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엄마는 아빠 편만 들고 나만 혼내요!"
밥 먹을 때 아빠가 쩝쩝거리는 소리를 극도로 싫어하는 청각이 예민한 딸내미가 항의했다.
'아빠는 구강구조상 소리가 잘 나는 지라 어쩔 수 없다' '파리에서는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하는 문화가 있다'며 핑계를 댔지만 밥 먹을 때 입 벌리며 이야기하는 아빠가 더럽다며 악다구니를 썼다.
옛날 친정엄마 같았으면 이유 막론 혼나자빠질 일이지만 우선은 함께 감정싸움을 하는 대신 감정을 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이미 남편은 밥 먹다 빈정이 상해 감정적인 말들로 딸아이와 언쟁을 벌였다)
"아빠는 남이라서 엄마가 예의를 더욱 지켜야 돼.
하지만 넌 혈육인지라 조금 더 편하게 대한 것 같아. 미안해.
앞으로는 아빠든 너든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해야 할 때는 둘이 있을 때 할게"
진지하게 조곤조곤 말하는 내 이야기를 듣던 남편은 딸아이에 이어 한방 더 맞은 얼굴이었다.
반면 아빠에게 화가 났던 아이는 도리어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지 금세 아빠에게 다가가 볼을 비비적거리며,
"아빠도 내게 피를 주었어" 했다.
그래, 피가 물보다 진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