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ng Me The Horizon - Amo
데쓰코어란 장르는 뉴메탈만큼이나 리스너들에게 호불호가 강하게 갈린다. 뉴메탈이 메탈과 힙합에서 특정 요소들만 차용해서 새로운 하이브리드 장르를 창조했듯이, 데쓰코어는 데쓰메탈의 창법이나 사운드적인 요소를 몇 가지 차용하긴 했으나 그 성격 자체는 오히려 메탈코어나 뉴메탈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쓰메탈의 골수팬들에게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장르의 특정 요소만 훔치되 핵심적인 요소에서는 데쓰메탈을 따라가지 않는 괘씸한 장르로 여겨지기도 하며, 평론가들이나 매니아 층에서도 데쓰코어에 대한 평가는 뉴메탈만큼이나 박한 편으로 보인다. 그래도 여러 장르에서 흥행할 만한 요소나 전면적으로 부각되는 것들을 잘 조합한 장르답게 척박한 메탈씬에서는 나름대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2000년대 중후반 미국에서 Suicide Silence라는 팀이 초창기 보컬 미치 루커의 얄쌍한 외모로 소녀 메탈팬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던 무렵 영국에서는 Bring Me The Horizon이 나름 여성팬들의 사랑을 얻고 있었다.
두 밴드는 음악적 성향도 비슷하고 보컬의 외모도 유사한 탓에 초창기엔 많이 비교되었으나 현재는 그 노선 자체가 아예 다르다. 대부분의 앨범에서 우직하게 데쓰코어와 메탈코어의 노선을 추구한 Suicide Silence와는 다르게 Bring Me The Horizon의 경우에는 2집, 3집에서는 일렉트로닉 요소나 대규모 합창 및 여러 가지 실험적 요소를 섞고, 4집 'Sempiternal'에서는 데쓰코어적인 느낌을 아예 버리고 멜로디가 강하게 부각되는 메탈코어를 선보였다. 5집 'That's The Spirit'에서는 아예 대놓고 뉴메탈과 팝적인 요소를 전면에 드러내면서 Thirty Seconds to Mars나 Linkin Park 같은 밴드와 비교되기에 이르렀고,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은 이들의 음악적 변화에 호응하였으나 씬의 매니아들에게는 질시와 야유를 받는 팀이 되었다.
사실 데뷔 후 초창기에도 이들이 장르팬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팀은 아니었다. 애초에 데쓰코어라는 장르 자체가 상술했듯이 매니아들에게 평가가 박한 측면도 있는 데다가, 보컬 및 전체적으로 멤버들의 비주얼이 앳되어 보이는데 여성팬들도 많이 보유한 탓에 '메탈 장르의 보이밴드'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앨범을 내면 낼수록 점진적으로 대중적으로 음악성이 변화했기에 '돈에 물들어 메탈을 버린' 팀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겪어온 밴드가 아예 대놓고 '탈 메탈'을 선언하고 팝을 적극적으로 내세운 앨범이 2019년 발매한 밴드의 6번째 앨범인 'Amo'이다.
첫 인트로와 두 번째 트랙인 'Mantra'까지는 이전 앨범 'That's The Spirit'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사운드로 전개되지만 이후 아예 EDM을 전면에 내세운 3번 트랙 'Nihilist Blues'가 시작되면서 청자를 당혹시킨다. 이후 'In the Dark', 'Medicine', 'Mother Tongue' 같이 잘 만들어지긴 했지만 메탈 장르에 속한 음악이라고는 하기 힘든 트랙들이 포진해 있어 이 앨범은 확실히 메탈보다는 팝에 가깝다는 것을 공고히 한다. 실제로 멤버들도 당시의 인터뷰 때 Twenty One Pilots, Billie Eilish 같은 뮤지션들을 자주 언급하거나 커버했던 것으로 볼 때 이 앨범에서 이들은 메탈 장르의 팬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욕구가 아예 없었던 듯 보이기도 한다. 물론 림프 비즈킷과 람슈타인의 패러디인 듯 보이기도 하는 트랙 'Wonderful Life'나 'Sugar Honey Ice & Tea', 'Heavy Metal' 같은 트랙에서는 언뜻 메탈의 요소가 보이기도 하지만 마치 너바나가 92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할 듯 말 듯 하면서 'Smells Like Teen Spirit'을 끝까지 연주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들도 이 당시에 앨범 내내 리스너에게 메탈을 들려줄 의지가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네가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두려워. 왜냐하면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녀석이 자기는 원래 팬이었지만 이 쓰레기 같은 건 헤비메탈이 아니라고 했거든."이라는 자조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트랙 'Heavy Metal'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들 역시 장르 팬들에게 수 없이 까이는 자신들의 위치에 대해 고민이 많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씬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 계속 실험과 모험을 반복하였기에 현재 이들은 독보적인 위치에 서 있다. 기성세대의 유명 팀들만이 포스터 라인업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현세대 메탈 밴드 중에는 유일하게 락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서고, Ed Sheeran이나 Sigrid 같은 팝스타나 Lil Uzi Vert 같은 유명 랩퍼와도 콜라보레이션을 한다. 많은 메탈 밴드들이 이들을 흉내 내 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이따금 준수한 결과물을 내는 이들도 있지만 아직도 제2의 Bring Me The Horizon이라고 칭할 만한 팀은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이들이 메탈을 아예 버렸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따금 콘서트에서 데쓰코어 메들리를 선보이며 초창기부터 자신들을 응원해 준 팬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하고, 'Amo' 이후에 발매한 'Post Human: Survival Horror' 앨범에서는 이전에 비해 더 흉포한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가장 최근에 발매한 신곡 'AmEN!'은 근래 이들의 다른 어떤 곡보다도 가장 초창기의 음악에 가까운 헤비함을 자랑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Amo'라는 틀을 깬 앨범이 존재했기에 지금 또 이들이 다시금 메탈을 선보여도 리스너들이 신선하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욕하지만 결국에는 모든 이들이 흉내 내는 밴드, 메탈 팬들에게 끝내 사랑받지 못해 그 씬에 불을 질러 장르의 틀을 파괴해 버린 밴드, 그것이 내가 보는 Bring Me The Horizon이고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며, 이러한 이들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앨범이 'Amo'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