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테기를 샀다.

내 통통한 뱃살의 정체는 무엇인가

by 대수니

내가 원하는 가족은 아이와 함께하는 것이었다.

한때 건강이 안 좋았던 나는 아이를 만나는 것에 조바심이 있었다.

조금이라도 내가 힘이 더 있을 때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신혼 방학도 망설였었고, 아이가 생기면 바로 들어오는 조건으로 가기로 한 것이었다.


여행의 꽁다리에 있었던 멜버른은 꽤나 쌀쌀했다.

따끈한 라면 한 사발이 생각나는 날씨인지라 뜨끈한 게 간절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노천온천에서 선셋을 볼 수 있는 반일투어가 있었다.

오후 출발이라 우리는 여유롭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몇칠째 더부룩한 아랫배가 신경이 쓰였다.


혹시?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심장이 빨리 뛰었다.

'일단 아침을 먹자.'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남편이 마침 물어보는 것이다.

나는' 2주가 지났다'라고 했고, 남편은 나의 배를 보더니 혼란스러워했다.

우리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떨고 있었다.

(BGM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

여행을 하면서 나는 아기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아이를 낳아야 할까?


첫 번째 이유는 다양한 도시의 삶의 환경을 보니 한국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아이에게 말이다.

두 번째 이유는 남편이 아이를 보고 이쁘다고 한적은 있어도 내가 그런 말을 먼저 한적은 없었다.

강아지라면 눈을 못 떼지만 아이에겐 그런 적이 없다.

그렇다고 싫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는데 무감각한 나의 마음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 걸까.

탐하지 않기에 아이가 없어도 괜찮은 걸까 아니면 확고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를 낳아야 하는 걸까.

세 번째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인데 둘이서 재미있게 살아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위한 희생보다는 현재를 즐기며 살고 싶어졌다. 교육비의 부담감 대신 노후 걱정 없는

삶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멍 때리고 있는 동안

남편은 떨리는 손으로 물을 마시고 있었다.

미적거리는 나를 데리고 남편은 가까운 약국으로 향했다.

호주에서 내가 임테기를 살 줄 이야.

호주 임테기는 가격도 비쌌다. (흑흑)

한국에서 혹시 모르니 1개 정도는 챙겨 올걸.

아이가 생기면 돌아오겠다고 다짐받고 온 사람 치고는 너무 빈손으로 왔다.


숙소로 돌아와서 남편은 나에게 몇 번이고 사용법을 설명해주었다.

바닥의 수평은 맞는지 신속하게 각 단계를 어떻게 넘길 것인지 몇 번의 시뮬레이션을 한 후

알람 시간을 맞췄다. 그리고 알람 소리가 날 때까지 선이 몇 개로 변하는지 지켜보았다.

나의 마음은 시계추 같았다. 아기가 오면 기쁘지만 온천은 못 가서 슬플 것 같았고

아기가 아니라면 내 통통한 아랫배에 화가 날 것 같았다.

남편은 밖에서 떨린다고 몇 번을 외쳤다. 둘 다 떨려 미칠 지경이었다.

모든 감정은 사라지고 오로지 긴장감만 있었다.


노천타에서의 노을 감상


결론적으로 내 아랫배는 똥배였다.

그날 오후 우리는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갔다.

바람을 맞으며 선셋도 보았다. 온천에 오지 못 했더라도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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