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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영 Sep 26. 2023

그렇게 사장이 된다.

자영업 초보자의 6개월 성적표

가게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에 주변의 자영업자들로부터 '힘들다', '밑지고 장사한다'는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실패해도 좋은 경험으로 삼겠다고 큰소리치긴 했지만 안 좋은 이야기만 계속 듣다 보니 마음 한 편에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단 한 번도 '경제가 호황이다', '살기 좋아졌다'는 뉴스를 본 적이 없다. 지나고 나면 그래도 그때가 좋았었지라고 되새김질할 뿐.  


장사를 시작한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매출이 적은 날은 포스기를 쳐다보며 한숨 쉬고, 주문이 밀려드는 날엔 이유 없이 싱글벙글 웃는 진짜 사장이 되었다. 그리고 주변에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말은 한 적이 있어도 정신적으로, 금전적으로 힘들다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다. 타이밍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나와 우리 직원들이 그만큼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그 기간 동안 배달 지역을 여기저기 바꿔보기도 하고, 영업시간을 옮기면서 최적의 운영시간을 찾고 매달 오르는 배달료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가격을 올리기도 하면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회사 다닐 땐 선택에 대한 책임을 상사 또는 팀이 공동으로 가졌다면, 이제는 오로지 나의 몫이다.


내 선택에 대한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배달의 민족에서의 매출만 봤을 때 주문 건수는 줄어들었지만, 결제 금액은 크게 내려가지 않았다. 가격을 올리기도 했고, 세트 메뉴를 다양하게 만들어 객단가 올리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광고비를 줄여 수익률을 개선하는 데에 집중했기에 오히려 순수익은 늘어났다. 경쟁업체가 계속 생기는 상황에서 이 정도면 초보 사장님으로서 괜찮게 방어했다고 생각한다.


개점 당시엔 주변에 배달을 하는 전문 국밥집은 우리 가게, 딱 한 곳밖에 없었다. 그러나 장사 3개월 차에 접어들자 2km 반경에 총 4곳의 경쟁업체가 나타났고, 배달업이 워낙 호황이었기에 국밥 말고라도 다양한 업종의 가게들이 매일 생겨나고 있었다. 단골 식당이 있더라도 호기심에 새로 생긴 가게에서는 한 번은 먹어보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식당에게 우리의 단골을 빼앗기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는 것은 필수이다.




수요에 맞는 세트 메뉴 구성하기


사실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본사의 허락 없이 신메뉴는 개발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의 메뉴 개발은 손님들이 원하는 메뉴를 잘 조합하여 세트로 편성하는 것이다.


우리 가게에서 주말 오전에 들어오는 주문은 대부분이 해장용이었다. 해장이니 더욱 얼큰하게 해 달라, 얼음 육수를 가득 담아달라는 요청사항이 많은 걸 보고 해장 손님을 타깃 하기 위해서 숙취 해장 세트를 만들었는데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그리고 주말에 경쟁업체들이 오픈하지 않는 이른 시간대에 영업을 시작함으로써 독산동 오전 영업을 점령하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주말은 점심까지만 장사를 해도 매출 150만 원은 기본이요, 물량 소진으로 인하여 대게 점심 장사까지만 하고 영업을 종료하게 되었다.


손님들의 요청사항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부분이 있다면 흘려듣지 말고 가게에 바로 적용해 보자.




배달원들과 친해지기


사장님들이 직접 발로 뛰지 않아도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최적의 루트가 있다. 바로 배달원이다. 근처에 경쟁업체가 생긴 것도, 요즘은 배달 현황이 어떠한지, 어떤 류의 음식이 주문이 많은 지도 커뮤니티를 찾아보는 것보다 배달원들을 통해 듣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나는 점심, 저녁 영업이 끝나면 배달원들로부터 하루 배달량에 대해 확인하고 우리 가게 주문량과 비교해보곤 했다. 대행업체 배달량이 꾸준히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게 주문량은 줄어들고 있다면 주변에 경쟁업체가 생긴 건 아닌지, 우리 음식과 서비스에 문제는 없는지 체크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배달원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먼저다.


