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마음을 놓기엔 이르구나
지난 2주간 남편은 매우 안정적으로 보였다.
식사량도 늘어가고 있고, 불안해하는 모습도 많이 없어지고, 밤잠도 그럭저럭 큰 어려움없이 청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한번씩 나에게 예전처럼 한번씩 까칠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여, 나 역시 예전처럼 혼잣말로, “그래, 너는 잘나서 좋겠다”를 중얼거리기도 하였으니깐.
일요일 밤, 누워서 잠을 청했다.
그날따라 둘 다 낮잠을 너무 늘어지게 자서 잠이 오지 않아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흘러 흘러 남편의 초기 증상 얘기까지 왔다.
“당시에 나는 티를 낼 수 없었지만, 나도 난감하고 두려웠다. 생각지도 못하게 당신이 이렇게 무너지다니, 또 내가 가장의 자릴 도맡아야하니 책임감도 컸었어”
“아 그래, 당신 그럼 계속 가장 할래? 나 계속 쉬어도 돼?”
여기까지는 농담 반, 진담 반 키득거리며 이야기했다.
남편은 처음 느껴보는 극도의 불안감과 불면증에 굉장히 무서웠다고 한다. 과연 본인이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라는 감정이 스스로를 바닥까지 끌어내렸고,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구나, 그동안 비슷한 증상을 겪는 사람들을 나약하다고 단정지어버린 자신이 너무나 후회스럽다고 하였다.
밤에 잠을 이룰 수 없기에 날이 어두워지면 도망가고 싶었고,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지나가는 시간이 너무나 속절없게 느껴졌다고 한다. 벌써 휴직한 시간이 1달이 훌쩍 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복직 후 돌아가면, 자신에게 쏟아질 시선과 편견들이 이미 참기 어려울 거 같다고 한다. 본인만의 생각일 뿐이라고 위로해주었으나 그의 감정은 이미 격해져 가고 있었다.
남편은 갑자기 대화를 중단하였다. 지난 날들을 상기시키니 다시 가슴이 옥죄어오고, 손과 발에 식은 땀이 나서 힘들다고 얘기하였다. 그리고는 거실로 나가서 한동안을 서성거리다가 방으로 들어왔다.
결국 남편은 그 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아직은 마음을 놓기엔 이르구나. 어쩌다 얘기가 이렇게 흘러왔는지 후회가 밀려들었다.
여전히 회복에 전념해야 하는 시간인가보다.
내가 마음을 너무 놓았나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