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빠도 잘 몰라

잘 모르면서 하는 육아

by 무진

1. 아빠도 어릴 때 너처럼 몸이 많이 말랐어. 어릴 때 자주 아파서 그랬는지, 대학생 때까지 몸무게가 45kg이었거든. 그래서 책가방 메는 게 벌을 받는 것처럼 힘들었어.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학교 사물함에 책을 놓고 다닐 수 있게 되서야 괜찮아졌어.


그래서 네가 1학년 때 아빠가 책가방을 들어줬던 거야. 그리고 늘 너를 차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 줬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혼자 걸어 다니는 1학년도 많아지더라. 하지만 아빠는 계속 가방을 들어주고, 너를 차로 태워다 줬어. 어릴 때 아빠가 힘들었던 걸 네가 또 겪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


이게 잘 한 건지 아빠도 잘 모르겠어. 너 혼자 힘으로 하도록 해야 했던 건 아닌지.


2. 지금도 아빠는 햄버거를 정말 좋아하잖아. 어릴 때 아빠가 특별히 기억나는 햄버거가 있어. 그건 햄버거 가게에서 먹은 건 아니야. 그 시절 햄버거 가게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어. 왜냐면 아빠는 어릴 때 외식한 기억이 없거든. 아빠가 먹은 햄버거는 이런 거야. 그 때는 트럭에 이것저것 싣고 다니며 뭔가를 파는 아저씨들이 있었어. 거기서 햄버거 빵과 페티를 팔았나봐. 그 빵과 페티를 옆집 아줌마가 사신건지, 지금 너의 대전 할머니가 사신건지는 모르겠어. 아마 옆집 아주머니가 사셨을 것 같아. 아무튼 두 분이 빵과 페티를 구워서 햄버거를 만들어 주셨어. 아빠의 첫 햄버거였을 거야. 그런 걸 먹을 일이 아주 나중까지도 별로 없을 거라는 걸 아빠는 잘 알고 있었어. 그래서 그 페티밖에 안든 햄버거를 너무 급하게 먹고서 체했는지 또 아팠었어.


그래서 아빠는 네가 학교 끝나고 학교 앞 맘스터치 가자고 할 때마다 데리고 갔어. 나중엔 맘스터치 사장님이 아빠와 네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리가 하는 주문을 예상해서 기계에 미리 입력하고 계산을 기다리실 정도가 되었지.


이건 아빠가 잘 못 한 거겠지. 패스트푸드를 그렇게 자주 사줬으니. 그래도 먹고 싶다는 거 그냥 실컷 먹게 해주고 싶었어.


3. 아빠는 받아쓰기, 띄어쓰기 잘 못 했어. 초등학교 때 공부를 못해서 나머지 공부도 하고 그랬어. 공부 못하는 학생만 오후에 남아서 또 공부를 하는 거야. 그치만 지금 아빠는 회사에서 남들이 다들 어려워하는 글 쓰는 업무도 많이 해봤어. 사람들도 아빠한테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해 줘. 그리고 너희와 함께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어.


그래서 아빠는 네가 받아쓰기 시험을 보고와도 점수를 물어보지 않았어. 못해도 혼내지 않고, 잘 해도 크게 칭찬해주지 않았어. 다 네 길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빠도 이게 맞는 건진 잘 모르겠어.


4. 아빠는 어릴 때 특별히 어디 놀러 가 본 기억이 거의 없어. 언젠가 아빠가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랑 큰아빠랑 어디를 다녀오다가 저 멀리 눈썰매장이 보였어.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눈썰매장을 들르자고 하셨어. 근데 아빠는 그런 게 어색했어. 뭔가 놀고 그러는 게. 그래서 놀지 못했어.


그래서 아빠는 네가 1학년일 때, 매주 금요일마다 너와 함께 놀러 다녔어. 네가 어딜 가도 당황하지 않게 해주고 싶었어. 호텔, 레스토랑, 야구장, 뮤지컬. 뭐든지. 낯선 경험을 해도 당황하지 않고 당당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랐거든. 그래서 네가 레고모양 햄버거 먹기, 폰케이스 만들기, 캐릭터 호텔에서 자고오기. 이런 아주 단순한 한 가지 이유로 어딜 가자고 해도 간 거야. 서울, 경기도, 부산까지. 아빠가 결혼해서야 처음 가 본 외국을, 네가 벌써 몇 번 다녀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야.


아빠 생각엔 이 건 잘 한 것 같아. 지금은 그 때처럼 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해. 하지만 아빠도 종종 좀 쉬고 싶고 아빠만의 시간을 갖고 싶기도 해. 아무튼 미안해.


5. 아빠가 고등학교 입학할 때쯤 지금 대전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시는 아파트로 이사했어. 그 전까지는 똥이 그대로 밑에 보이는 화장실이 있는 그런 집에서도 살았어. 푸세식이라고 불렀는데, 네가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거야. 할아버지가 차를 사신다고 했는데, 트럭을 사셔서 많이 서운했어. 할아버지 트럭을 타는 게 창피했어. 아빠는 군대에 다녀오고 나서야 그런 것들이 창피하지 않은 거라는 걸 깨달았어. 아빠도 참 철이 없어.


그래서 아빠는 네가 태어났을 때. 우리 집이 아파트고, 에어컨이 있고, 커다란 티비가 있고, 컴퓨터가 있고, 냉장고, 세탁기 뭐 이런 것들이 다 있는 게 좋았어. 왜냐면 아빠 어릴 때는 선생님들이 집에 저런 거 있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그러셨거든. 그런데 선생님이 물어보실 때, 집에 없는 게 있으면 마음이 좋지 않았어.


지금은 방도 4개나 있는 아파트로 옮겨서, 너희 책방과 공부방까지 따로 멋지게 만들어 놔서 참 좋아. 네가 종종 이 작은 도시에서 제일 좋은 아파트라고 하는 것도 좋더라. 아빠는 차 욕심이 없지만, 그런 이유로 종종 그랜저를 사야하나, 아니다 외제차를 사야겠다. 그런 생각을 해.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아빠도 참 다방면으로 철이 없어.


6. 아빠가 너와의 시간을 제대로 보낸 건지 잘 모르겠어. 그냥 그렇게 해주고 싶었어. 아빠도 아직 철없이 어려. 아빠도 아직 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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