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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의 삶이 아니라, 지금의 삶에서 시작하라

지금의 자리에서, 다음 인생을 준비하라

by 최성호

우리는 대부분 좋아서 직장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살아가기 위해 출근한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은 우리의 생명줄이자,가족의 식탁과 아이의 미래를 지탱하는 숨줄이다.


그래서 “일은 일이고, 삶은 삶이다”라는 말이 너무도 익숙하다.

퇴근하면 업무는 잊고, 남은 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해 써야 한다는 생각 그것이 평생을 일해온 우리 세대의 공식이었다.하지만 100세 시대를 사는 지금, 일과 삶을 억지로 나누려는 그 구분이 오히려 우리를 더 지치게 만든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직장에서 보내며,남은 절반을 억지로 ‘삶’으로 구분하려 하니마음의 에너지가 두 방향으로 흩어진다.무엇보다 생업에서 멀어지는 순간,‘일’을 통해 쌓아온 정체성이 무너지고삶 전체가 텅 빈 듯한 허무감이 찾아온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일이 완벽해야 할 필요는 없다.


지금의 자리, 지금의 역할 속에도 배움이 있고, 관계가 있으며, 의미가 깃들어 있다.어쩌면 우리는 이미 돈을 받으며 배우고,사람을 만나며 세상을 경험하는 소중한 기회를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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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생업은 생계를 위한 공간이면서 동시에,제2의 인생을 위한 훈련장이 될 수 있다.
이곳에서 배우는 모든 것이 언젠가 당신의 무대를 넓혀줄 것이다.직장에서 익힌 협상력과 기획력,문제를 해결하는 감각은 단지 조직 안에서만 쓰이는 기술이 아니다.


그 모든 경험이 언젠가 자신만의 일을 설계할 때, 세상을 읽어내는 새로운 언어가 될수 있다.회의실에서 다듬은 말 한마디,거래처와 쌓은 신뢰 한 조각이훗날 전혀 다른 삶의 무대에서 다시 빛을 낸다.지금의 일은 단순한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다음 인생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TSMC의 창립자 모리스 창(Morris Chang)


그는 55세라는 나이에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회사를 세웠다.30년 넘게 업계에서 일해온 그는 이미 은퇴해도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살아온 시간 위에새로운 길을 다시 놓았다.


그의 성공은 나이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나이 덕분에 가능했다.

오랜 세월의 경험이 그를 이끌었고,그 시간들이 기술과 사람, 시장의 균형을 꿰뚫는 안목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TSMC는 전 세계 컴퓨터, 스마트폰, 전기차,그리고 인공지능 시스템의 ‘심장’을 공급한다.그 거대한 산업의 출발점에는 한 중년의 통찰과 집념이 있었다.모리스 창은 젊은 창업자의 혁신 대신,시간이 길러낸 지혜로 세상을 바꿨다.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단지 위대한 반도체 회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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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작이 불리한 것이 아니라,그만큼 깊이 있는 시작이 될 수 있다.세월이 쌓인 만큼 시야는 넓어지고, 마음은 단단해진다.그래서 삶의 후반부는 젊은 날의 복제판이 아니라,경험이 스스로를 진화시키는 시기다.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언젠가 끝나겠지만그 일을 통해 쌓은 경험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매일의 업무 속에서 배우는 언어,협업의 방식, 실패를 감내하는 법 그 모든 것이 미래의 재료가 된다.


100세 시대에 필요한 것은단순히 오래 사는 기술이 아니다.삶의 모든 순간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는 능력,

좋아하는 일과 현재의 일을 연결하고,그 일을 삶의 의미로 통합하는 감각이다.그 속에서 우리는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을 넘어 배우고 성장하며,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사람으로 설수 있다.


지금의 일이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 쌓인 시간,그리고 매일의 작은 배움들이 당신 안에서 조금씩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간다.그 경험들이 쌓여 언젠가 당신의 다음 인생을 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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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인생은 퇴직 이후가 아니라,바로 지금, 당신이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시작될수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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