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영 Aug 24. 2023

퇴사해 주셔야겠습니다.

부업, 생업이 되다.

나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스타트업계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때로는 괴로운 일이다. 업계 특성상 새로운 트렌드와 기술이 빠르게 쏟아져 나오기에 이 흐름을 읽지 못한다면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터디는 기본이고, 다양한 외부 활동을 통해 정보를 접하고 인맥을 넓히며 본인을 브랜딩 한다. 이런 자산을 기반으로 부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매월 헤이조이스를 찾았던 주니어 시절>

나는 정직하다고 해야 할지 아둔하다고 해야 할지 짬짬이 학원을 다니고 스터디를 통해 접한 모든 것들을 평범한 회사원들처럼 업무 하는 데에만 소비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늘 말한다. 회사일 열심히 해봤자 나에게 돌아오는 건 없다고.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본인만의 것을 만들어 가라고 이야기한다. 그럴 때마다 지금 당장 맡은 업무만 하기에도 바쁜데 무슨 소리냐며 웃어넘기곤 했지만, 성공한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A사에 다니는 그 마케터,
이번에 CMO로 이직한다더라.


그분 회사 그만두고
강연만 하고 다니던데?


동료들은 매번 나보다 앞질러갔다. 10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묵묵히 회사일만 하고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런 생각들은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이대로 계속 일을 할 수는 있는 걸까?' 어릴 땐 그렇지 않았는데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게 어려워졌다. 누군가가 못하게 막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번에는 달라지자! 생각만 하지말고 실행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배달 전문점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가게 오픈을 얼마 안 남기고 프랜차이즈 대표님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미안하지만,
퇴사해 주셔야겠습니다.


가슴이 철컹 내려앉았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 말을 하시는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회사원'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는 것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가게는 오픈 후 초반 3개월이 가장 중요하다. 이 시기를 '오픈발'이라고도 부르는데, 가장 많은 손님들이 찾는 시기이기에 평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야지 입소문이 나고 재주문율도 높아지면서 오픈발 후에도 매출 감소 없이 장사가 잘 유지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사장의 공백은 곧 가게의 빨간불이다. 아무리 직원들이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해준다 하더라도 주인을 대체할 수는 없는 법이다.


프랜차이즈 대표님은 회사와 병행할 예정이라면 본사에서의 지속적인 지원은 어렵다고 하셨다. 초기 응대에 실패하게 되면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퇴사를 했다. 가게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그 해 겨울에 다시 취업을 하긴 했지만 여태껏 이직을 할 때도 사흘 이상의 공백기를 가져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 어디에도 적을 두고 있지 않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불안했다.


이젠 정말 망하면 큰일 난다.

이전 04화 통장에 구멍이 난 건 아니겠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