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len

week 10. 230408

by 옥돌

아힘사, 사트야에 이어 야마의 세 번째 계율입니다.


아스테야(Asteya)는 지도자 과정 중 소중한 깨달음을 준 덕목이기에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데요. 한번 시작해 보겠습니다.

아스테야는 탐하지 않는 것, 훔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이 또한 아힘사, 사뜨야와 이어지는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요. 훔치는 대상을 나의 것, 타인의 것, 동물과 자연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으로 넓혀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진실하지 못하며 나에게 필요한 휴식 또는 꿈을 훔치고 있을 수 있고, 타인이 마땅이 누려야 할 권리 또는 물질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을 피로하게 만듦으로써 에너지, 시간, 기회 등을 훔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동물과 자연 역시, 우리는 이 세상에 아무 것도 가져오지 않았기에 그 어느 것도 나의 것, 인간의 소유라 말할 수 없습니다.

지난 글에서 아힘사는 동물과 자연을 향한 비폭력(비거니즘, 사뜨야는 나 스스로에게 진실할 것을 이야기했는데요. 아스테야는 타인의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지도자과정에서 마이크로레슨 수업 준비가 공지되면서, 초반에 꽤 많은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유튜브나 블로그 등 인터넷에 있는 다른 선생님들의 가이드 영상과 글을 정말 많이 봤는데요.

그러나 정작 제 가이드를 위한, 내 것으로 다듬고 만드는 시간은 충분히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수업에 가면, 나의 눈으로 수련자를 바라보기보다, 보고 들은 가이드를 조합해 말로 이어내기 바빴습니다. 일단 준비한 아사나를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졌나 봅니다. 그래서 이 동작을 왜 준비했는지, 어떤 사람들을 위해, 타깃하는 신체 부위나 기대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마이크로레슨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제 수업에서는 사실, 전주 수업을 빠지고 조금 해이해졌던 탓에 마이크로레슨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상지선 해부학 영상은 보고 갔기에, 요가일상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내가 해오던 움직임 중에 상지선을 인지할 수 있는 동작이 뭐가 있었을까 잠시 떠올리면서 수련실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마이크로레슨 준비를 못했다 하고, 슬쩍 빠져나갈까 생각도 했는데요. 오늘도 안하면 정말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용기 내어 새벽 수련 때 자주 했던 움직임 몇 가지를 소개했고, 키보드를 자주 사용하는 저로서는 이 동작이 매우 시원했다는 등 저만의 이야기도 함께 나눠보았습니다.


많은 준비를 하고 임한 것은 아니지만, 오늘에서야 내 것을 안내했다는 감각이 정말이지 너무 좋더라고요.

고백하자면,

비단 요가 가이드 뿐만 아니라 좋아보이는 남의 것을 훔친 적이 많습니다.


책에선가 읽었던 타인의 생각을 내 것인양 이야기하고, 남의 문체가 좋아보여서 흉내내는 등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져와 쓰기도 했어요. 결과는 볼 만할 지언정 기분은 썩 좋지 않습니다. 그것이 진짜 내 것이 아님을 나 자신은 알고 있거든요.


(그럼에도 피카소의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문장을 참 좋아합니다.^^)

요가 안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선생님들의 가이드를 많이 보고 듣고 비슷하게 따라해보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안내를 만들어가는 시간을 거치는 것, 남의 것이 아닌 진정한 내 것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가 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서 사뜨야와 아스테야를 기억하며 다가올 한 주를 보내보려고 합니다.


Nama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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