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바뀌는 이름의 의미
해외에서도 한국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같은 이름을 쓴다고 느낀 적은 없다.
나의 이름은 분명 한 개인데,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졌다.
국어사전 동의어에 숫자가 달리듯이 나의 이름에도 다양한 버전들이 생긴다.
몇 번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 있다.
고민 없이 만든 여권의 영문 이름 스펠링 덕에 미국 입국 심사에서 난감했던 적이 있었다.
입국심사관은 나에게 자꾸 로우(law) 라던지 코트(court) 란 단어를 말했다.
엄격한 입국심사에서 얽히고 싶지 않은 쪽의 단어를 듣게 되다니!
겁이 나서 무조건 노노라고 했다.
웃으며 말하는 것이 짓궂은 농담인지 상냥한 엄격함인지 헷갈리기만 했다.
혼자 입국하는 여자는 잠정적 불법체류자로 본다는 미국의 입국심사는 역시 까칠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여행 중에도 내 이름을 말하니 비슷한 반응을 많이 보이는 것이었다.
그제야 내 영문 이름의 스펠링을 검색해보았다.
여권을 만들 때만 해도 나는 발음에만 신경을 썼지 담기게 될 의미는 미쳐 생각지 못했다.
'배심원단'이란 뜻은 상당히 생뚱맞아 보였다.
날 만나는 미국의 일반적인 사람들도 그랬기에 나에게 농담을 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김을 주리?'이고 미국에서는 '김 배심원단'인 것이다.
나의 미국 입국심사관은 농담을 던지며 긴장을 풀어주려 했던 것뿐이었다.
내 이름을 외국사람들에게 말하면 흔히 2가지 반응을 보인다.
주리라고 또박또박 따라 해 주거나 그들의 부드러운 발음으로 쥴리라고 많이 한다.
내가 혀를 말아서 하는 R 발음을 어려워했듯이
그들에게는 입천장을 차야하는 R 발음이 어렵다.
주리나 쥴리나.
어차피 나란 사람도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으니
내 이름을 어떻게 불러주느냐에 크게 노력하지 않는다.
발음을 따라 하며 제대로 불러주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인도에 갔을 때였다. 라다크의 '레'라는 지방은 고산지대이고
인도이지만 네팔에 가까운 한적한 시골 같은 곳이다.
한국에도 방언이 있듯이 이곳에도 방언이 있다.
내가 첫 번째로 접한 말은 바로 인사말이었다.
인도의 인사말이 '나마스테'고 레의 인사말은 '쥴레'다.
그렇다. 내 이름과 비슷하다.
그래서 나의 이름을 말하면 다들 되묻곤 했다.
외국 사람의 귀에는 '쥴리'가 '쥴레'랑 꽤나 비슷했기 때문이다.
숙소의 주인아저씨는 인사할 때마다 특히 킥킥거리셨는데.
늘 우리가 주고받은 인사가 그에게는 이랬을 것이다.
안녕? 안늉아.
남편의 이름에도 수난이 있었다.
항공권을 발권하는데 항공사 직원은 남편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분명히 여권을 손에 펼치고 보면서 말이다.
나는 남편의 이름을 기꺼이 말해주었다.
마지막에 말해주는 남편의 성에서 직원은 갸우뚱거렸다.
그는 재차 물었다.
"Song?"
나는 그의 의문을 해소시켜줘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쏭→↗쏭→↗쏭→↗↗~ 씽어 쏭!
댓 쏭!"
그랬더니 그가 답가로 똑같이 따라 해 주었다.
셋 다 한마음으로 한바탕 웃었다.
항공권 발권을 하다 노래를 다 부를 줄이야.
그의 눈에는 아마도 남편의 이름이 몬진 몰라도
노래 제목쯤으로 보였을 테지.
재 석 노래.
마지막으로 남편의 이름으로 인해서 우리의 숙소가 바뀐 일이
있었는데 여행 내내 우리는 이 일을 잊을 수가 없었다.
단독 특집으로 2편에서 이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