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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의미 있는 일

두 번째 인생의 무대를 찾아서

by 최성호

은퇴를 앞두고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문은 의외로 단순하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직장에 다닐 때는 이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할 틈이 없었다. 회사가 주는 목표와 책임, 가족의 생계라는 무게 안에서 우리는 늘 ‘해야 하는 일’을 우선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는지금, 은퇴 이후의 40~50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과제가 되었다.그 답은 세 가지 질문 속에 숨어 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그리고 나는 어떤 일을 의미 있다고 느끼는가?이 세 가지 원이 겹치는 지점, 바로 그곳이 인생 2막의 무대다.


좋아하는 일 – 마음이 시간을 잊게 하는 일

좋아하는 일이란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 수 있는 일, 반복해도 질리지 않는 일이다.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글을 쓰며, 또 어떤 이는 흙을 만지며 행복을 느낀다. 좋아하는 일은 결국 ‘내 안의 에너지’를 깨우는 일이다.


잘할 수 있는 일 – 삶이 쌓아준 나의 자산

잘할 수 있는 일은 경험에서 비롯된다. 수십 년간 쌓아온 전문성과 인간관계, 문제를 풀어온 방식, 협상력과 실행력 모두가 여전히 유효한 자산이다. 은퇴 후라고 해서 그 능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무대에서 빛을 낼 기회가 된다.


의미 있는 일 – 나를 넘어 타인을 향한 일

의미 있는 일이란, 나의 시간을 누군가의 웃음으로 바꾸는 일이다.봉사나 교육, 지역사회 기여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우리를 다시 살아있게 만든다. 돈보다 더 오래 남는 보람이 바로 여기에 있다.

“65세, 내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영국 트리시아 커스덴(Tricia Cusden)의 이야기은퇴 후의 삶은 ‘끝’이 아니라 ‘다른 시작’일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여성이 있다.영국 런던의 트리시아 커스덴(Tricia Cusden).65세의 나이에 새로운 화장품 회사를 세워, 인생의 두 번째 전성기를 연 인물이다.


그녀는 평생 기업 교육 컨설턴트로 일하며 안정된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은퇴를 앞두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자녀는 독립했고, 생활도 안정됐지만 마음은 공허했다. 세상은 점점 그녀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했다. 백화점의 화장품 매장 어디에도 자기 또래 모델은 없었다. “당신은 꾸밀 필요가 없다”는 듯한 사회의 시선이 불편했다.그녀는 스스로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메이크업과 색채,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일을 좋아했다."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30년간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며 배운 기획력과 실행력, 사람을 설득하는 힘이 있었다.""나는 어떤 일을 의미 있다고 느끼는가?"나이 든 여성들에게 “아직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그녀는 이 세 축이 만나는 지점을 ‘사업’으로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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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일부인 4만 파운드를 꺼내 ‘Look Fabulous Forever’라는 화장품 회사를 세웠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멋질 수 있다”는 뜻의 이름이었다.화장품 업계 경험은 전무했지만, 그녀는 배움에 주저하지 않았다. 메이크업 과정을 수강하고, 직접 공장을 찾아가 자신이 원하는 색조를 제안했다. “그런 타깃은 시장성이 없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그래서 바로 그 시장을 선택했어요. 아무도 관심 두지 않았으니까요.”

그녀의 친구들과 딸들이 모델이 되어 광고를 찍었다. 주름을 포토샵으로 지우지 않았다. “우리는 나이를 숨기지 않습니다”라는 문장이 브랜드의 슬로건이 되었다.유튜브에 올린 첫 영상은 백만 뷰를 넘겼다.댓글에는 “당신 덕분에 다시 거울을 볼 용기가 생겼다”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3년 만에 매출은 400만 파운드를 돌파했고, BBC와 텔레그래프는 그녀를 ‘실버 창업의 교본’이라 불렀다.

“나이 든다는 건 두려움이 아니라 자유의 시작입니다..”그녀의 말처럼, 인생의 후반부는 소멸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창조을 할수 있는 자유의 시간을 가질수 있는 시기다.지금도 그녀는 매일 아침 화장대를 마주하며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기록한다고 한다.나이 듣다는 것은 무언가를 잃는 과정이 아니라,‘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여정’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증명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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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전히, 우리에게 묻는다

100세 시대의 두 번째 인생은 결코 덤이 아니다.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다시 써야 할 새로운 장(Page)이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나는 어떤 일을 의미 있다고 느끼는가?그 답을 찾는 여정이 바로, 당신의 인생 2막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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