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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영 Sep 04. 2023

단골을 만드는 Hooked 전략

배달앱 세팅하기

가게 오픈 전 마지막 준비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일인 배달앱 세팅만이 남았다. 오픈발 이후는 단골 싸움이다. 다시 주문하고 싶고, 배고플 때마다 우리 가게의 음식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가장 중요한 지표로 리텐션을 보는 것처럼 가게에서의 성공 지표도 재주문이다. 처음 주문한 손님이 다시 주문할 수 있는 남다른 포인트를 만들어야 단골이 생기고 나아가 입소문이 나고, 매출 상승까지 일으킬 수 있다.


배달 플랫폼에서의 단골은 카테고리 영역을 통해 진입하기보단 검색 또는 찜 화면에서 유입이 된다. 그래서 단골을 잡기 위한 나의 초반 전략은 광고비를 아낌없이 투자하여 가게의 찜과 리뷰 수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것이다.


니르 이얄의 <Hooked>에서 나오는 습관을 만드는 신상품 개발 모델


위 이미지는 스타트업계에 일하면서 수도 없이 많이 보고 들었던 Hook 모델이다. 고작 가게 하나하면서 이것까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회사 다닐 때 배웠던 지식들 뒀다 뭐 하나 싶기도 했고, 서비스와 가게 모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동일하기 때문에 서비스를 사용자의 습관으로 형성시키는 이 모델을 우리 가게 초기 마케팅 전략에 접목시켜 보기로 했다.


- 계기(Trigger) : 우리 가게에 대한 인지를 위해 공격적인 광고 + 각종 지면을 통한 기대 심리 자극

- 행동(Action) : 주문

- 가변적 보상(Variable Reward) : 맛있는 음식과 빠른 배달 + 손편지와 정성 들인 포장 + 리뷰 이벤트

- 투자(Investment) : 리뷰 대댓글 및 쿠폰 등의 리워드 제공


먼저 가장 사용량이 많은 배달의 민족에서 초기 3개월 동안 월 180만 원 가량의 광고비를 투자하여 노출을 최대치로 늘려서 우리 가게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지시키는 것이다. 노출이 늘어나면 클릭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어 있다. 이렇게 유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우리 가게에 대한 맛과 장점을 최대한 부각함으로써 기대 심리를 자극하고, 주문한 손님에게는 재주문을 만들기 위해 감성 영역을 건드리기로 했다. 맛과 빠른 배달은 기본 요소이기에 무조건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것이고, 여기에 추가로 깔끔한 포장과 손편지, 그리고 리뷰 이벤트로 보상을 주는 것이다.


<귀여움 덕에 인기가 많았던 '오이 없는 밀면' 스티커>

여기서 타 가게와 다른 점은 손편지의 경우, 복사도 프린트도 아닌 포스트잇에 직접 하나하나 쓴 손편지였다는 것과 포장 시 붙인 스티커들도 업체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닌, 직접 제작한 스티커였다는 것이다. 특히 손편지는 매일, 상황에 따라 문구도 달리 작성했었다. 가령 아침 첫 주문일 경우, '오늘의 첫 주문 알림 소리에 너무나도 행복해지는 하루예요! 제 행복함을 사이다로 보답해 드려요. 행복하세요!'라는 손편지와 함께 사이다를 서비스로 드리면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는 손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리뷰가 달릴 확률이 90% 이상이다.




광고 세팅하기


배달의 민족의 광고 상품은 배민1과 오픈리스트, 그리고 울트라콜 이렇게 3가지 종류가 있다. 배민1이나 오픈리스트는 주문이 발생했을 때만 광고비를 지불하는 시스템이고, 해당 지면에서 랜덤으로 노출되는 것이다 보니 카테고리 별로 1개만 등록이 가능하다. 이와 반대로 노출 지면을 여러 곳을 타깃 할 수 있는 광고 상품은 '울트리콜'이다. 소위 깃발을 꽂는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상위 노출을 원하는 특정 지역에 깃발을 꽂으면 반경 1~3km 내에 우리 가게가 상위에 노출되는 것이다. (지역/카테고리 별로 노출 반경이 달라진다.)


그래서 노출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배달 위치만 잘 조정하면 저렴한 광고비로도 ROAS 1000% 이상 달성할 수 있다. 마케팅 용어인 ROAS(Return On Ad Spen, 광고 투자 수익)는 투입된 광고비 대비 얼마만큼 수익이 났는지 비율로 나타낸 것으로 아래의 공식대로 계산하면 된다.


