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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영 Oct 18. 2023

폭탄 맞았어요. 세금 폭탄

일반 사업자의 세금 납부

여태 직장인이었던 나는 부가세라고는 레스토랑에서 주문을 때 메뉴판에 조그마한 글씨로 써져 있는 '가격에는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로만 접해봤다. 우리나라는 물건 가격에 부가세를 따로 표기하고 있지 않기에 일반인들은 부가세를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부가세는 10%로 판매되는 모든 상품에 포함되어 있고, 실제 구매하는 소비자가 부가세를 부담하면 판매자가 신고하여 세액 납부를 대신한다. 그래서 간접세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저질렀던 큰 실수는 이 부가세 부분을 간과한 것이다. 세금이 커봤자지 라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생각했었다. 우리 가게에 판매되고 있는 모든 음식에는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고, 이는 손님이 지불한다. 그리고 신고 기간 전까지 그 돈을 잘 보관하고 있다가 정부에 돌려줘야 하는데 내가 그만 가게의 소득으로 착각해 버린 것이다. 차라리 받자마자 납부하면 모르겠는데, 뭔가 줬다 뺏는 기분이다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우리 가게는 예상보다 장사가 잘 되는 바람에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간이 사업자에서 일반 사업자로 변경되었다. 간이는 일반에 비해 부담하는 부가세가 절반도 안 되기 때문에 간이 사업자로 계속 남기 위해 명의를 바꾸는 등의 꼼수를 부리는 사업주들도 많다. 일반 사업자일 경우 년에 2번 부가세를 신고해야 하며, 매출에서 발생한 세액과 식자재 구매나 사업 운영에 쓰인 돈에서의 세액 차액만큼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절세 포인트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매출이 많을수록 납부해야 하는 부가세도 많아진다. 


초기에 쓰던 배달 대행업체는 세금계산서 발행 없이 배달료를 받았는데,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지만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이런 불법적인 상황을 종종 직면하게 된다. 세금계산서 발행을 거부하는 경우도 빈번한데, 세금에 무지했던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었다. 그래서 벌어들인 돈은 많은데 지출한 돈으로 증빙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보니 말 그대로 세금 폭탄을 맞게 된 것이다. 부가세 신고 자료는 소득세 신고 시에도 활용되기에 5월에도 세금이 꽤나 나올 것 같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세무사님의 말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결론적으로 생애 처음으로 납부한 부가세는 700만 원이었고, 소득세로도 400만 원 가량을 지불했다.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이 굉장히 많았는데 나의 무지함 덕분에 천만 원 이상의 멍청 비용을 지불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운영비로 여유자금을 마련해 둔 게 있어서 세금을 내는데 큰 부담이 없었지만 속이 쓰린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호되게 한 번 당해보고 나니 다음부터는 철저하게 세금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가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매입한 내역에 대해서 지출 증빙을 꼼꼼하게 받아두어야 한다. 따라서 배달 대행업체도 세금계산서 발행되는 곳으로 변경하고, 식자재 중 농산물 구매에 대해서는 증빙 자료를 받아두어 의제매입세액으로 공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사업용 신용카드를 최대한으로 사용하고, 매월 국세청에 공제 여부를 체크하여 매입 내역을 관리했다.


사실 세무 대행업체를 이용하면 이런 불편한 작업들을 대신해 줄 것이다. 나도 매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세무 대행을 쓰는 게 좋은지 고민했었는데, 우리 가게 규모 정도는 부가세 신고 정도는 셀프로도 충분히 가능했다. 매월 세무대행료를 주고 쓰더라도 부가세나 소득세 신고 기간에는 착수비를 따로 지불해야 된다기에 이중으로 비용이 드는 것 같아 소득세 신고만 세무 대행에 맡기게 되었다. 실제로 내역에 대해서 꼼꼼히 잘 정리해 두었기에 신고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현금, 카드 사용 내역에 대해서 계정과목 및 사용구분을 따로 정리해 두었다.>

세무대행 월 이용료는 최소 10만 원에서 많이는 20만 원까지 부르는 곳들도 있는데 1년이면 120만 원이다. 가랑비에 비 젖듯이 나가는 돈들만 아껴도 부가세 부담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다만 년 수입이 1억 5천을 넘어가는 경우 소득세 신고 시 복식부기 의무자가 되기 때문에 미리미리 자료를 정리해 두어야 한다. 나의 경우 엑셀 시트에서 매출/매입 내역에 대해서 계정과목까지 다 설정해 두었기에 해당 파일만 세무사님께 전달드리면 됐었다. 실제로 어렵지 않다. 유튜브 강의가 워낙 잘 되어있고, 무료로 배포하는 엑셀 시트도 많기 때문에 차근차근 따라 한다면 년에 120만 원, 아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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