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영 Sep 11. 2023

프로불편러와의 전쟁

리뷰 관리하기

<이모님이 이 주문을 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하냐고 사진을 찍어 보내주셨다.>

하루에 한 명은 꼭 나타난다. 1인분을 시켜놓고 요청사항에 2인분만큼 달라고 하는 사람들. 리뷰가 무서워서 대부분 더 담아주긴 하지만 간혹 실수로 덜 챙겨주는 일이 생기는 경우, 평점 1점 테러는 각오해야 한다. 이 날이 그랬다. 이모님께서 서비스로 나가는 소면을 기본 양만큼만 보낸 까닭에, 별 1개가 달렸고 졸지에 요청사항을 잘 들어주지 않은 가게가 되었다. 다른 것들은 기본보다 양을 추가해서 보냈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글에 시원하게 한 마디 못하고 고개 숙여야 하는 사장님은 속이 타들어 간다.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많이 먹고 싶으면 그냥 2인분 시키라고요!




가게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매출도, 세금도 아닌 악성 민원 대처였다. 생전 없던 전화 공포증도 생겼다. 배달 플랫폼으로의 주문이 늘어나면서 전화 주문은 거의 사라져 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게로 전화 온다는 것은 대부분 컴플레인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래서 전화벨이 울리면 직원들과 '또 무슨 일이지?' 하며 무서움에 벌벌 떨곤 했다.


가장 처음 받은 컴플레인 전화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음식에 철수세미가 나왔으니 환불해 달라고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냄비나 프라이팬에 흠집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철수세미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가게에 아예 없는 물건이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저희는 철수세미 안 쓰는데요?'라는 말이 나와버렸고, 내 말에 화가 난 손님은 감히 자길 의심하냐고 소리를 빼액 지르는 것이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사과와 환불뿐이었다.


이런 전화가 한 번 오게 되면 집 떠나간 멘탈은 한참 뒤에 돌아오게 된다. 특히 바쁜 시간 대에 이런 일이 생기면 재배달이나 환불에 시간을 쏟게 되다 보니 주문이 꼬이는 일도 다반사이다. 기분 나쁜 것은 물론이요, 잘못한 게 없는데 사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머리를 조아려야 하니 너무나도 억울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매장의 경우 눈으로라도 확인할 수 있지만 배달 전문점에서는 불가능하기에 손님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회수했다가 확인 후 재배달하는 방법도 있지만 배달료 부담이 더 크기에 환불이 더 저렴하게 먹힌다. 현재 배달 플랫폼에는 이런 프로불편러들을 블랙리스트로 빼놓고 관리할 수 있는 기능도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 개선이 되어야 한다는 걸 주기적으로 고객센터에 항의했지만, 가게를 매매하는 그 시점까지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프로불편러조차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따라서 리뷰 가이드를 만들고, 내부적으로 이에 따라 처리하도록 했다. 다만 전화를 통해 들어오는 민원의 경우 직원들보다 사장이 직접 처리하는 것이 빠르게 해결되기도 하고, 손님과의 마찰도 줄이기 쉽기 때문에 가게를 비울 경우 가게 전화는 모두 내 휴대전화 번호로 돌려놓았다.


간혹 재미있는 답글이 커뮤니티에서 바이럴 되어 돌아다니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늘 위트 있는 문구를 생산해 낼 자신이 없다면 무작정 따라 하는 건 좋지 않다고 본다. 난 매번 창의력 넘치는 답글을 남기기는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톤 앤 매너를 일정하게 가져가는 것으로 가이드를 잡았다.




리뷰 가이드라인 만들기


- 긍정적인 리뷰일 경우

: 퍼소나는 매장에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친절하고 리액션이 좋은 사장님으로 잡았다. 그래서 경쾌하면서도 친절한 말투를 사용하고, 먼저 물어보지 않아도 오지랖 넓게 알아서 척척 알려주는 것이다. 다양한 이모지나 표정을 사용해서 다정한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리뷰에 손님의 닉네임을 불러줌으로써 기계처럼 복붙한 느낌을 최대한 지양한다.



- 오배달 등 매장에서 실수한 경우

: 이 경우 손님은 잘못이 없다. 확인 즉시 신속하게 답글을 달도록 하며, 처음은 무조건 사과로 시작한다.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고 실수를 회피하거나 구차한 말들로 변명을 늘여놓지 않는다. 손님들의 상황과 기분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프로불편러 대처하기


- 이유 없는 악의적인 댓글이 달리는 경우

: 악의적인 리뷰는 티가 나는 법이다. 구구절절 해명하지 않아도 다른 손님들도 다 알기 때문에 현명하게 대처하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절대 감정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부정적인 단어나 문구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가게의 이미지에 마이너스 요인을 만들지 않는다. 별 설명 없이 1점의 평가가 달리거나, 단순히 맛없다는 식의 리뷰면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를 추천하는 답글로 상황을 반전시킨다.


- 손님이 실수한 건데 1점이 달린다면

: 배달 플랫폼에서 친환경 컨셉을 내세우며, 체크박스에 따로 체크하지 않으면 일회용 숟가락, 젓가락을 배달하지 않게 변경되면서 '국밥을 손으로 먹어라는 거냐', '식기구 다시 가져달라니까 배달비 든다고 안 주는 파렴치한 사장이다' 등의 리뷰가 달린 적이 있었다. 이 경우 일단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사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답글을 확인한 손님이 대부분 리뷰를 삭제하거나, 수정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배달의 민족 측에 연락하여 리뷰 게시 중단 요청을 해두는 것이 좋다.


- 배달 기사가 실수한 경우

: 답글 다는 것보다 전화하여 재배달 또는 차후 무료 배달 등으로 해결해 줬을 때 가장 원만하게 처리됐었다. 전화 말미에는 리뷰를 언급하면서 수정 또는 내려달라고 부탁한다면 열에 아홉은 삭제한다. 배달대행업체를 쓰고 있다면 업체 측에서 재배송을 무료로 진행해 주거나, 기사를 연결해 금전적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배민 1일 경우, 배달의 민족에서 답글을 달아주는 것뿐 평점 테러에 대해서 리뷰를 삭제처리 해준다거나 게시 중단을 해주진 않는다. 몇 번이고 항의했지만 개선되지 않은 불만 중에 하나였다.



배달 전문점에서의 리뷰는 마케팅 중요 포인트이긴 하지만, 블랙컨슈머들 때문에 부정적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다분하다. 하지만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99%의 정상적인 손님들은 진심을 알아봐 줄 것이다. 사장님들 오늘도 화이팅이다!



이전 09화 매일이 월급날이야! 짜릿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