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는 것과 조직을 세우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마치 물건을 파는 것과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 닮은 듯 전혀 다른 것처럼.
사업을 시작하며 제일 먼저 손을 댔던 일은 채용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내 시간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력서를 보는 일은 생각보다 지루하다. 설렘보다는, 무게감이 앞선다. 사람 한 명이 오고 가는 일이 조직에 미치는 파장은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단 한 장의 지원서도 허투루 넘길 수 없다. 경력과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를 보며 그 사람이 어떤 삶을 걸어왔는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를 조심스레 상상한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회사의 이름으로 사람을 뽑는다는 건, 어쩌면 로또를 긁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래도 HR 경력 15년, 그리고 마케터로서의 감각을 총동원해 지원자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채용공고를 만들었다. 뜻밖에도 많은 이력서가 도착했다. 들뜬 마음으로 하나씩 펼쳐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읽을수록 마음이 서늘해졌다. 그들의 삶이 문장 사이사이에 비쳤다. 어떤 이는 얼마 전의 나처럼, 한때 잘 달리던 길 위에서 방향을 잃은 듯했고, 어떤 이는 이제 막 세상에 첫 발을 내딛으려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의 커리어는 비슷한 궤적을 그린다.
젊은 날엔 남보다 빠르게 자리 잡고, 탄탄대로를 달린다. 그러다 기회라 부르는 파도를 타며 이직을 거듭한다. 몸값은 부풀고, 한때의 성공담과 익숙한 기술에 의지한 채 조금씩 실무와 멀어진다.
그리고 문득, 어느 날,
은퇴를 하기도 새로 시작하기도 애매한 나이와 위치에 선다.
그 어정쩡함이 주는 쓸쓸함.
아마 그게 ‘영포티’의 초상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들인 신입들도 있다. 어쩌면 그들의 ‘백지’가 더 나을지 모른다. 실패할 권리와 가능성의 시간, 그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백지로만 채운 조직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금세 중간관리자의 비명이 터진다.
3년에서 7년 차, 그 짱짱한 시절의 인재를 찾는 건 하늘의 별을 따는 일이다. 그래도 결국 ‘사람’이 곧 ‘회사’의 얼굴이자 미래이기에 나는 오늘도 채용 공고를 수정하고, 또 올리기를 반복한다.
면접 자리에서 나는 늘 같은 질문을 던진다.
“회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무엇인가요?”
그 답에는 그들의 가치관, 그들의 지난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꼰대 같지만, 나는 ‘사람, 분위기, 보상’을 우선순위로 꼽는 답엔 늘 망설인다. 물론 그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다만, ‘일’을 하러 오는 사람이라면 그 관심이 ‘업(業)’의 본질, 그 안의 가치와 비전에 닿아 있기를 바란다. 나는 직장을 찾는 사람보다, ‘업’을 찾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
한 땀 한 땀 구슬을 꿰어 보물을 만드는 일처럼, 가끔은 한순간의 방심으로 모든 구슬이 흩어져 버릴 때도 있다.
그래도 언제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마음을 다잡는다.
언젠가 이곳이,
얼굴만 보아도 미소가 피고,
뒷모습만 봐도 마음이 든든한
그런 동료들로 가득한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