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못 갔던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부쩍이나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씀을 자주 하시는 엄마. 듣고 보면 해외여행 못 갈 것도 없다고 느껴지지만, 엄마는 3대가 다 같이 가고 싶으신 거다. 언니네 가족, 우리 가족, 그리고 부모님. 성인 6명에 초등학생 2명, 도합 8명의 인원이 다 같이 말이다. 아이가 5살 무렵 사촌 동생이 사는 스위스에 결혼식 참석을 위해 다 같이 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아이가 어렸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크게 없어서 유모차에 앉아 잘 따라다녔던 시절이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살짝 다르다. 아이는 초등학생이 되었고, 자신이 원하는 곳,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명확해졌다. 조금만 많이 걸어도 힘들다고 짜증을 내는, 말 그대로 천하무적 초등학생이 된 것이다.
부모님은 손주들 원하는 곳 어디든 상관없다며 가고 싶은데로 정해보라고 하시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해외여행지가 어디겠는가. 물놀이 잔뜩 하는 휴양지 일 것이다. 그곳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면, 과연 부모님이 재미있어하실까? 나는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부모님의 니즈와 아이들의 니즈 두 가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국내여행도 아니고 돈깨나 들여가는 해외여행인데 어느 한쪽의 취향만 맞추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내 말을 듣고 그 말도 일리는 있지만, 자신들은 정말 상관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셨다.
요즘 인스타그램에 유행하는 해외여행 갈 때 금지 십 오계명이 떠올랐다.
이게 부모님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여행을 같이 가는 동반자 중 나이 상관없이 한 번씩은 해봄직한 말들이다. 생각해 보면 그곳에서 서로 투닥거린다 한들, 짜증 낸다 한들, 돌아서면 화해할 수 있는 게 가족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그때 거기서 말이야, 네가 그래가지고 어쩌고 저쩌고 같은 얘깃거리로 남을 수 있는 추억인 것이다.
오늘도 여전히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 '부모님 두 분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다녀와야지'라는 속삭임과 '그냥 2박 3일 국내여행이나 갔다 와'라는 속삭임이 치열하게 다투는 중이다.
모두들 3대 해외여행 다녀오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