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로마_Aroma of night
낮과 밤이 인사한다.
-오늘도 수고했어
-응, 밤을 부탁해
낮과 밤, 경계의 시간 사이로 문이 열린다.
난 이때가 참 좋다.
경계가 느슨해지고
왠지 모두가 상냥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 순간이 간질간질 뭉클스럽다.
마음이 시릴 땐 낮빛에 드러나는 작은 점 하나가
툭 튀어나와 가슴에 쿵하고 큰 점을 만들어 버린다.
평소 같으면 있는 줄도 몰랐을
보이지 않던 그 작은 점 하나가
나의 단점이 되어 나의 마음을 옴짝 달짝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피했다.
낮빛은 나를 두렵게 만드니까.
그 밝음이 점점 더 나를 위축시켜버리니까.
하지만 밤은 달랐다.
나를 괴롭히는 작은 점 따위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밤은 그저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만들었다.
오늘은 낮과 밤 모두를 만났다.
내 속 어딘가에 존재하던 작은 점은 나의 단점이 아님을 이제는 안다.
'시간이 덜어주지 않는 슬픔은 없다'는 키케로의 말처럼
나에 대한 매정한 슬픔도 사라져 가고 있다.
나는 버려두듯 지나쳤던 어제의 나와 상냥하게 마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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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밤의 로마>
밤을 주웠다, 오늘을 주웠다
_은궁아트웍 에세이
*직접 찍은 사진과 글로 스토리 연재합니다.
<밤의 로마 >
(아이폰, 디지털 촬영)
낮과 밤이 인사한다
글/ 아트워크
by 은궁(angaebl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