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기 전 인터넷에서 많이 보던 글들 중 하나는 "엄마들 모임 꼭 만들어야 하나요?"였다.
얼마 전 책에서 읽은 문구가 생각났다.
어렸을 때는 만나기는 쉽고 헤어지기는 어려웠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만나기를 어렵고 헤어지기는 쉬웠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이제와 생각해 보면 시절인연인 친구들과의 손절은 정말 어렵다. 나의 추억이 담겨있는 것 같아 성향이 안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꾸역꾸역 그 인연을 끌고 나간다. 그래서 나이 30이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누군가를 만나는 데 있어 굉장히 신중해지기 마련이다. 하물며 아이 친구의 엄마들이라니.
아이의 정보는 교류하고 싶지만, 더 깊은 감정 소비는 하기 싫다. 가끔씩 만나서 하하 호호 얕은 대화를 주고받는 일이 아이의 친구를 만들어준다는 명목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나랑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단톡방에 들어가 있지도 않고 (나를 제외한 단톡방이 있을 수 있으나) 아이 친구 엄마를 정기적으로 만나는 일도 거의 없다. 1학년 때 성향이 맞는 친구들을 만난 아이가 방학 때 그 친구들과 만나서 놀고 싶다 하여 밖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연락처를 주고받은 2명의 엄마들과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을 뿐, 2학년, 3학년에서의 교류는 전무하다.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리운 것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성인과의 대화!
아이와의 대화 역시 즐겁지만, 어제 본 드라마 얘기를 같이 하기에는 아직 어리고,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기에도 어리다. 이러다 내가 내 나이에 맞는 단어를 다 까먹고 말아 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루에 제대로 된 문장을 몇 개 안 뱉는 날들도 많다. 그럴 때 이런 엄마들 모임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멘털이 중요하다. 그 모임에서 나오는 대화에 상처받지 않아야 하며, 우리 아이와 남의 아이를 비교하지 말아야 하며, 너무 깊은 대화도 삼가야 한다. 본디 사람은 다 다르지 않은가.
거기서 삶의 소소한 재미만 취하고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저런 사람도 있고 저런 아이도 있고 저런 부모도 있구나. 그들을 나쁘게 볼 것도 나를 잘나게 포장할 것도 없이 같은 학년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비슷한 연령대의 여자로 바라보는 것이다. 나이 들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만 그걸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나 스스로인 듯싶다.
어제 아이의 운동회가 있어 학교에 갔다. 그곳에서 삼삼오오 모여있는 엄마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어디 나랑 엄마 모임 할 사람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