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려식물들이 죽었다.
지난주 일요일 밤을 꽉 채워서 집에 왔다. 장장 9일간 우리는 집을 떠나 있었다. 코로나로 다들 이번 명절에는 이동을 많이 안 하는 분위기였지만 딱히 우리에게는 제약이 없었다. 둘 다 백수이기도 하거니와 양가 모두 부모님만 계셔서 우리 부부가 가도 총 4명이다. 시댁은 멀리 있어서 이참에 좀 오래 있다 오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3박 시댁에서 5박을 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휴가로 종종 집을 비우는 건 익숙했거늘. 지금은 어쩐지 낯설게 느껴졌다. 어느새 여행이 없는 삶에 원치 않게 적응이 된 것 같다.
집을 3일 이상 비우게 된다면 집을 비우는 것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내가 늘 하는 것은 2가지다. 냉파와 식물 물 주기. 일주일 전부터 냉파가 돌입된다. 특히 계란은 남기지 않게 조절하고 과일도 최대한 다 먹는다. 우유나 이외의 햄 같은 가공식품들도 유통기한을 체크한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상할만한 음식 위주로 식단을 짜서 냉장고를 비운다. 마지막으로 현관문을 나서기 직전에는 식물들에게 물을 준다.
집을 비우고 떠났기에 왠지 집에 돌아와서는 집이 헐렁할 것 같지만 그것은 느낌일 뿐이다. 비운만큼 도로 제자리에 채워진다. 그것도 꽉꽉. 집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바로 채우기에 돌입한다. 일단 캐리어를 열어서 그대로 세탁기에 옷들을 채운다. 냉장고는 부지런히 양가 집에서 챙겨 온 반찬과 식재료들로 채운다. 일주일 동안 반찬 걱정이 없어서 가득 찬 냉장고를 보면 든든하다. 잊지 않고 창가에 두고 간 식물들도 살펴본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고. 갑자기 집이 응급실로 바뀌었다.
시댁에서 얻어온 파. 작년 11월부터 함께 했는데. 바짝 말라서 죽어버렸다. 만져보니 줄기가 텅텅 비어있다. 그리고 재작년부터 함께 해 온 나의 토마토. 너무 아쉬운 것이 열매가 여러 개 맺히려던 찰나였는데 가버린 것이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 너무 대견스러워서 어떻게든 잘 키워보고 싶었다. 맺히려고 했던 열매들은 작게 쪼그라져 있었고 꽃들도 말라있었다. 그나마 가장 크게 맺혀있던 열매는 다행히 그대로이지만 전체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제발 다시 힘을 내주면 좋겠다.
햇빛을 많이 받으라며 거실에 내놓은 스투키와 선인장. 엄마가 집들이로 선물 해 주신 화분들이다. 스투키가 가장 피해가 컸는데. 크고 통통한 스투키가 빼짝 말라서는 나뭇가지처럼 누렇게 되어 있었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 두었던 것처럼. 누르스름 해지고 있는 스투키에 대해서 찾아보니 과수분으로 인한 것이었다. 걱정이 되어서 한 사발 준 물이 스투키에게는 과했었나 보다. 커다란 스투키 옆에서 새싹처럼 자라던 아기 스투키들은 이미 노랗게 되어있었다. 작은 화분의 중앙에서 우두커니 잘 서있던 선인장도 거의 쓰러져 있었다. 역시나 과수분이었는지 밑동이 진노랗다. 다행히 작은 선인장들은 무사하다.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사철나무와 작은 선인장들과 가지뿐이다.
사실 이번에 집을 비우면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이 바로 식물들이었다. 2~3일도 아니고 9일씩이나 집을 비우는데 물 없이 괜찮을까. 그래서 물을 최대한 듬뿍 주었는데. 그것이 식물마다 특성이 달라서 부족하기도 했고 넘치기도 했던 것이다. 나는 그져 물을 안 주는것 보다 주는게 나을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반려식물이라면서 하나하나 특성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니. 특히 스투키가 죽을 줄은 몰랐다. 분명 엄마도 괜히 스투키를 주신게 아니셨을텐데. 생존한 스투키들에게는 관심을 갖고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