 그에따라 다양한 결과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했던 분야에서는 '소비자'를 알기 위함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얘기하자면,

누구보다 먼저 소비자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이해하기 위함이다.

그래야 남들보다 먼저, 그리고 빨리 물건을 팔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분석보고서에 주로 쓰게 되는 단어들을 떠올려 보면,

현황, 동향, 반응, 성과, 위상, 파악, 탐색, 진단 등

무언가를 밝혀내는 일과 상통한다.


빅데이터라는 말이 있기 전에는 '스몰데이터'라는 말도 없었다.

지금 스몰데이터라는 단어의 의미는, 질의응답을 통해 얻게되는 리서치,

그러니까 설문조사에 따른 분석데이터를 의미하는 말로 주로 쓰인다.


물론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각광받기 전에도

이미 '빅'스러운 소비자 데이터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어떤 물건을 구매했는지 알게 해주는 바코드(POS) 데이터

- 기업 성과에 주로 활용되는 매출데이터

- 각종 카드사 데이터 등


지금도 사실 위 데이터는 모두 빅데이터 범주에 들어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면'이라고 시작하는 대다수 리포트를 보면

주로 '온라인에서의 소비자 행동이나 태도'와 관련된 데이터들이 많다.


SNS 언급 데이터가 그렇고, 포털사이트 검색 데이터가 그렇고

T맵 같은 내비게이션 어플 정보나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 사용 동향 같은 데이터가 그렇다.


바로 이 지점이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를 가르는 (제법 의미있는) 기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빅데이터가 실제로 소비자들이 의도했던 아니건, 스스로 남겨놓은 흔적을 풀어내는 과정이라면

스몰데이터, 그러니까 리서치 데이터는 질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대답을 분석하는 과정이다.

기억에 의존한 응답 데이터와 행동에 기반한 데이터의 차이랄까?


어떤 데이터가 더 낫다.. 라는 건 애초에 의미가 없다. 

적어도 소비자 분석에 있어 두 데이터는 그저 역할이 다를 뿐이다.




그런데 내가 굳이 서두에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를 구분하여 얘기하는 이유는

두 데이터를 대하는 기업들의 태도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라는 말이 생기기전에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것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또는 '데이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당연히 전제로 하고 있었다.


"데이터가 있어야 분석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런데 희한하게 '빅데이터' 영역에서는 데이터가 없음에도

데이터를 분석하기 원하는 요구들이 많아졌다.


데이터는 없지만, 데이터 분석가를 채용한다거나

빅데이터는 아니지만,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언뜻 이해가 잘 안될지도 모르지만, 의외로 많은 곳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아마 빅데이터 분석가를 꿈꾸며 회사에 들어간 많은 사람들 중에는

 막상 가보니 데이터가 없더라... 는 희한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꽤 될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를 생각해보았더니,

(개인적인 추리로) 다음의 두 가지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1.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졌다.

    적은 비용으로, 혹은 무료로 얼마든지 손쉽게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 빅데이터 이전의 데이터는 모두 돈과 시간이 든다.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물어보려면, 당연히 좀 더 많은 돈과 시간이 든다. 모두들 그걸 알고 있다.

      하지만, 빅데이터는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보는지가 돈이나 시간에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물론 분석 기법이나 소요 시간에는 비례하는 경우가 있지만.


   - 나같은 사람이 이용하는 SNS데이터, 앱사용데이터도 비교적 저렴하게 월정액으로 쓸 수 있고

     네이버나 구글의 검색 데이터는 조금만 알면 누구나 무료로 꺼내볼 수 있다.


   - 즉, 큰 돈을 들여 데이터를 구매하지 않아도, 자체 데이터를 구축하지 않아도

     '빅데이터'라는 타이틀을 얼마든지 걸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2. 빅데이터라는 단어 자체는 식상하지만, 여전히 유행은 맞다.

    이전의 데이터는 '도구'였던데 비해 '빅데이터'는 트렌드가 되었다.

    4차산업, 블록체인 등 알 수 없는 키워드와 함께.


    - 기존의 리서치 등 데이터는 해당 전문 분야의 사람들이 다루는 별도 영역이었지만

      빅데이터가 유행으로 번지면서, 하나씩 갖고 싶은 아이템이 되었다.

      '우리도 해볼까?'라는 손 쉬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아이템, 트렌드가 되었다. 



3. 발생 초기부터 빅데이터는 흥미를 끄는 도구로 전락했다.


    - 조금 심각한 얘기일수도 있지만, 데이터라는 것은 굳이 그게 빅데이터가 아니더라도 전문적인 영역이다.

      어떤 데이터든지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하고 '인사이트'를 던져주지 않는다.

      새로운 데이터가 등장하면, 기존의 다른 데이터에서 검증되었던 다양한 이론이나 기법들이

      새롭게 시도되어야 하며, 그러한 과정을 통해 새로운 데이터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되어야 한다.

      그런데 SNS를 중심으로한 빅데이터 시장의 초기에는 이러한 노력과 연구 없이

      데이터가 던져주는 그럴듯한 '흥미'를 전달하는 데에만 집중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기는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어려운 전문 분야라는

     포지셔닝이 되었으면 지금처럼 더디지는 않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4. 온라인에서의 소비자 행동이 더욱 중요해졌다.


    - 비단 온라인에서의 구매 행동 뿐만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평소 생각이나 느낌,

      경험을 얘기하는 장소로서도 온라인은 중요한 채널이 되었다.




물론, '빅데이터'라는 생소한 이슈에 휘둘려 무분별하게 시도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건 아니다.

어떤 경우라도 시장의 확산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을테니까.


하지만, 무분별하게 시도한 후에도 데이터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혹은 적극적으로 사용하려는 의지가 필요하지는 않을까?


잠깐 품었던 불만을 끄적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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