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마에게'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를 키워보니 이 말이 백번 맞다.
독박육아라는 말은 왜 지금 시대에 나왔을까? 우리가 어렸을 때 우리 어머님들은 아이를 남편과 함께 키웠을 리 없다. 가부장의 시대에 살았던 그녀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게 아이를 키웠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들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고 있다. 아니, 친한 경우도 많다. 심지어 아랫집에 누 가사는지도 안다. 심할 경우에는 아파트 한 라인에 대충 누가 사는지 다 알고 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보니 오랜 시간 아이를 봐줄 사람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하교하고 학원가는 틈 20분에서 30분, 혹은 잠깐 일찍 끝나는 날에 붕 뜨는 시간 30분. 그때 아이를 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전업맘이라면 케어가 가능할 수 있지만 학교 바로 옆에 있는 학원들을 연달아 보내는 게 아니라면 1시 이후의 나만의 시간은 꿈도 못 꾼다. 워킹맘이라면 더더욱 힘들다. 출산율 0.7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이렇게 비싼 집값, 비싼 물가. 오롯이 나 혼자 먹고사는 것도 힘들어진 세상에 아이를 낳아 올바르게 키워도 이미 벌어진 양극화로 나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사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결론.
영화 '사마에게'는 시리아 내전 한복판에서 사마를 낳고 살아가는 일상을 그대로 담았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실제의 모습 그대로를 촬영하여 영화화한 것이다. 영화의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이런 세상에 태어나게 한 엄마를 용서해 줄래?
요즘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 영화의 문구가 자꾸만 떠오른다. 물론 전쟁과 비교할 수는 없다. 비교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얼마 전 국민연금 개혁안을 듣고 더더욱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어른들이 해결해야 하는 그 많은 것들을 어린이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알고 있을까? 지금 너희들이 한국에서 힘겹게 경쟁해서 얻은 것들이 어떻게 사용될지. 이 땅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외국에 나가보면 우리나라에 대한 애국심이 차오르기도 했지만, 오늘은 그런 나라가 미웠고 아이에게 한없이 미안해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