배달원들은 커뮤니티와 대행업체 연락망을 통해 온갖 정보를 공유한다. A 가게는 조리가 늦어서 오래 대기해야 하더라, B 가게는 직원들이 경우가 없다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서로 공유하면서 가게를 평가한다. 그래서 배달원들이 배달을 거부하거나, 배차를 해 놓고도 일부러 늦게 가는 가게도 있고, 반대로 주문이 뜨자마자 순식간에 배차되는 인기 좋은 가게도 있다.


따라서 배달원들이 가게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한다면 배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전에 말했던 것처럼 배달원들에게 시간은 곧 돈이기에 시간이 지체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따라서 조리 시간과 평균적으로 배달 기사님들이 도착하는 시간을 잘 고려하여 배차를 요청한다면 배차가 늦어질 일은 없다. 배달이 빨라지면 배달의 민족에서 표기되는 배달 예상 시간 또한 줄어들기 때문에 우선 노출될 수 있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물 한 잔,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커피 캔커피 하나면 배달원들이 오고 싶어 하는 가게가 될 것이다.




직접 주문 늘리기


회사에서 다루던 광고비가 억 단위었기 때문일까? 배달의 민족의 울트라 콜이나 오픈 리스트 광고는 그에 비하면 굉장히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광고에 집중하다 보면 월 광고비로만 100만 원 넘게 지출하는 건 순식간이다. 여기저기 깃발을 많이 꼽는다고 주문도 그만큼 늘어나는 걸까?


초기엔 우리 가게를 알리기 위해서 광고는 필수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광고에 의존할 수는 없다. 맛과 서비스로 손님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광고비는 한계 효용에 다 달아 아무리 많은 돈을 쓰더라도 매출은 떨어지게 되어있다. 따라서 광고비를 줄이면서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찜과 리뷰 수를 최대한으로 늘리고 재주문을 유도하여 단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게들이 찜과 리뷰를 하면 그 대가로 소정의 상품을 주는 것이다.


배달의 민족 사장님 사이트에서 주문 건마다 어떤 경로를 통해 들어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광고 주문 대비 직접 주문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면 가게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추이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우상향 하는 그래프를 그릴 수 있도록 관리해 주어야 한다.


먼저 광고를 통해 우리 가게 페이지로 들어온 손님들이 뒤로 가기를 누르지 않도록 매력적인 가게 페이지를 만들어야 한다. 손님들은 가게 페이지에 접근하면 메뉴를 순식간에 훑어본 뒤 찜 개수와 리뷰, 그리고 이벤트 진행 여부를 확인한다. 따라서 찜과 리뷰의 개수가 많을수록 신규 주문 성공률도 높아진다. 리뷰 이벤트는 이 숫자를 높여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고, 배달 플랫폼에 입점한 가게 대부분이 진행하고 있기에 돈 몇 푼 아끼자고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이 외에 신규 주문과 재주문 손님의 세그먼트를 나눠 쿠폰을 제공하여 재주문을 유도하거나 경쟁업체 출몰 시 배달료 인하 이벤트 등을 통하여 눈길을 돌리려는 손님을 최대한 잡아두어야 한다. 이런 방법들을 통하여 재주문을 늘리게 되면 광고비를 줄이더라도 매출은 꾸준히 유지될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초반 3개월은 울트라 콜에만 180만 원 이상 광고비를 썼지만, 그 이후에는 월마다 광고비를 10%씩 감액하면서 그 금액을 쿠폰 발행에 이관시킨다던지 이벤트를 진행하는 데 사용했다. 그 결과 ROAS가 소폭 상승했고, 순수익도 조금이나마 더 늘릴 수 있었다.



지난 6개월을 돌아보면 자영업 초보자로서 꽤 괜찮은 성적표를 만들어 냈다고 본다. 비록 초기보다 매출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회사 다닐 때 보다 더 큰돈을 만지게 되었기에 밑지고 장사한다는 말과는 아직 먼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월급날과 거래처 정산일은 순식간에 돌아오는 것 같은 모순적인 나는 그렇게 사장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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