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로마_Aroma of night
고장 난 시계처럼 멈춰있던 마음에도 봄은 찾아온다.
'째깍째깍'
싱그러운 마음의 소리가 나를 바깥으로 이끈다.
한편에 고이 모셔두었던 dslr 카메라를 들쳐 메고서 주말 늦은 오후 산책에 나섰다.
그러나 웬걸, 사진을 찍기는커녕 카메라는 무거운 짐만 되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가 커피 한잔을 사서 공원에 앉았다.
커피를 마시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옆 벤치에 있는 여자분이 내쪽을 보며 힐끗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이내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거 dslr 카메라죠?
그녀는 대학시절 사진 찍는 것이 너무 행복해서
수업도 빠지고 매일같이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고 한다.
-그땐 참 좋았는데..
라고 말하며 행복해 보이는 표정을 짓더니
요즘 이런저런 일로 밤잠을 설친다며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처음 본 사람에게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람과
30분이 넘도록 처음 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
그 두 사람의 대화가 좀 낯설지만 자연스러웠다.
산책 나왔다가 별말을 다하고 간다며 조금 부끄러워하는
그녀는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며 얼굴을 붉혔다.
왠지 그녀의 표정이 처음 봤을 때보다 밝아 보인다.
우리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참 좋을 때네요
그녀가 대화 도중 내게 했던 말이 계속해서 맴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졌다.
우연한 만남 속에서 위로를 주고받은 느낌이다.
어느덧 하늘에는 초승달이 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따뜻한 빛을 비추면서.
집으로 가는 길 카메라는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_
story
<밤의 로마>
밤을 주웠다, 오늘을 주웠다
_은궁아트웍 에세이
*직접 찍은 사진과 글로 스토리 연재합니다.
<밤의 로마 >
(아이폰, 디지털 촬영)
위로란 조명이 되어 주는 것
글/ 아트워크
by 은궁(angaeblue)
위로란 조명이 되어 주는 것
위로란 조명이 되어 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