(매출/광고비용) X 100 = ROAS(%)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 울트라콜 1깃발(88,000원, VAT 포함)로 9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면 ROAS는 1000%가 넘게 된다. 광고의 효과가 투입된 비용보다 3배 이상 정도 높다면 보통 나쁘지 않은 효율이라고 판단하며, 깃발 수를 꾸준히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ROAS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한계 효용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기에 더 이상의 비용 투입은 비효율적이므로 깃발의 수를 줄인다거나, 노출 위치를 바꾸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깃발은 어디에 꽂는 게 좋을까? 당연히 원룸이나 오피스텔과 같이 1인 주거 밀집 지역에 꽂는 것이 좋다. 주간 단위로 ROAS를 체크하면서 최적의 깃발 개수와 노출 위치를 찾아야 한다.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위치는 경쟁가게에서도 그렇게 보고 있을 확률이 다분하기 때문에 그런 곳에는 깃발을 촘촘하게 여러 개 꽂아놓는 것도 방법이다. 지역 정보는 네이버 부동산을 이용하자.




배달료 설정하기


누가 나에게 손님 부담의 배달료가 0원이면 최고의 가성비인 가게냐라고 묻는다면 케바케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라고 답할 것이다. 배달료는 음식값에 녹아져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배달료가 0원일 경우 기본 판매가가 8천 원인 음식에 평균 배달료 5,000원을 더해 13,000원에 팔면서 손님들에게 마치 배달료가 0원인 것처럼 눈속임한다. 마케팅 방식 중 하나이니 뭐가 맞고 틀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배달료가 0원일 때는 배달앱에서 배달료 낮은 순으로 정렬을 할 경우 상위에 노출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음식의 단가가 그 동네의 경쟁사들보다 높다면? 각각의 장단이 있으니 잘 비교해 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배달료는 지역이나 대행업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1km에 기본료 3,500원 ~ 4,000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으며, 여기서 500m씩 거리가 늘어날 때마다 500원의 할증이 붙는다. 1 주문 당 평균적으로 5천 원 정도의 배달료가 붙는다고 보면 되기에 마진율을 잘 계산해서 기본 배달료를 산정해 두면 된다. 다만 일전에 찾아봤던 경쟁사들의 기본 배달료가 우리 가게보다 낮다면, 오픈 초기에는 손님을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마진율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평균에 맞추거나 낮게 설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객단가가 높을수록 순이익도 높은 건 당연하다. 그러나 내가 초반에 간과한 부분이 1인분 주문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던 것이었고, 때문에 배달료가 예상보다 너무 많이 지출되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합리적인 가격'과 '푸짐한 양' 모두를 잡을 수 있는 1인 세트 메뉴를 3가지 정도 만들고 대표 메뉴로 설정하여 주문 단가를 높이는 데에 집중했고, 사이드 메뉴 1개라도 더 시킬 수 있도록 최소 주문 단가를 올렸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1인 세트 메뉴 주문량이 단품 1인분 주문을 추월함으로써 단돈 오백원이라도 평균 객단가를 올릴 수 있었고, 배달료 부담 또한 선방할 수 있었다.




광고비 없이 가게 알리기


<샵앤샵 형식의 업체가 많아지면서 직접 조리하는 과정과 청소하는 모습을 매일 업로드했다.>

배달의 민족에서 우리 가게를 홍보할 수 있는 3가지의 지면이 있다. 메인 화면의 메뉴 탭에서 보이는 원산지 표기 부분과 정보란의 가게 소개, 마지막으로 리뷰탭에 사장님 공지가 있다. 이전에도 말했다시피 나는 가게의 위생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게 소개란에는 위생과 관련된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게시했다. 매일 청소가 끝낸 가게의 모습을 업로드하면서 스스로도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고, 이 느낌은 고대로 손님들에게도 전해지리라 믿었다.


그리고 리뷰탭에 있는 사장님 공지의 경우, 유저들이 가장 많이 보는 지면인 만큼 후킹성이 높은 콘텐츠를 게재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게들이 리뷰 이벤트와 관련된 내용들을 올리곤 한다. 리뷰 이벤트의 경우, 프랜차이즈에서는 본점의 내용을 복붙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주변 경쟁사들의 상품들과 대조했을 때 경쟁력이 있는지 판단한 후에 구성하는 것이 좋다.


원재료 값이 올라가면서 주변 가게에서 리뷰 이벤트의 음료를 500ml에서 300ml로 변경하거나, 콜라를 펩시로 바꾼 곳이 많았다. 솔직히 가격적 메리트에 끌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고작 500원 더 벌겠다고 서비스 음료를 마음대로 바꿔 버린다면 손님들의 실망감은 그 배로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변경 없이 그대로 제공했었다. 실제로 이것 때문에 주문이 늘어났거나, 단골이 늘어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간간이 보이는 리뷰에서 '여전히 콜라를 500ml로 제공해 줘서 좋다'는 글을 보며 내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음을 느꼈다.


소탐대실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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