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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영 Sep 10. 2023

매일이 월급날이야! 짜릿해!

초기 3개월 간의 영업 전략

가게는 원래 부업으로 하려고 했던 터라 매출 목표도 생업으로 하는 분들보다는 높게 잡진 않았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둔 이상 목표 금액에 기존에 받던 월급만큼의 수익을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 10시간이었던 영업시간을 13시간으로 확대하고 휴무일도 월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했다. 우리 가게 주변 배달 업체들 대부분이 월요일에 휴무인 것을 보고 틈새시장을 잡기 위해서이다.


다행스럽게도 개업날부터 목표 매출이었던 70만 원을 크게 상회했고, 이 매출은 꾸준히 이어졌기에 주식 용어로 이때 상황을 빗대어보자면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그리고 개업한 지 4일이 지나고 나서 첫 정산금이 입금되었다. 배달의 민족은 원래 정산 주기가 4일이었다가 작년부터 3일로 변경이 되었고, 요기요의 경우 일주일 간의 정산금을 모아서 매주 수요일에, 쿠팡은 내가 원할 때마다 입금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첫정산이 끝나고 나서는 매일이 월급일이었다. 주 5일 내내 입금되는 기분이 어떻냐고? 매일 아침 은행에서 입금 문자가 올 때마다 아주 짜릿해 늘 새로워!


<배달의민족에서 오픈 후 3개월 간의 매출>


요기요와 쿠팡 매출까지 합산했을 때 초반 3개월 동안 1억 가까이의 매출을 올렸다. 초반에 나가는 돈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다닐 때 보다 수입이 3배 이상은 늘었고, 3개월 만에 초기 투자 자본 모두 회수하는 쾌거를 올렸다. 죽어라 열심히 해도 되지 않던 다이어트도 한 번에 성공했다. 삭센다 주사를 맞고 주 5회 운동해도 빠지지 않던 살이었는데 개업하고 2주도 채 되지 않아서 4킬로가 빠졌다. 눈코 틀새 없이 바빴던 까닭에 끼니를 종종 거르기도 했고, 활동량 자체가 어마무시했기에 다이어트에 흔히 수반되는 요요조차도 오지 않았다.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도 안 하고 붙박이처럼 일하는 대표님들을 볼 때마다 대체 어디서 에너지가 나오는 걸까, 저분들은 월요병은 없는 걸까 궁금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사장이 되면서 정답을 알게 되었다. 장사가 잘 되니까 월요병은 커녕, 영업시간도 고무고무 열매 먹은 것처럼 늘려서 직원들 다 퇴근시키고 나서도 새벽까지 근무한 적도 있었다. 이것만 보내고 끝내자라고 생각은 하지만 마음 한편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는 나 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다. 매출이 잘 나오다 보니 일하는 것도 피곤하기보단 즐거움 그 자체였다.



<3개월 동안 고생했던 나에게 주는 선물>


초기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날, 생애 처음으로 샤넬 매장에 가서 거금을 들여 가방 하나를 구매했다. 회사 다닐 때 받던 월급으로는 쳐다도 보지 못했던 것이었는데 말이다. 물론 장사가 잘 되는 상황이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잘 되는 장사가 내일도, 모레도 잘 되리라는 법은 없다. 언제라도 망할 수 있기 때문에 늘 경계해야 하고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한가해질 때마다 데이터를 뜯어보며 매출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했다.


배달 플랫폼과 배달대행업체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는 굉장히 다양하다. 엑셀을 잘하지 않더라도 플랫폼 내에서 정리된 데이터만 보더라도 장사 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절대 감으로 일을 대해서는 안 된다. 데이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일 매출에 일희일비하기보단 신규 주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지, 재주문으로의 전환은 얼마만큼 이뤄지고 있는지 매일 수치를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추이가 하락세라면 어떻게 하면 이 숫자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데이터 드리븐이라는 거,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우리 가게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툴로 가볍게 생각하면 된다.




재주문 수 올리기


모바일 앱에서 리텐션 높이는 방법으로 푸시 알림, 쿠폰 제공, 출석체크 이벤트 등이 가장 흔하게 사용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방법들이 보상과 연결되는 것인데 보통 유저들은 혜택 없이는 잘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혜택이 금전적인 것일 수도 있고, 놓치기 싫은 정보성인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1차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보상은 신규 주문한 손님들 대상으로 쿠폰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배달의 민족에서는 우리 가게에서 주문한 손님들을 대상으로 쿠폰을 발급해 주는 기능이 있기에, 주 단위로 신규 주문한 손님 대상으로 재주문 시 사용할 수 있는 쿠폰도 발행했다.


그리고 주문 건수가 3건을 넘어가는 손님의 경우, 확실한 단골로 만들기 위해서 주문할 때마다 소정의 선물을 제공했었다. 선물이라고 표현하니 대단한 것 같아 보이지만 가게의 사이드 메뉴나 하리보 젤리 같은 소소한 것들이다. 거기에 추가로 삐뚤삐뚤한 글씨라도 직접 쓴 손 편지를 곁들여서 손님 한 분 한 분을 정성으로 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이렇게 데이터에 기반한 전략과 소비자의 감성을 건드린 덕분에 우리 가게는 오픈 3개월 만에 신규 주문과 재주문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한식부분 맛집 랭킹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리뷰 답글 달기


손님이 배달앱에 리뷰를 달게 되면 사장님이 여기에 답글을 달 수 있다. 이 답글을 확인하는 손님들에게 우리 음식을 먹었을 때 행복했던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켜 줄 수 있기 때문에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영업 포인트이다. 따라서 답글도 며칠 동안 모아서 한 번에 달기보다는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달아줌으로써 손님들이 우리 가게 음식을 먹었을 때 만족했던 그 느낌을 되새김시키고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좋다. 이런 작은 것들이 하나하나 모아져서 재주문으로 이어질 것이다.


다만 모든 리뷰에 같은 답글을 복사해서 붙여 넣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기계처럼 복붙한 답글은 손님들도 다 안다. 그렇다고 매번 댓글을 다는 것이 힘들다? 그렇다면 가게를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앉아서 키보드 몇 번 두드리는 것마저도 귀찮다면 창업을 안 하는 것이 낫다.



이 외에도 배달이 자주 들어오는 동네를 확인하고 광고 노출 지역을 지속적으로 바꿔주거나, 조리-배달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 배달 빠른 순으로 정렬했을 때 우리 가게가 우선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관리해 준다면, 노력한 만큼의 값어치가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실제로도 그러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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