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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궁 May 16. 2020

당신도 오늘 밤을 주웠나요?

밤의 로마_Aroma of night




'매일이 무의미하다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삶의 의지 제로상태'


몇 해 전 여름의 내 모습이다.

그런 내가 매일 밤이 되면 힘없는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 걸었다.


왜 나는 걷는 것일까?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밤이 되면 마치 무언가에 홀리 듯 마법처럼 움직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날도 밤이 되어 길을 걷고 있었는데,

길 위에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이었다. 


벌써 가을이구나.

밤 하나 주운 것이 뭐라고 콩닥콩닥,

가슴에 신호를 보낸다.

벤치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작은 밤톨 하나로 인해

내가 매일 밤 걷고 있는 이유를 찾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그날 밤 꿈을 꾸었는데 비로소 알 것 같았다.

내가 주운 것은 단순히 밤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지 _은궁(angaeblue)



나는 매일 밤 걸으면서 나의 오늘을 줍고 있었다.

나 자신을 줍고 있었다.

우연히 주운 밤 하나는 나의 필연이었다.



힘들 땐 나에게 무심해진다.

내가 나를 버려 외롭게 만든다.

그런 내가 한심해 죄책감이 든다.

멍한 상태의 

내가, 

내 삶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오늘에서 나를 버리지 않고

하루하루 천천히 나를 더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강해지기 위해 불필요한 노력을 하곤 한다.

하지만 때때로 일이 흘러가는 대로

놓아두는 편이 좋을 때도 있다'

밤의 사색에서 헤르만 헤세 씨는 말했다.


내가 걸었던 수많은 밤은 결코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었다.

굳이 이유를 찾지 않고 그저 몸의 흐름에 나를 맡긴 채

걸어온 시간들이 있어 

오늘도 나는 밤을 줍고 나와 함께 걷는다.



당신의 오늘은 어땠나요..

당신도 오늘 밤을 주웠나요?




_




story 

<밤의 로마>

밤을 주웠다, 오늘을 주웠다

_은궁아트웍 에세이



*직접 찍은 사진과 글로 스토리 연재합니다. 

<밤의 로마 >

(아이폰, 디지털 촬영)




©은궁아트웍(angaeblue)



당신도 오늘 밤을 주웠나요?

글/ 아트워크

by 은궁(angae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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