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가의 <추천 도서>
갑자기 생각을 조금 해 봤는데,
책을 다 읽고 난 후 "재미있다"는 느낌을 주는 책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 전체가 다 그렇지는 않더라도, 부분 부분 시선을 머물게 하는 글귀들이 있다.
공감이 가서 멈칫할 때도 있고, 배우는 게 있어서 곱씹어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 책이 술술 읽힌다. 책이 술술 읽힌다는 것은 문체가 유려하기 때문이다.
내 경우는 약간 말투와 맞닿아 있는 글투를 좋아한다.
- 어려운 내용이나 용어를 최대한 쉽게 풀어 놓은 책들이 재미있다.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이해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만큼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없다.
그런데 이런 글을 쓰려면, 또 이런 책을 만들려면
작가 입장에서는 엄청 많은 고민과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전체적인 내용을 구성하면서 적절하게 지식을 풀어 놓아야 하고
문장과 문장이 매끄럽게 이어지게 수도 없이 고쳐 써야 하며
적절한 단어 하나를 찾기 위해 사전을 뒤적여야 한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쓰는 게 어려운 이유는
어디까지 쉬워야 쉽다고 받아들여질까에 대해 모르기 때문도 있지만
쉬워지면서 혹 전문성이 조금이라도 훼손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되기 때문이다.
교양서나 소설이 아닌, 전문적인 이론이나 방법론들을 다룬 책들은
물론 '아직 그 전문성에 대해 1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를 핵심 타겟으로 하나
작가 입장에서는 전문가가 보기에도 손색 없는 책을 써야한다는 강박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책이라도 늘 전문성을 잃지 않으려 노심초사 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을 꽤 여러 번 했다.
(이기복 저 / 디지털북스 출간)
무려 475p 분량이고 가격도 29,700원이다.
그만큼 방대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 비교적 술술 읽히는 구간이 많아서 따라가기가 수월한 편이다.
챗GPT를 이용한 데이터 분석 사례가 많이 포함되어 있고
'노 코드 (No-Code)'라는 제목 답게 코딩을 모르는 독자라도
쉽게 데이터 분석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코딩을 사용하지 않고도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다!" 라고 하면
가끔 수박 겉 핧기 아니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런데 컴퓨터를 예로 들어서 생각해 보자.
윈도우 같은 운영 체제가 없던 시절에는 검은 바탕에 흰색 줄로 익숙한 DOS 화면으로 명령어를 내렸다.
그 역시 코드다. 코드는 '암호'라는 뜻이고, 결국 컴퓨터와 대화하는데 필요한 암호, 언어이다.
하지만 윈도우 운영체제가 생기면서 모든 건 코드가 아닌 '클릭'으로 변했다.
데이터 분석도 마찬가지다. 코딩 열풍이 불 정도로 대중화가 되기 시작하면
누군가는 클릭만으로도 되는 툴을 개발해서 판매하기 마련이다.
지금은 AI 서비스가 이를 조금씩 대체하고 있는 것이고
결국에는 코딩을 기깔나게 잘 하는 사람은 결국 소수에 불과해질 것이다.
그러면 코딩을 몰라도 될까? 아니다. 윈도우 운영체제를 사용하더라도,
조금 더 다양하게 컴퓨터를 활용하려면 때때로 DOS 창을 열 일이 많지 않은가.
요즘 많은 책들이 노코드, 로코드 등에 대해서 얘기하는 이유는 (내 생각에는)
그것만 알아도 돼! 라기 보다, 코딩에만 집착하면 알 수 없는,
데이터의 본질에 조금 더 집중해 보자는 것이고
나아가 데이터 분석이 도대체 무엇인지, 코딩이라는 허들을 지나지 않더라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싶기 때문이다.
책 내용 중에,
라는 문구가 있다.
맞다. 데이터 분석가들은 문제를 풀기도 하지만
문제를 인식하고 발견하고 때로는 만들어서 분석하는 일들이 참 많다.
굳이 나누자면 '코딩'은 문제를 푸는 방법에 속한다.
그래서 코딩에만 몰두하면 문제를 잘 푸는데 익숙해질지는 몰라도
문제를 만드는 경험은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코딩을 몰라도 돼! 라는 것이 아니라,
코딩을 잠시 내려두고, 그건 챗GPT에게 일단은 맡겨 놓고
조금 더 데이터 자체에 집중하자는 것이 노코드, 로코드를 소개하는 이유일 것이다.
데이터 분석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경험을 해보고자 하는 독자라면,
그리고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 챗GPT에 대해 알고자 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곁에 두고 반복적으로 읽어 볼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