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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영 Oct 17. 2023

그 가게는 왜 망한 걸까?

잘 되는 곳과 망하는 곳의 차이


사장님, 프랜차이즈 대표님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가게 이모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배달 실수를 하신 건가 싶어 전화를 받았는데 다짜고짜 프랜차이즈 대표님의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혹시나 우리 가게를 그만두고 본인의 것을 차리려는가 싶어서 심장이 덜컹했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자세한 건 만나서 이야기해 주신다기에 퇴근 시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오토 매장에서는 숙련된 직원이 너무나도 소중한 자산이다 보니 그만둔다고 하는 걸까 봐 일하는 내내 초조함에 휩싸였다.


퇴근하자마자 가게로 달려가 이모님께 자초지종을 물었고, 다행스럽게도 본인이 아닌 자녀분이 창업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따님(이하 청화씨)은 면세점에서 근무했는데, 코로나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몇 개월 전 권고사직으로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그 후 번번이 면접에서 고배를 마시고, 직업을 바꿔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우리 가게가 잘 되는 걸 보고 이모님께서 국밥집 창업을 추천했다고 한다.


청화씨는 중국어 능력자로 통역이나 판매원으로 근무한 경력만 있을 뿐 음식점은 아르바이트 조차 해본 적 없다. 그래도 본인과 비슷한 또래의 여성이 음식점 창업은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잘 운영하고 있는 걸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그리고 예전에 잠깐 주방일을 해봤던 남편도 도와줄 예정이었기 때문에 운영이 크게 힘들진 않을 거라고 판단했는지 우리 가게를 답사한 다음 날, 프랜차이즈 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청화씨가 간과한 게 있다. 비록 10년 전이지만 나에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2년 간 일한 경력이 있다는 것과 그동안 회사를 다니며 축적한 경영, 마케팅 지식으로 오픈 준비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았다는 것이다.



요즘 그 가게 잘된다던데 나도 한 번 해볼까? 설마 망하겠어?


사실 망한다는 생각을 갖고 가게를 시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망할 걸 알면서도 하는 건 바보짓이지만, 제대로 된 준비도 않고 막연한 자신감만 하나만 가지고 도전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바보짓이다. 자영업을 준비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전 조사는 대충 하거나, 남이 해서 잘 되는 종목이면 따라 하기에만 급급하다.


청화씨 가게 오픈 첫날, 휴가를 내고 지원을 나간 이모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 가게의 첫날 매출을 물어보시더니 그 금액의 반도 못 채웠다며 한탄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가게를 연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폐업을 했다. 왜일까?




메뉴를 정하고 그에 맞는 장소를 구하라


메뉴에 걸맞은 동네를 고르는 것은 배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청화씨는 7년 간 일했던 면세점에서의 퇴직금과 이모님의 적금까지 탈탈 털어 상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가게를 얻었는데, 너무나도 싼 매물에 혹해서 덜컥 계약을 한 것이다. 이 동네는 신혼부부 또는 자녀를 키우고 있는 가족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더군다나 가게 근처에 불암산이라는 비거주지역이 있었기 때문에 배달 지역이 타 동네 대비 한정적이었다. 그리고 거주 집단의 특성상, 국밥보다는 피자, 치킨 등의 가족 외식 메뉴가 더 적절하다.


매물이 시세 대비 너무 저렴하게 나오면 의심은 필수이다. 배달 가게를 준비하고 있다면 부동산 계약 전 3km 반경 내에 비거주지역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내가 창업하려는 메뉴가 거주 집단이 선호하는 음식인지 알아보자.




왜 이렇게 안 남아요?


귀찮다, 어렵다는 이유로 많은 사장님들이 매출 및 원가율에 대한 정확한 계산을 하지 않는다. 청화씨에게 내가 사용하고 있던 시트를 공유하여 순수익을 계산해 보며 운영하라고 일러뒀지만 엑셀 함수가 익숙지 않다는 이유로 우리 가게에서 쓰던 원가율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우리 가게는 재래시장이 300m 내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접 장을 봐왔다. 덕분에 배달 업체를 이용할 때보다 훨씬 값싼 가격에 좋은 식재료를 수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청화씨 가게는 재래시장이 아닌, 배달 업체를 통해 물건을 공급받았기에 원가율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계산이 어렵다는 이유로 우리 가게의 원가율을 그대로 사용했기에 어딘가 돈이 새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안 남냐고 묻는다면 해줄 수 있는 말은 딱 하나. 계산을 다시 해 보세요.




배달앱 세팅이 너무 어려워요


홀 매장을 운영하는 가게는 유동 인구 확인을 위해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건 기본이고, 홍보를 위해 전단지를 배포하거나 현수막을 거는 등의 수고로움이 있지만, 배달의 경우 인터넷 덕분에 마우스 클릭 몇 번 만으로도 우리 가게를 쉽게 알릴 수 있다.


청화씨는 IT 지식이 많지 않기도 했고, 배달앱을 자주 사용하는 유저도 아니었기에 초기 세팅이 어려웠을 수 있다. 그래서 초반에는 울트라콜 광고나 쿠폰 세팅, 가게 소개 란의 메시지 터치 등을 도와줬었지만, 어느정도 기간이 지나면 스스로 숙지해서 우리 손님들의 니즈에 맞게 세팅할 줄 알아야 한다. 스스로 하지 않고 누군가가 도와주기만을 기다린다면 매출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도저히 혼자서 못하겠다면 대행사라도 쓰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건 감내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음식점 폐업률은 80%에 달한다. 10개 중에 8개는 망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우리에게 경쟁의 치열함을 일깨워주는 숫자이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망하는 건 더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성공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철저한 계획과 준비 하에 창업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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