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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석 Apr 05. 2021

현질과 탕진잼을 아시나요?

현금과 절약이 몸에 밴 이들에게

"엄마, 나 현질하고 싶어!"



9살 딸아이가 게임을 하다가 절규하듯 소리칩니다. 알뜰한 시어머니 밑에서 잘 자란 남편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다는 듯한 눈초리를 아이에게 보냅니다.

현생, 현질. 처음에는 단어의 뜻 조차도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게임과 유튜브를 즐겨하는 아이와 소통을 위해서는 조금은 알아야겠다 싶어 검색을 해보고 나서야 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직접 구매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음식도, 책도, 옷도 아니고 천하 쓸데없는 게임 아이템이라니 하며 치부해버리고 싶은 마음을 한 템포 쉬어줍니다.




그리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41살 내가 9살 딸램이 되어봅니다. 생각보다 잘 안될 때는 32년 전 9살이었던 나로 돌아가 봅니다. 난 참 사고 싶고 갖고 싶은 게 많은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내 마음도 몰라주고 안된다고만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관련 문제집은 사겠다고 하면 잘 사주셨습니다. 그래서 가끔 13000원짜리 문제집을 15000원으로 둔갑시켜서 말하고 나머지 금액을 차근차근 모아 사고 싶던 일기장을 구매하거나 가죽 팔찌 등을 사곤 했습니다. 엄마에게는 전혀 쓸데없는 물건들을요.

 



그 이유 때문일까요? 얼른 독립하고 싶었습니다. 돈도 벌어서 내가 원하는 것들, 허락받지 않고 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학교 아르바이트 시절 열심히 알바를 한 만큼 더 열정적으로 쇼핑을 했습니다. 정말 쓸데없는 물건들을요. 아마 그 필요 없는 물건을 사는 쇼핑 자체의 기쁨에 매료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버릇은 마흔이 넘어도 아주 없어지진 않아요. 하지만 반백살이 넘어 이제 예순이 되신 친정엄마도 하염없이 (다른 이에게는) 쓸데없어 보이는 것들을 사고 또 쟁겨놓다 버립니다.





아이의 경제공부, 어떻게 시킬까?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저조차도 제대로 못하는 일이니 시키는 건 무리수였어요. 그래서 저는 최대한 다양한 경험과 느낌을 어릴 때부터 주고 싶었어요. 말보다 글보다 책 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직접 체험 아닙니까? 그래서 무려 "5만 원" 현질을 할 수있도로 도움을 주었습니다. 대신 본인이 외할머니께 받은 세뱃돈으로 한 거지요. 하지만 탕진잼의 기쁨은 단 하루도 지속되지 않고 오히려 더 큰 욕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았지요. 9살짜리 가요. 그러고는 며칠 뒤 어느 날인가 현질 하는 게임은 삭제했다고 딸이 말하더라고요. 저는 속으로 므흣한 미소를 지었습니다.(누군가는 현질 한 돈 5만 원이 아깝게 왜 삭제했냐고 할 수 도 있겠지만...ㅎㅎ)




우리는 아이가 너무나 올곧고 상처 없이 바르게만 자라길 바라요. 하지만 어릴 때 작은 실패와 마음의 스크레치를 경험하면_특히 그것이 수동적인 것이 아닌 능동적인 자신의 결정에 의한 것이라면 회복도 그만큼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남편은 저의 이런 교육관(?)을 그다지 탐탐치 않아할 때도 있지요. 하지만 저는 아이를 믿어요. 아이는 믿는 만큼 자란다고 이적의 어머님 박혜란 선생님도 이야기하셨잖아요. 그래서 오늘도 눈감고 귀 닫고 그저 믿으며 그녀가 살아있다는 인생의 묘미를 느끼길 바랍니다.


후회할 짓 해도 다음에 안하면 되니까 괜찮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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