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세상을 뒤흔들어놓았던 그 앨범

Linkin Park - Meteora

by 핵보컬

올해 초에 뉴메탈 팬으로서는 흥분되는 소식이 있었는데, 바로 밴드 Linkin Park의 2집 'Meteora'의 발매 20주년을 기념해서 신곡을 공개한다는 것이었다. 여러 요인으로 인해 더 이상 새로운 린킨 파크의 곡은 없을 것이라 모두 생각했었는데, 완전한 신곡은 아닌 기존 미발매곡의 공개였지만 그래도 기대감을 키우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2023년 4월에 'Meteora 20th Anniversary Edition'이 정식 발매되었고, 대략 5곡의 완곡 형태의 미발표곡이 공개되었다. 이전에 만들었다가 공개하지 않은 곡인만큼 다소 오래전에 완성되었다는 티가 좀 나고 기존의 싱글만큼 완성도가 높진 않았으나, 오랜만에 듣는 보컬 체스터 베닝턴의 목소리는 반가웠고, 린킨 파크 특유의 트레이드마크 사운드 역시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1_2000_1_klein.jpg 우리가 바로 뉴메탈 아이돌

2000년대 초에 린킨 파크는 하나의 문화 현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Korn과 Limp Bizkit이 다져놓은 토대 위에서 그들은 뉴메탈 씬에서 뿐만 아니라 음악 시장에서 제일 인기 있는 트렌드세터로 자리 잡았다. 림프 비즈킷의 음악이 마치 Stussy의 번쩍번쩍하는 금색 목걸이 같은 느낌이었다면, 린킨 파크의 사운드는 Chrome Hearts의 잘 빠진 실버 주얼리 같은 인상이었다. 군더더기 없고, 무언가 흉내 내고 싶지만 따라 하기 힘들면서 필요한 포인트에서만 치고 빠지는 그런 음악이었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러한 린킨 파크 특유의 사운드가 절정에 올랐던 음반이 바로 그들의 2집 'Meteora'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2000년에 눈부시게 메이저 데뷔한 이들은 'In the End', 'One Step Closer', 'Points of Authority' 등 거의 모든 트랙이 히트 싱글만큼의 파괴력을 지녔던 1집 'Hybrid Theory'의 영광을 어떻게 이을 것인가 하는 세간의 기대와 우려를 온몸으로 받으며 2003년에 2집 'Meteora'를 발매했다. 이들의 전략은 1집에서 흥행을 이끈 요소들을 더 크게, 더 제대로 극대화시켜 보자는 것인 듯했는데, 이것이 제대로 먹혀서 2집 역시 소포모어 징크스는 남의 일이라는 듯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

linkin-park-2000-web.jpg 날아오르라

세상에서 제일 단순하고 짧은 트랙인듯한 인트로 'Foreword'의 타격음이 끝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2번 트랙 'Don't Stay'로 이어지는데, 이 이후에는 1집과 마찬가지로 모든 트랙이 싱글컷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잘 빠진 사운드의 완성도 높은 곡들이 쭉 이어진다. 첫 싱글 'Somewhere I Belong'에서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마이크 시노다의 깔끔한 랩과 체스터 베닝턴의 감성적이면서도 거친 멜로디는 이들의 호흡이 'In the End' 이후에 더 타이트해졌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며, 정신없이 내달리는 듯하면서도 딱 떨어지는 절도가 느껴지는 트랙 'Faint'는 그 탄탄한 구성으로 인해 린킨 파크의 최대 히트곡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 외에도 체스터 베닝턴의 보컬로서의 기량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Breaking the Habit'과 'Numb' 같은 멜로디컬한 트랙들이 타 뉴메탈 밴드들과는 차별화되는 린킨 파크만의 매력을 청자에게 전달하는 동시에, 'Hit the Floor'나 'Figure.09' 같은 곡들이 헤비함을 놓치지 않으며 앨범의 무게감을 잡아준다.


이후 이들의 행보 역시 굉장히 흥미로운데, 뉴메탈 밴드로서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3집에서는 'What I've Done'과 같은 멜로디컬한 트랙, 'Given Up'과 같이 헤비한 트랙을 철저히 분리시켜 각각에 힘을 주고 록밴드로서의 정체성에 더 큰 무게를 실었으며, 4집에서는 굉장히 난해한 음악을 선보이며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밴드가 되었다. 5, 6집에서는 다시 어느 정도 이전의 뉴메탈스러운 정체성을 재확립하였으나, 이후 문제의 7집 'One More Light'에서는 The Chainsmokers가 연상되는 일렉트로닉 팝 음악을 시도하였다. 6집까지는 호불호는 갈려도 어느 정도 팬들의 호평과 흥행을 끌고 가고 있었으나, 7집은 평단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팬층 역시 크게 이탈하고 반감을 갖게 되면서 밴드의 입지가 크게 약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linkin_park__complete_discogra_1657907843_b24564b3_progressive.jpg 장대한 디스코그래피

2017년 7월 20일, 보컬 체스터 베닝턴이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뉴스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7집 앨범을 향한 리스너들의 조롱 섞인 악평, 절친이자 사운드가든과 오디오슬레이브의 보컬로서 멘토이기도 했던 크리스 코넬의 죽음 등이 평소 그를 괴롭히던 우울증을 악화시켰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으나, 사망 몇 시간 전만 해도 가족들과 환하게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그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본인만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우울증이라는 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 수 있는 예시이기도 한데, 체스터 베닝턴의 죽음은 내게 개인적으로도 참 큰 아쉬움과 슬픔을 안겨주었다. 어릴 때부터 그의 음악을 들어오기도 했고, 내가 밴드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도 가장 큰 영향을 준 보컬 중 하나이기에 마치 가까운 지인이 세상을 떠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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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킨 파크의 1집부터 6집까지 거의 모든 음반을 CD로 소유하고 있지만,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2집 'Meteora'이다. 1집 'Hybrid Theory'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듯한 사운드의 퀄리티와 앨범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 보다 더 매력적인 곡들이 귀를 즐겁게 해 주고, 이후 3집부터 6집까지의 앨범들도 각기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고 좋은 곡들이 있지만, 2집만큼 반복적으로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듣기에도 상대적으로 타 메탈 앨범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고 쉬운 느낌이지만 결코 흉내 내거나 따라 하는 것은 어려웠던 개성이 뚜렷한 밴드 린킨 파크를 추억하며 오늘은 'Meteora'의 20주년 에디션을 다시 재생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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