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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와정 Jul 26. 2024

설렘은 어느 포인트에서 시작되었나

이때부터 시작이었나?

언제부터 교류가 시작되었는지 얘기해 보자면


C와의 첫 대화는 디자인팀과 기획팀의 합동 회식 자리였다.

디자인팀 동료분들이 나와 동갑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말을 편하게 놓아보라길래, 그에게 “97년생이시죠?” 한마디 꺼냈다가 돌아온 답변이라고는

“빠른 인데요.”였다. 본인은 빠른 이니까 일반 97인 나는 말을 놓지 말라는, 또한 이외에 그냥 말 걸지 마라의 느낌이었기에 그냥 나랑 말하기 싫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더불어 참나 그냥 좀 친해질 수는 있는 거 아닌가? 꼭 저렇게 싹수없게 말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당시에 그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날의 회식이 끝이 났다.


그 후 그와는 프로젝트도 겹치는 것이 없었기에 현 회사를 약 1년 5개월 다녔을 쯤까지 교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획팀과 디자인팀이 합쳐서 UX팀이 되었고 같은 팀이 되어 또다시 한번 같이 회식을 하게 되었다.

이번 회식 때는 같은 테이블에 앉았는데 내가 있던 테이블에서는 유일하게 C만 기획팀이었고 디자인팀 사이 혼자만 기획팀이라 처음에는 어색해하다가 이내 술을 안먹는 우리 사이에 있으니 마음이 편해졌는지

한결 표정이 밝아보였다.

지난 회식과는 다르게 말도 잘하고 은은한 장난도 칠 줄 아는 사람이었지만 여전히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본인 이야기를 살짝 해주었는데 여자친구가 있었고,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는 요즘 보기 드문 청정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중 다른 테이블에 앉은 기획팀D 사원이 나에게 술을 권했고 근래에 술을 끊었던 나는 마실까 말까 고민을 억만 번 하고 있었다. 후에 일단 술을 받았지만 아직 짠은 안했으니 잔을 내려 두었는데 C가 갑자기 조용히 술을 안마셔도 된다며 잔을 다른 곳에 비운 후 사이다를 따라 주었다.

나는 이런 배려에 사실 갈대처럼 흔들리는 금사빠 인간이라 "아유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이 이렇게나 배려쟁이라니.. 나 좀 설렜나"라는 생각을 하다 그의 여자친구의 존재를 다시금 떠올려 짜게 식혀버렸다.


그렇게 두 번째 회식이 지났고 이후엔 다시 교류가 없을 줄 알았건만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현재 Figma(피그마)라는 협업툴을 사용 중이고 이 디자인툴의 최대 장점은 원활한 협업이 아무래도 가장 큰 요소이다.

때문에 마우스 커서가 있는 곳에서 바로바로 채팅을 할 수 있는 커서챗 기능과 작업물에 코멘트도 달 수 있으며 아무튼 즉석으로 소통할 수 있기에 수정사항 또는 기획안에 대한 질문을 할 때에 이 기능들을 자주 사용하곤 했는데 업무적 대화 외에도 장난과 일상 이야기를 점점 하게 되어 친밀감이 생겨나버렸다.

그렇게 회사 이야기, 회사에 대한 불만, 유년시절 이야기, 게임 이야기 등 정말 별 이야기는 전부 한 것 같다.

그러다 번호를 교환하게 되었고 퇴근 후에도 쉬지 않고 카톡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해졌고 게임도 같이 하고 그런 편한 사이가 되었는데 문득 아차 싶었다.


"아, C는 여자친구가 있잖아? 여자친구가 어쩌면 나를 안좋아하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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