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누워있는데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가 소곤소곤 이야기를 합니다. 주로 본인이 학교에서 겪은 슬프거나 억울하고 힘든 일을 자기 전에 했던 터라 가만히 듣고 있었습니다. 어떤 아이 코를 실수로 때렸는데 그랬더니 그 아이도 복수의 마음인지 이마를 때렸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화가 나서 그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코피 나는 거 좋아했어." 하며 씩씩 거렸다는 데, 뭔가 근거 없고 자기중심적인 내용이었지만 본인은 엄청 속상했는지 덩달아 감정이 격해지는 듯했습니다. 그러고는 속으로 욕을 했다며, 저에게 그 욕들을 알려주는데 차마 여기에 쓸 수 없는 단어들이더라고요. 요즘 유튜브 채널에 욕을 하는 경우도 많아 응당 그러려니 했고, 오히려 욕 잘하는 남편(화가 날 땐 제대로 뿜어주시는)에게 욕을 배워 써먹을 때는 화끈하게 써야 한다 가르쳤던(?) 저였지요. 그런데 정말 화가 난 그 상황에서 나온 아이의 욕은 분으로 똘똘 뭉쳐져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욕이라는 단어에 더러운 무언가가 잔뜩 묻어 저의 귀에 들어온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친정엄마가 욕을 하면 엄청 혼냈지요. 우리를 예의 바른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인사와 바른말을 철저히 시켰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친정엄마는 욕을 매우 잘하시는 분이시지요. 아무튼 저는 그래서 욕에 대해 부정적이라거나, 긍정적이라는 흑백논리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욕을 잘 안 해본 저이지만 욕을 많이 애용하는 가족들이 곁에 있던 이라 그런 듯합니다. 우선 욕을 제대로 하면 시원한 마음이 들지요. 저는 화가 나도 속으로 삭히다 보니 그 미움의 덩어리가 가슴에 모여 딱딱한 혹이 된 것을 경험했지요. 그래서 저는 우리 딸은 착한 아이가 아닌 욕도 시원하게 잘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했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욕을 잘 못하니 아빠에게 배우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젯밤 딸아이의 증오가 가득 찬 진짜 리얼 욕을 듣는 순간 제가 불편한 마음이 드니, 그건 나쁜 말이야 라며 훈계를 하고 싶어 졌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하고 싶은 3초를 참고 다 들어주었습니다. 결국은 마지막에 저에게 화가 나면 속으로 욕을 하는 방법과 단어들까지 추천해주더군요. 그러고는 마지막에 이 말을 덧붙여 저는 참았던 순간을 잘했다 생각하게 되었지요.
엄마, 이 말을 하게 되면 상대방이 놀랄 수도 있으니 최대한 안 들리게 하셔야 해요.
아이는 충분히,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욕을 밖으로 수시로 내뱉는 어른들보다 더 깊게 말이지요. 앞으로도 어떤 것이든 제 잣대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아이가 정의하고 결론 낼 수 있도록 곁에서 3초간 지켜보고 싶습니다. 저는 아이를 믿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