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자 쓴 아이
한낮의 놀이터.
햇살은 초록빛 나뭇잎을 반짝였어요.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사방에서 웃음소리가 가득했지요.
한쪽 구석.
넓은 챙모자를 눌러쓴 아이가 있어요.
그 아이는 혼자 무릎을 안고 조용히 앉아있네요.
햇살은 머리 위로 쏟아지는데, 아이의 표정은 조금 어두워 보여요.
모자 끝에서 눈부신 햇빛이 아이의 턱끝까지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어요.
아이는 뛰어노는 친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리저리 눈동자만 굴립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빛나에요.
빛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몸에서 은은한 빛이 납니다.
처음엔 아무도 몰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빛이 점점 커졌어요.
누군가는 “신기하다”라고 했고, 누군가는 속삭이며 빛나를 가리켰지요.
빛나는 그 시선들이 마음에 들어와 자꾸 부딪히는 걸 느꼈어요.
그때부터였어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조금씩 커다랗게 다가왔어요.
햇살도, 바람도, 웃음소리도, 모든 게 너무 밝고, 너무 따갑고, 너무 시끄럽게 느껴졌어요..
예전엔 아무렇지도 않던 것들이었지요.
내리쬐는 햇빛도, 볼을 스치는 바람도, 친구들의 웃음소리도 모두 빛나의 마음을 부딪혀서 울리는 것 같았답니다. 세상의 모든 빛과 공기의 흐름과 소리까지도 자신을 향해 커져오는 것 같았지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과 발소리도, 저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까지 빛나에게는 점점 더 버거워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