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다 목이 너무 말라 들른 곳. 문을 열자 왠지 거꾸로 시간이 흐르는 곳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나도 모르게 늘 주문하던 핫 아메리카노가 아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캄캄한 동굴에서 그림자가 움직이며 말을 한다 들어오는 사람들도 왠지 커피색처럼 어두운 얼굴이다 양쪽 볼이 붙을 것 같은 모습의 창백한 할아버지와 부인으로 보이는 휠체어 탄 할머니가 벌써 오래전에 다 식어버렸을 것 같은 커피를 아무 표정 없이 바라보고 계셨다
커피숍 문 넓이 만한 덩치를 한 여자 셋이 양 손에 커피 하나, 물 하나씩을 들고 엉덩이로 문을 열고 나간다 검은색 레깅스에 짧은 티를 입었는데 배가 산처럼 나와있다 역시나 웃음기 없는 어두운 얼굴이다 내가 들어올 때 벽 쪽 의자에 엎드려 있던 남자가 커피를 주문하고 보니 사라졌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친구가 주문을 받고 있었다 일 시작하기 전 일분일초까지 채우다가 일하러 가는 이 매장 직원이었던 듯. 음악도 뭔가 신비스러운 느낌이다 바깥 날씨가 너무 화창하고 밝아서일까.. 동굴에 들어 선 것처럼 뭔가 어둡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